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103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는 이들의 민낯 - 2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333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어렵게 매번 업무시간을 핑계 대며 전화연결이 어렵다고 비서들을 통해서만 연결되던 보좌관과의 통화는 그리 쉽지 않았다. 그렇게 겨우 소방관 출신의 초선 국회의원실의 보좌관과 연결된 것은 어느 오전의 세 번째 통화만이었다.


“아 교수님,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요즘 대선 운동에 의원님과 다니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오늘도 정신이 없어 곧 나가봐야 하는 상황이라서요.”


“바쁘신 건 이해합니다. 보좌관님도 의원의 소방관 시절 간부 출신의 상관이시니 경찰들의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아실 거라 생각됩니다.”


“아, 경찰들 비리요....”


보좌관의 말꼬리가 가늘고 길게 늘어졌다.


“경찰관들 비리를 제보하려는 건 아니구요. 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사건 정리 파일을 전해드릴 테니 일단 좀 보고 나서 이야기를 하시지요.”


“알겠습니다. 제가 오전에 정신이 좀 없으니 파일을 보는 대로 다시 전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겨우 전화통화를 했다 싶었는데 그렇게 훅 지나치듯 통화는 끝났다.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건 발검 무적은 반장이 정리해둔 파일을 그에게 카톡으로 전해주고는 연락을 기다렸다. 당연한 듯이 그에게서 다시 연락이 오지 않았고, 이튿날 아침시간에 맞춰 다시 전화를 바로 걸었더니 그가 연결되었다.


“아, 교수님. 어제는 연락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바쁘면 그럴 수 있지요. 그나저나 사건파일은 일견 하셨습니까?”


“네. 일단 훑어보기는 했는데요. 이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아마도 파일에 실명이 나열된 경찰서장부터 서울청의 감찰과 감사 혹은 수사 심의계의 경찰들의 이름들을 보면서 나온 말이려니 싶었다.


“그러게요. 그런 일이 2022년 한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저희 의원실이 마침 행정안전위원회의 상임위원회에 속해 있으니까요.”


당연히 그것 때문에 연락을 취한 것임에도 그는 마치 생색내듯 그 부분을 강조했다.


“아무래도 초선 의원이다 보니 인지도 면에서도 그렇고 대선 서포트에만 너무 전념하기보다는 사회적인 이슈가 있는 사건을 바로잡아서 주목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이렇게 연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 좋지요. 이렇게 저희 의원님이 인지도가 올라갈 수 있는 사안을 가지고 와 주시니 저희들이야 감사할 일이지요.”


“그래서 바로 경찰청에 자료를 요청하고 그렇게 진행하실 의향은 있으신 거구요?”


“아니, 현역 목사라는 자가 자기 딸을 물건처럼 던지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현역 경찰이라는 작자들이 그걸 덮으려고 했는데 밝혀내야 맞지요.”


나름 소방간부 출신이라는 사람이 왠지 모르게 격양되어 마치 모든 일을 바로 잡을 것처럼 구는 말투에 조금씩 신뢰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행안위 소속의 국회의원이니 믿고 맡겨 보자는 생각에 발검 무적은 그의 오버에 리액션을 더해주었다.


“그러면 믿고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요즘 워낙 선거운동에 불려 다니느라 정신이 없기는 하지만, 제가 오늘 바로 경찰청에 자료 요청을 하고 관련자를 국회로 자료를 가지고 들어오라고 요청해두도록 하겠습니다.”


“준비하네 뭐하네 해도 2~3일이면 될 겁니다.”


“뭐 일주일이라고 해도 일주일 안에는 매듭지을 수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믿고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일주일을 한 달같이 그의 연락을 기다렸다. 여전히 그에게서 먼저 연락이 오지는 않았다. 일주일을 하루 넘긴 뒤 발검 무적은 그에게 다시 연락을 취했다.


“보좌관님. 바쁘십니까?”


“아! 교수님. 제가 정신이 없었네요. 그나저나 경찰청에서 답변이 왔는데요.”


“네.”


“그게.... 그러니까....”


