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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Sep 03. 2021

의사라는 직업을 특권이라 착각하는 녀석 참교육시키기

보건소 근무 의사는 공직의인가? 아닌가?

개강 시즌이다.

나 역시 이제 개강을 위한 출국을 일주일밖에 남겨두지 않았다.

이것저것 잡다하게 준비하는 한편, 가족들을 위해 내가 있어서 늘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 내가 없어서 신경 쓰일 것들을 미리 준비하고 챙겨두느라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고 괜스레 마음만 심란스러웠다.

비자 때문에 AIDS 검사를 하러 가느라 정신 놓고 있던 보건소 여직원을 참교육한 것이 엊그제였다 싶었는데, 정작 출국을 앞두고 PCR 검사를 비행기 탑승 72시간 전에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그 인연으로 만났던 팀장이 생각났다.

https://brunch.co.kr/@ahura/220

먼저 인터넷에 간단히 알아보니 PCR 검사는 보건소에서 영문 확인서를 발급해해주지 않고, 가장 저렴한 것도 11만 원 정도 드는 비용을 내고 일반 병원을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 내가 아니다.

뭔가 이상했다.

왜 선별 진료소까지 만들어 PCR 검사를 하는데 확인서를 국가기관에서 발급해주지 않는다는 것인가?

심지어 발급을 받더라도 인천공항에서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쓰여있었다.

그럴 리 없다.

외교부에 확인부터 했다.

전혀 그런 정보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를 통해 크로스체크를 했다.

역시나 걔들도 잘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결국 몇 군데 크로스 체크를 하고나서야, 진실을 알게 되었다.

애초부터 출국하는 이들이 대폭 줄었고, PCR 검사를 요구하기 전에는 문제가 안되었었는데, 이제 검사를 요구하고 출국하는 이들이 조금씩 믈기 시작하면서 보건소에서도 영문 확인서를 발급하라고 지침에 따라 제도를 바꿨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눈을 감게 하는 이들이 있었다.

쏠쏠하게, 검사만으로도 도장 한  찍어주고 10만 원 이상씩 받는 일반 병원들이었다.


그럼 그렇지.

외교부와 보건복지부에 간단하고 따끔하게 제대로 정보를 공유하고 공표하라고 얘기했지만, 그들이 지자체 보건소들과 지침과 공표를 통해 제대로 알릴 것을 기대하는 내가 어리석어 보였다.


그리고나 지난번 인연이 닿아 만나고 왔던 보건소 감염관리팀장에게 연락을 했다.

연락은 쉽지 않았다.

바쁘고 정신이 없겠지 싶어 며칠 있다가 겨우 문제의 발단이었던 여직원을 통해 메모를 남겨 통화를 하게 되었다.

"PCR 검사요? 영문 확인서요? 아, 저희도 지침 같은 거 못 받았는데, 말씀 들으니 해드리는 게 맞네요. 그런데 당일 검사 결과가 안 나오고 서류까지 해드리려교수님이 두 번 왔다 갔다 하셔야 하는데 불편하지 않으시겠어요? 괜찮으시면 출국하시기 전에 커피나 한잔한다 생각하고 오세요. 해드릴게요."

그렇게 출국 이틀 전에 검사 약속을 했다.

사실 먹고 있는 고혈압약을 1년 치 처방받아야 하고, 아무래도 한국 사람이니 한국 감기몸살 약도 한 일주일치를 여분으로 챙겨갔으면 했다. 그런데, 팀장의 말에 의하면 그쪽에서 처방전까지 해주는 건 좀 곤란하다고 했다. 병원에 있는 녀석들이나 약국에 있는 녀석들에게 말하면 어려울 일도 아니긴 했지만, 뜬금없이 전화해서 그런 걸 말하기도 좀 그랬다.

물론 외교부가 위치한 종로구 보건소에 가면 해준다는 건 알았지만, 굳이 강남에서 막히는 길을 운전하고 가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강남 인근 있는 보건소를 알아봤다. 그래 봐야 3군데, 강남구 보건소는 그야말로 코로나 일선 전쟁터이니 논외로 하고 이니셜 S로 시작하는 보건소 두 군데였다.

그중에 거리가 가장 가까운 곳에 전화를 걸었다.

여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먼저 신분을 밝히고, 간단히 전후 사정을 말하고 서울시 보건소 관리를 하는 시청의 주무관과 보건복지부 관련 책임자와 통화를 했더니 이렇게 안내를 하더라라고 설명까지 했다.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말을 끊었다.

