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그들과 다르다는 이들의 민낯 - 3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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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 자체가 그런 폐쇄적인 입만 살아 물에 빠져 입만 동동 떠다니는 이들이 기생하는 곳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의 그 모양 그대로를 재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발검 무적 작가의 캠페인 글을 찾아 읽고 그 글을 읽은 이들의 댓글이나 그 소통을 나 객관적으로 살펴보면서 제삼자인 나 역시 마음이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데이터를 정리한 카페에 소회를 남긴 발검 무적 작가의 글을 보더라도 내가 느낀 느낌은 나만의 것만은 아니었다. 발검 무적 작가가 진행과정을 정리한 내용을 보면, 아주 무관심한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에 살고 있으면서 어떻게 해서든 참여를 하겠다고 밝힌 아이 엄마도 있었고,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해 지금 소송을 진행 중인 사립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불명예 퇴진한 분도 있었다.
물론 발검 무적 작가의 소회에 적혀 있던 내용에 의하면 그가 과연 브런치라는 공간을 통해서 엄청난 파급력이나 파괴력을 발휘할만한 무언가가 터질 것이라고 여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 같은 기레기들만 검색을 해도 수두룩 하게 나오고, 국회의원에서부터 자기 변호사 사무실을 홍보하려는 변호사들과 사무장, 그리고 회사를 운영하며 홍보하겠다는 이들,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 문예부실을 기웃거리며 이제라도 어떻게 책이라도 하나 내고 정말로 ‘작가’라고 불릴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 출판사에 구걸하듯 글을 올리는 이들, 자기가 의사라고 의학적인 상식을 근사하게 포장해서 내밀거나 한국도 아니고 정식 의대 출신도 아닌데 미국으로 가서 겨우 의사가 되어 한국어로 쓴 책을 한국에 내서 자신의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다른 독자들을 통해 풀려는 이까지 정말로 다양한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글쓰기 플랫폼에 모여 있었다.
문제는 그들 중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자기가 속해 있는 자리에서 그 직업을 통해 조금은 더 힘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이었음에도 모두가 하나같이 가식 어린 짓으로 그저 지나쳐갔을 뿐 잘못을 바로잡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움직임을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발검 무적의 긴 소회 글을 읽으며 내가 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 한 구석이 아려올 정도였지만 그 긴 문장 중에서도 한 가지가 그 은밀한 공간에서 메아리치며 끊기지 않아 나를 괴롭혔다.
이제 막 자라고 있을 아이 엄마라고, 사회의 변화를 촉구한다며 글을 쓰고 자신의 활동을 자랑 범벅으로 쓰고 홍보하던 이가 그것을 묶어 책을 냈다고 하더라. 책을 내는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을 기운이 없었다. 그 책이, 혹은 그녀의 글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무식한 내 머리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바쁜 와중에 아이를 키우고, 늦깎이로 공부를 시작했으며, 혹은 늙은 나이에 퇴직했다가 얼마나 대단한 곳에 재취업을 하셨는지 알 수 없으나 그들은 그 수많은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대면서 자신이 왜 이 캠페인에 동참할 수 없는지를 일일이 설명하지도 않았다.
그간 댓글로 소통이 있었던 몇몇 이들에게는 직접 댓글을 달아, 내 캠페인을 못 봤는지 물으며 관심을 보이는 것보다 실천으로 보여달라고 의견을 내밀었다. 그중 몇은 아예 갑자기 나에 대한 구독을 끊었고, 그중의 몇몇은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던지 나를 차단해버렸다.
나를 황당하고 황망하게 하는 일들은 연이어 일어났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며 눈물이 많았던 노년의 아주머니가 사회생활을 하는 아들에게 이 캠페인과 관련된 글을 다른 게시판에 올리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다가 왜 쓸데없는 짓에 나서느냐고 핀잔을 들었다며 돌아섰다.
