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을 믿으세요?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407
전혀 사랑하는 않는 것보다는 사랑을 하고 실연을 당하는 것이 더 낫다.
-알프레드 테니슨-
나는 운명을 절대로 믿지 않습니다.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든가, 한 번 헤어졌음에도 계속 만나게 된다든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내 눈앞에 나타난다든가, 하는 우연을 자신의 주관에 의해 끊임없이 운명론적으로 연결시키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저 자신의 편의상 만들어 내어 상대를 꼬시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자신의 생각대로 꼭 맞추려는 고도의 심리전술인지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서 입니다.
우연히 읽게 된 소설가의 100퍼센트 여자친구를 만나는 일에 대하여···라든가?
그와 같은 단편 소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뭐, 대단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언젠가 내가 경험할 수 있는 그리고 여러분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은 그 소설가는 아주 담담하고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제목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그 소설이 내게 그렇게 상큼하고 신선한 이미지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내가 기다리고 있는 그 누군가도 100퍼센트일 것이라고 말입니다.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 남자는 언제부턴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늘 서 있는 소녀를 한 명 보게 됩니다.
그 소녀는 소녀라고 하기엔 객관적인 나이는 아마도 너무 들어버렸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문득 그는 그 소녀가 자신이 이제까지 기다려 오던 자신만의 100퍼센트 여자친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도 엉뚱한 상상과 엉뚱한 기대였는지도 모릅니다. 서른세 살의 남자는 서른 살의 소녀를 바라보면서 소녀랄 수 없지만 자신에게는 너무도 아름다워 100퍼센트의 아름다움으로 각인되는 그녀에게 어떻게 자신의 관심과 사랑을 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래서 그는 옛날 얘기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저 상투적인 말로 그녀에게 접근했다간 그녀는 아주 작은 파랑새처럼 나이 먹은 남자의 주책정도로 그를 비웃어 버리고 말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남자는 조용히 앉아서 그녀의 너무도 맑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어느 한 옛날에 소년과 소년이 살았다.
소년의 나이 18살, 소녀의 나이 15살이었다.
소년과 소녀는 서로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길을 엇갈려 가던 중이었다. 서로 마주치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100퍼센트 존재가 나타났다는 것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굳이 서로에게 그것을 말할 이유가 없었다. 너무도 명확히 서로에 대해 100퍼센트 흡족한 상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생각은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다시는 해선 안될 의구심이 들고 말았다. 소년이 먼저 그 생각을 말했다.
“만약···,만약 말이야. 우리 두 사람이 100퍼센트의 사랑이라면 말이야. 그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것이 확실하다면 우리가 다시 만날 그때, 그때까지 서로에게 100퍼센트라는 확신이 든다면 그때 우리 결혼을 하자.”
소년의 생각을 듣고 소녀는 의구심도 있고 소년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다면 그때 다시 만나기로 해.”
그렇게 두 소년, 소녀는 길을 떠났고 서로 가려던 길로 갔다.
그렇지만, 두 사람에게 운명은 너무도 짖꿎었다. 어느 날 유행하기 시작한 지독한 인플루엔자는 두 사람모두를 심한 오열과 아픔 속에 가두어두고 두 사람의 기억을 모조리 집어삼키고서는 겨우 잠들었다. 그렇게 돼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기억을 너무도 쉽게 지워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16년이라는 세월은 그들에게 나이를 먹여갔고 그들의 모습은 이전의 누군가가 보아도 서로 몰라볼 정도로 변해있었다.
남자는 늘 그렇듯이 자신이 늘 다니던 길로 산책을 나왔고 여자는 누군가에게 쓴 편지봉투를 들고서 우표를 붙이고 편지를 보내려 나서던 길이었다. 멀리서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가던 두 남녀는 어렴풋한 기억의 한 가닥이 자신들을 흔드는 걸 알았다.
두 사람은 생각했다.
‘저 사람이 나에게 100퍼센트의 존재일지도 몰라. 그런데 어떻게 말을 전하지? 그저 말을 걸었다가는 우스워져 버리고 말 텐데. 어째야 하지?’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시선을 지우며 너무도 희미해져 기억할 수조차도 없는 그 16년 전의 약속을 잊고 말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갈길로 엇갈려갔다.
여기까지 생각한 남자는 그렇게 말을 했어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모든 얘기를 그녀에게 전하면 그녀도 반드시 자신의 말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지나쳐 손에 든 하얀 편지봉투를 들고 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는 그렇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래. 그렇게 얘기했어야 했어. 그랬었다구···후훗.”
그러고 보니 나는 인연을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나는 인연을 믿습니다.
나의, 또 다른 한 짝이(100퍼센트 완벽한 한 짝이) 어딘가 길에서 만날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당신은 인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이 믿고 있는 것을 당신이 직접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로 인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두 사람이 인연이라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는 말을 나는 믿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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