그가 갑작스럽게 곤란한 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간략하게 답변이 왔습니다.”


“뭐라구요?”


“이 사안은 개인 간의 고소사건이라 국회의원실에서 자료를 요청하는 것에 응할 수 없다고 답변이 왔네요.”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소방관 출신의 정치나 국회의원실의 업무에 대해서 모두 초보라고 하더라도 이미 국회의원이 된 지 그리고 행안위에 소속된 지가 몇 년째인데 아동학대 사건으로 고발된 사건을 고소사건이라고 말하며 초선 의원실을 우습게 튕겨내는 경찰청의 그 같잖은 답변을 그대로 읽어주고 앉아 있나 싶어 어이가 없었다.


“사건파일을 보좌관님도 읽지 않으셨었나요?”


“네?”


발검 무적이 왜 그런 뻔한 질문을 하는지 의도도 파악하지 못한 보좌관이 맹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제 아이가 피해자가 아니라 그 목사의 딸이 피해자이고 저는 고발을 한 고발인데요. 무슨 고소사건이라는 거죠?”


“아! 그러네요.”


‘아 그러네요?’라며 바로 그의 어이없는 말을 되받아칠뻔한 것을 발검 무적은 꾹 하고 다시 목 뒤로 집어삼켜야만 했다.


“경찰청에서 초선 의원실이라고 만만하게 보고 가지고 노는 것 같은데, 그 정도가 좀 심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농락당하는 게 기분이 좋으실 리가 없을 텐데요.”


부러 그나마 소방관 간부 출신이라는 보좌관의 역린을 긁어대는 말을 던졌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막 굴 생각으로 그러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이 얼마나 가볍게 무시당했는지 그의 목소리 속 불편한 내색은 쉽게 감춰지지 않았다.


“바로 한 소리 하시지 그러셨습니까? 얘들이 해도 해도 좀 심했네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전달만 하는 민원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 그렇지요. 제가 오늘 다시 바로 그쪽에 다시 요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대선이 끝날 때까지는 정신이 없을 것 같으니 대선이 끝나고 나서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당황한 그가 연락을 끊고 그놈의 빌어먹을 대선이 끝날 때까지 발검 무적은 모든 사안을 홀딩한 채 행안위원장이라는 그 여자 국회의원실에서도 소방관 출신의 초선 의원실에서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어이없는 대선이 박빙의 차이로 어퍼컷을 후려치던 이에게 대통령직을 확정하는 것을 보고 난 며칠 후 발검 무적은 다시 소방관 간부 출신의 보좌관에게 연락을 넣었다.


“아, 교수님. 그게 얘네가 자료는 다 안 보내고 입장을 밝혔는데요.”


“입장이요?”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 자체가 없었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교수님의 말씀과 경찰 측의 주장이 많이 달라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조금 저희 의원실에서도 난감합니다.”


거들먹거리는 그의 말투에서 이미 그가 이 사안을 제대로 처리해서 자기 의원을 위한 이벤트로 만들겠다는 야망 따위는 애초에 포기했다는 것을 충분히 읽을만하고도 남았다.


“아니, 자료를 보내드렸잖아요.”


“네? 자료요?”


“보좌관님도 보셨다시피 초동 수사관이라는 자가 공문서에 해당하는 수사결과 통지서에 분명히 그렇게 적지 않았습니까? ‘아이를 던지려는 행위는...’이라고 하면서 무혐의 처분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를 고려할 때 공포심을 현저히 유발했다고 볼 수 없다’는 둥 그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말입니다.”


“아, 그런 내용이 있었... 던가요?”


“그 내용 자체로 볼 때 초동 수사관은 이미 아이를 던지려고 했던 행위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었던 것 아닙니까?”


“듣고 보니 그렇긴 한데요. 이게 워낙 사안이 복잡하다 보니 다 파악하고 증거까지 내밀면서 얘기를 해야 하는데 제가 지금 그럴만한 정신도 없구요.”


“네?”


어이가 없어 발검 무적이 버럭 언성이 높아졌다.