교회와 성당을 혼용해서 쓰는 한 지방의 아줌마는 자기가 교회인지 성당에서 봉사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다며 참여하기 어렵다는 말을 남겼다. 그녀가 말하는 참여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마치 지하철에서 불법으로 사람들에게 구차한 게 물건을 전달하며 파는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게 수많은 변호사, 검사, 판사, 출판사 사장, 편집장, 신문기자, 방송기자, 드라마 피디, 직업군인, 경찰, 경찰대 교수, 명문대 교수들, 고위 공직자 출신의 퇴직한 이들 등등. 그 모든 이들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그저 수면 위에 코까지만 빼꼼히 얼굴을 빼고 자신들의 민낯이 드러나 보일까 봐 꽁꽁 숨었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듯이 이 일에 대해서는 모두가 듣고 보고 알지만 그것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의 더럽혀진 양심을 지저분하게 갈아입지 않은 속옷을 내보이는 것보다 더 추하다고 여겼는지 입밖에 꺼내지 않으며 그들이 이제까지 해왔던 반상회식 댓글 소통을 이어갔다. 그들은 그저 최근에 유행하던 드라마를 이야기했고, 그럴싸해 보이는 책 서평을 썼으며 오래된 영화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저 그렇게 그들의 소시민적인 삶을 영위했다.
참다못해 욱하며 쓴 몇 가지 표현에 불편하다며 직접 댓글을 달며 굳이 그렇게까지 강한 표현으로 사람들의 양심을 후벼 파는 것이 캠페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당당히 고개를 들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자들까지 있었다. 그 몇몇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짧지 않은 이 인생을 살면서 나는 부끄럽지 않고 열심히 바르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고 그리고 내가 속한 생활 내에서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다고. 그러니 작가님이 주도하는 캠페인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양심 없고 개념 없는 자들로 매도하지 말아 달라고.
실제로 나는 그들에게 뭐라 직접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꺼낸 적이 없었다.
다만, 분명한 구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을 뿐이다.
환경운동을 한다는 자가, 더 큰 환경운동을 하기 위해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길가에 내버리고 당장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강연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모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인이가 죽고 나서 정인아 미안해 어쩌고 하며 SNS에 사진 도배질을 하고 정작 검찰에서 사건을 묵살해버렸는데 양천 경찰서 앞에 가서 눈물을 흘리며 시위를 하는 것이 과연 정말로 그들이 말하는 정의라면 그렇게 많이 공분한 이들의 분노를 사회의 부조리를 바꾸는데 써달라는 외침을 외면하지 말고 퍼트려서 진실을 밝히는데 도움을 달라는 것이 다였다.
발검 무적의 캠페인이 시작되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도저히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 같다며 발검 무적은 카톡 오픈 채팅방까지 만들며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고자 했다. 그렇게 카톡 채팅방에 몇몇 사람들이 들어왔고, 웃지 못할 해프닝도 터졌다. 아이 엄마이면서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올인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사람이 등장한 것이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약까지 먹어가며 불안정하다는 고백 아닌 고백까지 하며 나섰던 그 아이 엄마의 열성마저도 채 한 달도 넘지 않아 자연스럽게 사그라들었다.
그 아이 엄마가 자기 가족이 문제의 사건이 터진 지역구의 관할 교육청에 높은 자리에 있다면서 그쪽으로라도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던 것이다. 그 뜻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그녀의 가족이라는 나이 든 교육청 간부는 자신이 왜 소환되었는지 왜 언급되었는지조차 당혹스럽다며 발을 빼면서도 굳이 해외에 있던 발검 무적과 유선통화까지 요구하면서 ‘당신이 사건 당사자도 아니면서 사건의 진실을 어떻게 담보하겠다는 것이냐?’ 혹은 ‘지금 사건의 진실 여부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 뭐가 있느냐?’ 따위의 시골 분교 초임 교사가 할만한 짓을 해놓고서는 궁극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냐는 발검 무적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저희 교육청에도 아무래도 아동학대가 아예 다른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분들이 상황을 중재하거나 사실관계를 보고하시기 위해 왕래하시기도 하고 파견 나와 있기도 하거든요.”
“네. 그런데요? 그분이 경찰서장급이던가요?”
그 사람의 신분이 고작해야 연락관급의 경위 이하의 계급이라는 것을 발검 무적이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거들먹거리면서 자신이 교육청의 간부로서 이 일에 마치 뭔가 도움을 줄 것처럼 말하는 그 후안무치한 태도에 조금이라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겨 물은 질문이었다.
