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102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는 이들의 민낯 - 1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332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2022년 새해를 맞이하기 훨씬 전부터 한국은 온통 대선으로 떠들썩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던 발검 무적이 해를 넘기며 <논어 읽기> 시리즈부터 자신의 글을 모두 읽고 꼼꼼하게 교정까지 자처하던 반장과 이 사안에 대해서 심각하게 논의를 했던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나온 대화였다.


발검 무적 : 김 교수가 겪은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반장 :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어떻게 그런 일이 2022년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벌어진답니까?

발검 무적 : 이미 2년 전에 벌어졌고, 지금도 이 지경으로 가고 있지 않습니까?

반장 : 바로잡아야지요. 일단 스승님이 저에게 사건의 개요 초안을 넘겨주시면 제가 언론사가 되었든 국회의원실이 되었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넘길 수 있도록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발검 무적 : 알겠습니다. 초안 정리되는 대로 보내드리도록 하지요.

반장 : 예. 주시는대로 바로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애초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가 사회의 잘못된 부분들을 사회 구성원인 사람들이 깨닫고서 바꿔야 한다고, 그것을 일깨우는 일을 글쓰기를 통해서 해보겠다고 했던 터라 발검 무적의 입장에서는 반장의 조력이 든든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발검 무적이 2년간의 사건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하고 경찰서명과 경찰들의 실명 그리고 피의 사실과 그와 관련된 문건 자료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안의 초고가 정리되어 반장에게 넘겨졌다. 반장 역시 자료를 받은 즉시 바로 수정하고 간략하게 가지치기를 하여 몇 번의 수정과 상의 끝에 케이스 리포터가 완성되었다.


반장 : 스승님께서는 이 자료를 어디에 먼저 보내실 계획이신가요?

발검 무적 : 여러 명 생각해보긴 했는데, 일단 현재 국회 행안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에게 보내는 것이 어떤가 싶습니다.

반장 : 누굽니까? 그 국회의원은?

발검 무적 : E여대 출신 운동권 인사로 벌써 3선을 한 국회의원입니다.


발검 무적의 설명을 듣고 반장이 인터넷 검색으로 그녀에 대한 검색을 마치고 물었다.


반장 : 저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입장에서 전통적으로 파란당을 지지하는 지지자입니다만, 요즘 파란당의 인물들이라는 작자들이 하는 꼴이 꼴같지가 않아서 말입니다. 찾아봤더니 이전에 자기 보좌진으로 딸을 인턴을 쓰질 않나, 자기 지인 재판에 영향을 미치게 해달라고 사건까지 일으켰던 여자 아닙니까? 굳이 스승님께서 이 여자 국회의원이 도움이 될 것이라 보시는 이유라도 있으신 겁니까?

발검 무적 : 일단 행안위의 위원장 아닙니까?

반장 : 행안위 위원장이라...

발검 무적 : 네. 결코 도덕적으로도 그렇고 이제까지의 정치 행보로 보건대 모범이 될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은 여느 정치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동의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지금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겁니다. 행안위는 경찰청이 소속되어 있거든요.

반장 : 아!

발검 무적 : 네. 경찰청장을 불러 바로 독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거지요.

반장 : 스승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도 이 여자 국회의원이 제대로 된 정신머리를 가지고 정치행위를 했을 경우에 유효한 것 아닐까요?

발검 무적 : 틀린 지적은 아니십니다. 결국 정치꾼들은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행위에만 발걸음을 옮기는 족속들이니까요. 그런데 이 사건이 발생한 초동 경찰서가 이 여자 국회의원의 지역구입니다. 10년이 넘도록...

반장 : 아!


반장은 그제서야 발검 무적의 밑그림을 이해했다. 그녀의 정치적인 행보나 그간의 엄한 짓을 별론으로 놓고 보더라도 그녀의 지역구에서 아동학대 은폐가 이루어졌고, 무엇보다 그녀가 지금 경찰청을 감시하고 주시해야 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있다는 것은 마음만 제대로 먹는다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도록 회초리를 들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이었다.