"저희는 코로나 때문에 진료업무를 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안된다고요."

살짝 날이 서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어디에 전화 걸어서 어떤 안내를 받았다고 설명하지 않았던가요?"

"그러면 그분이 어디의 누구신지 저한테 전화하라고 하세요."

"네? 그럼 당신 직함과 성함을 메모 좀 하겠습니다."

목소리가 차갑게 깔리자 그녀가 움찔했다.

"저는, 사실 의료직원이 아니구요. 여기 지금 정직원도 아닌데..."

"그런 사람이 그따위로 말합니까?"

"아니, 그냥 진료가 안된다구요."

"진료를 받겠다고 한 적 없습니다. 기존 처방전의 기록과 외교부에서 왜 나가는지에 대한 증빙서류 제공해주고, 비행기표까지 있으면 1년 치 처방전을 해준다고 합디다. 이 말, 내가 3번째 합니다. 거기 의료담당 책임자가 누굽니까?"

"아, 저기 그러면 제가 간호사분한테 여쭤볼게요. 오늘 휴가라 안 나오시긴 했는데..."

"기다리겠습니다."


5분도 안되어 전화가 다시 왔다.

"진료는 안된답니다. 그런 줄 아시라는데요."

"이 사람들이 점잖게 대해주니까 정신을 못 차리나, 그 간호사가 거기 책임자입니까? 그리고 내가 진료를 봐달라고 했어요? 똑바로 설명 못합니까?"

"왜 저한테 화를 내세요?"

"그 간호사의 전화번호를 나한테 주기 어려우면 내 번호를 알려줘도 좋으니 나한테 연락하라고 하세요."

"오늘 휴가라 집에서 쉬시는데 꼭 전화를 받으셔야겠어요? 그냥 내일 출근하시니까 전화하시면 안돼요?"

"하아! 지금 보건소장한테 연결해줄래요? 아님 내가 전화를 할까요?"

"그러세요, 그럼. 보건 소장실이라고 되어 있는 전화번호가 어디 있어?"

그녀가 옆자리의 아줌마에게 물어가며 번호를 알려줬다.


보건소장에게 전화했지만 연결이 안 되었다. 바로 조직도에서 의약과장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대신 받았습니다."

의약 1 팀장이라며 전화를 받은 그녀는, 의약과장이 집안의 먼 친척이 상을 당해서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신분을 밝히고 짧게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말했다.

"정직원도 아니라는 그 여자가 처음엔 자기가 책임자인 것처럼 얘기를 하질 않나, 간호사는 휴가를 쓰러 갔다면서 전화하지 말라고 하고, 먼 친척 상 당했다는 핑계를 대고 과장은 휴가를 쓰고, 원래 거긴 그런 식으로 돌아갑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말씀하신 대로 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내일 오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렇게 하루를 기다려야만 했다.

다음날 오전, 그러니까 오늘 오전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교수님. 연락 늦어서 죄송한데요. 진료는 할 수 없다는데요?"

"누가 진료를 받겠다고 했습니까? 왜 여긴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먹어요?"

"네?"

"어제 그 여자 직원이 전화를 받아서는 자기네 보건소에 진료를 받으신 기록이 있으면 그렇게 해드릴 수 있다는 둥, 그런 분들에 대해서 선별 진료소에 가지 않고 본 보건소에 내과 선생님이 근무할 때는 처방전을 내드린다는 둥 헛소리를 한 건 다 뭔데요? 후우~!"

"아, 그러면 제가 다시 한번 진료하시는 선생님에게 여쭤보고 전화드릴게요."


그렇게 슬슬 워밍업을 하듯 열 받게 하기 시작한 전조는 자신이 내과 전문의라며 거들먹거리며 전화를 건 젊은 녀석의 목소리에서 시동을 걸었다.

"아, 교수님. 제가 어제 보고를 받았는데, 오늘 오전에도 연락이 와서 이제야 좀 시간이 생겨서 연락드렸습니다. 지금 선별 진료소인데요. 방호복을 벗었으니까 한 20분 정도 편하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사실 정신과에서 환자들을 상담하는 일을 짧지 않은 시간 하면서 본의 아니게 그들을 읽어내는 것이 내 일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습관으로 나는 전화든 대화든 첫마디에 그의 습성, 습관, 가족관계, 열등감의 원인, 트라우마 등을 읽어내는 것이 반사적으로 이루어졌다.