“아, 뭐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높은 직위의 간부라고 알고 있는데, 저는 교사 출신이라 그런 건 잘 몰라서요.”
“네. 꼭 물어보세요. 그리고 정작 그 사람이 소속되어 있는 중양서의 수사관이 저지른 진실 은폐 수사 비리에 대해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인지도 꼭 물어봐주세요.”
“그건 무슨 말씀이시죠?”
“제가 이 사건을 접하고 확인하면서 단 한 번도 양심을 가지고 자기 조직의 잘못에 대해서 바로잡으려고 드는 경찰을 단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거든요. 초중고 선생님이라고 하는 이들은 다른지 한번 보여주시죠.”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건 없구요.”
“아니요. 무슨 같잖은 시비를 걸자는 의미가 아니라 진심을 말하는 겁니다. 정말로 교육청에 있으면서 아동학대에 대해서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부분을 바로잡아야 할 의무를 가고 계신 위치가 아닌가요?”
“말은 맞는 말씀인데, 지금 그 목사의 아이는 피해 당시에 돌이 갓 지났다고 하셨으니 지금 2년 여가 지났으니까 아직도 미취학 아동이고 미취학 아동이면 저희 교육청에서 뭔가 할 수가 있는 것이...”
발검 무적은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육두문자가 튀어나오려는 것을 혀를 질끈 물으며 참았다. 교육청의 나름 높은 분이라는 그 여자의 논리는 아주 단순했다. 자신을 소개해준 가족인 아이 엄마가 지금 너무 이 일에 몰두하고 몰입한 나머지 식음을 전폐하고 오로지 이 건만에 집착하여 매달리고 있으니 적당히 설득해서 아이 엄마가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자신이 이 일을 처리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으니 이제 그 아이 엄마는 빠질 수 있게 조언해달라는 것이었다.
발검 무적은 무척이나 어이가 없었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마치 마약중독이나 게임중독 혹은 도박 중독에 걸린 가족들이 와서 절대 자기 가족인 피해자가 와서 그것을 제공해달라고 매달리더라도 그것을 제공해주지 말라는 상황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발검 무적이 어이가 없어 한 마디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어차피 직접적으로 이 일을 해결하는데 나서지 못할 거라면 조만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흥미를 잃어버리고 말 겁니다.”
“흥미요?”
“네. 흥미요.”
“이게 흥미를 붙여서 한 일이라고 스스로 폄하하시는 건가요?”
“아니요. 정말로 사회의 부조리를 바꿔나가겠다는 사람들은 일단 자신의 의지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실천을 보입니다. 아직 그 아이 엄마는 구체적인 무언가를 가시적으로 보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아는 정신과적인 부분으로 분석하더라도 정말로 어떤 사회문제에 대해서 해결하기 위해 사회활동을 하시는 분들 중에는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힘들지언정 어떤 문제가 생겨서 식음을 전폐하면서 객관적으로 문제 해결을 하는 것이 저해가 되는 일을 벌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음.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정말로 알아들으셨는지 의구심이 가긴 하지만, 알아들으셨다는 말을 믿고 최소한 내일이나 모레 그 경위에게 중양서의 사건을 서장에게 보고해서 제대로 문제를 해결할 용의가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저와 통화하시는 교육청의 높으신 분께서 정말로 이 사건에 대해 문제 해결 의향이 있으신지 실천으로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니, 그게. 꼭 뭔가 해결하겠다는 것까지는... 하여간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그녀에게서 다시는 유선연락이 오지는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던 그녀에게 메시지를 남기자 그녀가 남긴 답변은 그야말로 예상했던 범주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교육청에 오가시는 경찰분은 나름대로 노력을 하시겠다고 약속해주셨고, 저희도 교육청 차원에서 공문을 지역구 각 학교에 보내서 아동학대가 벌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아이들에게 지도하고 교직원들에게도 사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인지하라고 하였습니다. 저희 교육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가 전부인 것 같습니다.
발검 무적은 연구실 어디에도 그의 말을 들을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차마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입모양으로만 육두문자를 찰지게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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