발검 무적 :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2년이 지나고 나서도 그 자리에서 또 연임을 하겠다고 지금도 봉사랍시고 남의 집에 가서 도배 봉사를 했다고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고 하고 있으니 아동학대, 그것도 현역 목사가 그런 짓을 했는데 자신의 지역구 경찰서에서 그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사안이 언론을 타거나 이슈가 되면 당당하게 굵은 목소리로 자신이 일을 바로잡겠다고 나설 타이밍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반장 : 그렇겠군요.

발검 무적 : 자기 지역구에서 벌어진 아동학대 은폐 사건의 진상도 제대로 파악하고 바로잡지 못하면서 전국구로 행안위원회의 위원장 입네 하면서 거들먹거리고 다니는 것은 누가 봐도 앞뒤가 안 맞는 짓일 테니까요.

반장 : 말씀은 맞는 말씀인데, 정작 제대로 된 정치꾼이라는 것들이 없어놔서 그럼 스승님이 일단 한국에 계시지 않으시니 제가 직접 이 문건을 그 국회의원실에 등기로 보내고 그 의원실과 접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발검 무적 : 그 여자 국회의원실에는 10년 넘게 보좌관이 두 명이 있습니다. 한 명은 지역구 사무실에서 사무국장이랍시고 관리를 하는 자이고, 또 한 명은 여자 국회의원의 수행비서처럼 따라다니는 사람입니다. 후자의 사람에게 접촉하는 것이 이 사안을 그 여자 국회의원에게 바로 전달하기에는 더 용이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반장 : 알겠습니다. 저도 제 라인이 있으니 그쪽 의원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다시 연락을 취해보고 일단 문건에 대해서 보내고 보좌관에게 이런 사안이 있다고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반장은 해당 문건을 손에 쥐고 행안위 위원장이라는 여자 국회의원실에 연락을 넣었다. 그리고 전화를 받은 비서에게 간략하게 사안에 대해서 설명하고 보좌관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국회의원실에 직접 뭔가 연락을 취하고 소통하는 것이 반장에게는 생소한 일이었으나 해외 대학에 체류하고 있던 발검 무적에 비해 조금 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고 그 정도 일은 자신이 처리할 수 있다고 자부한 탓에 그렇게 진행하기로 했던 것이었다.


파일의 형태로 이메일을 보내도 된다고 발검 무적이 권했지만, 직접 문건을 받고 등기 기록을 보고 해야만 사람들이 움직일 거라는 생각에 반장은 나름대로 이전 방식을 고수하며 그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해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서도 그랬지만, 그들은 바로 답변을 주지 않았다. 심지어 반장은 그 어느 보좌관에게서도 피드백 콜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열흘이 넘는 시간을 기다리기만 했다.


국회의원실과 수년간의 비슷한 과정을 경험해 보았던 발검 무적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선뜻 발 벗고 나서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정의의 이름으로 기치를 세울 것이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메일이 되었든 등기로 온 자료가 되었든 그 자료에 대해서 면밀한 분석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정독조차 하지 않고 사무실 한 켠 서류뭉치에 던져둔 채 그저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 뻔했다. 발검 무적은 반장에게 국회의원실에 있는 이들은 계속해서 종용하지 않으면 결코 일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하는 것 외에 다른 루트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하여 개인적인 루트를 통해 브런치를 통해 소방관 출신이라고 정치인이 되기 위한 밑밥을 깔고 초연히 사라져 버린 초선 국회의원실에 연락을 취했다.


반장이 열흘이 훨씬 지났음에도 왜 아무런 연락을 주지 않느냐는 다소 까칠한 항의성 전화를 의원실에 넣자, 원래 전화 창구처럼 전화비서 역할을 하던 어린 친구들은 무슨 건인지 다시 설명해달라는 후안무치로 반장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아니, 보좌관에게 문건이 전달되었다고 지난번 통화했던 비서에게 들었는데요.”