“죄송합니다. 제가 다음 회의도 잡혀 있어서요. 제가 일단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도망치듯 연락을 끊고 나서 그에게서는 카톡 답변조차 제대로 오지 않았다. 연이어 자신을 찾는 카톡 연락이 그는 어느 사이엔가 발검 무적의 카톡을 차단하는 것으로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대신했다.


아침 라디오를 진행하는 털보 음모론자와 막역한 사이라고 하던 반장은 1월 말일의 설날 연휴를 기점으로 연락이 끊겨버린 지 오래였다. 그렇게 추운 겨울이 지나 대선도 지나고 모든 것이 원점에서 지원군이라고는 없는 상황을 김 교수와 발검 무적은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몰랐다. 김 교수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 더 이상 해볼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여겼고, 발검 무적은 매일같이 ‘브런치’라는 글 쓰는 공간에 네 가지 장르별로 A4 20매를 쓰며 연재하던 일상에서 드디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 보겠다는 캠페인의 기치를 올리기로 했다.


2022년 4월 23일의 일이었다.


https://brunch.co.kr/@ahura/1052


발검 무적이 위와 같은 글을 올리고 나서 그간 발검 무적의 글을 읽던 이들에게서 적지 않은 라이킷과 응원의 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올렸다는 데이터 베이스를 통해 ‘브런치’라는 공간을 알게 되었다. 나와 같은 기레기들을 비롯해서 다양한 업종의 사람들이 글을 통해서 자신을 알리거나 서로를 알아가거나 하는 다소 연령층이 있는 플랫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발검 무적의 글을 통해 시작된 그 캠페인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정말로 그 공감대가 이 일을 해결하는데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내 주요 관심사였다.


이후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결과적으로 나는 왜 대한민국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지 왜 박빙의 차이로 존경이라는 개념과는 아주 먼 이가 대통령직에 뽑혔는지 등을 이 캠페인을 통해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발검 무적이라는 인물을 직접 만나보지 못하고 글로만 접한 내 입장에서 김 교수의 스승이라는 점을 떠나 매일같이 그 방대한 양을 쓰는 것도 그랬지만 그가 얼마나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서 치를 떨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바꾸는 것이 위로부터의 개혁이라던가 배운자들이나 정치하는 이들로부터의 개혁이 아닌 정작 실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국민들, 바로 우리들이 바꿔나가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다양한 글 속에 녹여놓았는지를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그 멋진 사상과 유려한 글을 보며 감탄하고 공감하고 당장이라고 뭔가 할 것 같았던 이들은 그저 겉멋 들려 학창 시절 문예부실을 기웃거리던 먹물 좀 먹은 티를 내고 싶어 하는 가짜들 투성이었다.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이른바 ‘좋아요’에 해당하는 ‘라이킷’을 누르는 것으로 자신의 할 도리를 다 했다고 착각하는 이들부터 댓글을 통해 뭔가 의식이 있는 것처럼 사안에 대해 관심이 있으니 제대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명해달라고 썼던 자는 그 이후에 발검 무적이 다시 설명을 하고 요약한 부분에 대해서 이후 피드백이 없었다. 그저 배설하듯 자신이 의식 있는 사람처럼 댓글 한 줄 남겼다는 생색을 내려는 글쓰기를 흘리고 갔을 뿐이었다.


발검 무적이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요구했던 것은 명료하고 간단했다. 이 사건에 대해 더 많은 이들이 알 수 있도록 퍼트려 달라는 거였다. 그전까지 발검 무적의 글을 탐독하고 댓글을 통해 소통했던 이들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었기에 시작은 기대할 만도 했다.


나름 작은 회사를 경영한다고 하며 의식이 있는 척 발검 무적의 글쓰기에 매료되어 팬을 자청한다는 사람부터, 그저 일찍 퇴직한 시골 촌로(村老)이면서 자기가 왕년에는 잘 나가던 상사맨이었다고 나대고 싶어 하는 중늙은이, 심지어 자기가 교육사업을 하면서 이런 불의에 대해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겠다는 아이 엄마에 이르기까지 뭔가 그들에게서 나오는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