“저는 그 비서가 아닌데요.”

“그 의원실에서는 사안에 대해서 공유를 하지 않나요?”

“하루에도 저희 의원실에 이런 민원 건이 수십수백 건이 들어오는 건 아시나요?”


한 마디도 지지 않고 꼬박꼬박 면박 주듯 말대꾸하는 비서에게 반장은 뭐라고 대꾸할지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 지금 보좌관과 전화 연결해 줄 수 있습니까?”

“메모는 남겨드릴게요. 반드시 전화를 드린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끝까지 전화를 받는 비서는 당당했고 미안한 구석이라고는 눈을 씻고 귀를 닦고 챙겨 들어보려 해도 들을 수 없었다.


결국 반장은 그 의원실의 어떤 보좌관에게서도 피드백 콜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버리는 듯했다. 참다못해 직접 보좌관을 찾는 국제전화를 돌린 것은 발검 무적이었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 지금 보좌관이 보고를 받은 상태인가요?”


뻔한 내용에 대해서 반복할 필요도 없이 발검 무적이 비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지역구 사무실 쪽으로 넘기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저희는 지역구 사무실과는 분리되어 있어서요. 지역구 사무실 쪽으로 전화를 해보시겠어요?”


지역구 사무실에서 국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보좌관이 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지역구 관리였다. 그에게 그 사안이 돌아갔던 이유는 하나였다. 일단 문건을 반장이 보낼 때 그 보좌관의 이름으로 보냈었고, 의원실의 특성상 서열이 조금 위라고 할 수 있는 현 국회의원의 수행 비서 격인 보좌관이 이 사안에 대해서는 지역구 경찰서의 비리가 포함되어 있으니 지역구 사무실에서 응대하라는 제대로 된 근거라고는 말하기 민망한 밀어 두기 식 과제였다.


“여보세요.”


전화를 걸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사무실에서 여러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소리가 여전했다.


“네.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잘 안 들리는데 크게 얘기해주시겠어요?”


여자 비서는 인턴인지 앳된 목소리로 하루 종일 전화업무로 짜증이 잔뜩 배인 목소리로 발검 무적에게 더 큰 목소리로 자신이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라며 종용했다.


“거기 보좌관 계시면 통화를 좀 할 수 있을까요?”

“네?”


왁자지껄 들리는 소리로 보건대 대선을 앞두고 나름 지역구에서 대선 운동을 위해 형님 동생 하는 이들을 모아놓고 사랑방 노릇을 하는 것 같은 내용들이 들려왔다.


‘의원님’이라고 불리기에 앞서 자기네들끼리 행안위원장이랍시고 ‘위원장님’이라고 그녀를 부르는 비서들은 지역구에서 전화 창구 노릇을 하는 이들이 두 명이나 있었다. 4선이 되려면 지역구 사무실의 관리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아주 자명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원칙에 의거한 결과였다.


“보좌관 좀 바꿔달라고 했습니다.”

“아 저희 국장님이요? 지금 바쁘셔서요.”

“잠깐이면 됩니다.”

“그럼 잠깐 기다려보세요.”


대낮에 막걸리라도 한 잔 걸친 시골 농부 같은 늙은 남자의 목소리가 거칠게 수화기에 와닿았다.


“네. 어디신가요?”

“2주 전에 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에 관련된 문건 받지 않으셨나요?”

“네? 뭐요?”

“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관련 민원 제보받지 않으셨나요?”

“아! 뭐가 있긴 했던 것 같은데, 지금 저희 사무실이 바빠서 그런 걸 챙겨볼 겨를이 없어요.”

“그런... 거요?”

“지금 대선이 코앞이라 선거운동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언제 그런 걸 챙겨보고 있습니까? 대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


너무도 당당한 술 취한 아저씨의 혀 꼬인 말투에 발검 무적이 어이없어할 틈도 없이 그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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