짧은 첫마디였지만, 아주 버릇이 잘못 든, '자신이 내과 진료를 총괄하는 책임자'라는 거들먹거림에서 거슬림의 시동이 제대로 걸리는 소리가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왔다.  

그 거슬림을 억지로 억누르며, 신분을 밝히고 자초지종을 다시 설명하고, 네가 책임자라 하니 처음에 정직원도 아니면서 전화를 그따위로 받은 여자와 지금 너에게 전화를 떠넘긴 그 무책임한 팀장에 대해서 어떻게 관리책임을 물을까 하고 질문을 던졌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지금 저희가 서울시에서도 확진자수가 수위를 달리고 있는 구인지라 진료를 할 수가 없어서요."

"진료해달라고 한 적 없는데요. 기존 처방전에 나온 거 가지고 원래 먹는 혈압약 1년 치 처방전만 받으면 됩니다. 1주일치 종합감기약 처방전도 부탁할 수 있으면 하고 싶구요."

"아,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지금 드시는 고혈압약이 뭐지요? 아 그거요. 잘 알죠. 가장 약한 1단계의 약이네요. 해드리는 건 문제가 아닌데, 그러면 제가 특별히 한 달치는 처방전을 내드릴게요."

"지금 나랑 무슨 거래한다고 착각합니까? 지금 내가 법적으로 안 되는 거 나한테 해달라고 서울대 제자한테 와이로 넣는 겁니까? 왜 말을 그런 식으로 하죠?"

"아니 제가 교수님을 언제 봤다고 1년 치 처방전을 내드립니까?"

"그럼 언제 봤다고 한 달치는 해준다는 거죠?"

"어, 그건 초진이고, 초진이면 한 달치는 해드릴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한 달치는 되는데 1년 치는 안 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면 내 납득하리다."

"아니, 교수님은 누군지 잘 모르는 학생한테 성적을 줄 수 있습니까?"

"이것 봐요. 진지하게 얘기하려고 하는데 찬물 끼얹어서 미안한데, '비유'라는 건 상대방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해당 사안과 유사해서 적확하게 매칭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걸 지금 비유랍시고 든 거예요?"

"왜요? 뭐가 잘못되었나요?"

"안 되는 머리에 되지도 않는 비유 만들어낼 거 없이, 직접 설명해보세요. 한 달치는 해주는데, 1년 치는 안된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종로구 보건소의 30년 차 의사도 해당 구비서류가 증빙이 되면 처방전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 의사는 본인보다 능력이 부족하고 연차가 딸려서 그런 말을 했을까요?"

"그러니까 그냥 차 가지고 종로구 보건소 가시면 되잖아요, 왜 우리한테 이래요?"

"자아, 내 말 잘 들어요. 어차피 내가 처방전 하나 못 내서 지금 이러는 거 아닌 건 알겠죠?"

"그런데요?"

"당신의 그 버릇없는 언행이, 내가 누구인지 밝혔는데도 그따위로 오만방자한데, 다른 사람들한테는 오죽할까 싶어서 내가 오늘 그쪽 보건소에 가서 당신 명의로 처방전 반드시 받아내야 되겠는데?"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저희는 지자체 소속이라 서울시청이든 보건복지부든 지침을 따를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우리 보건소장님이 지금 공석인 상태예요. 지난 6월에 정년 퇴임하셔서 코로나 때문에 내내 공석이에요. 서울시에 그런데 많아요."

"내가 마지막으로 얘기할게요. 지금 내가 원칙을 어기고 나한테 특혜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분명히 설명 다 했고, 정식으로 요청했어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예의도 없고 기준도 없이 나오면 내가 넣을 수 있는 압력을 동원해서라도 당신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을 거예요. 그러면 당신은 내 앞에서 다시 백배사죄하는 일이 생길 거예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그러지 말라고요. 어차피 본소에 와서 근무하고 처방전 내는 업무 하잖아요. 좋게 마무리 지읍시다."

"됐고요. 저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나도 학교와 내 신분을 말했으니 결례가 안된다면 물을께요, 당신 어느 학교 출신입니까?"

"네? 그, 그건 개인정보인데요."

"그래서 결례가 안된다면 알려줄 수 있냐고 정중히 묻잖아요."

"그게 중요한가요?"

"당신은 중요한 것만 물어요? 그럼 됐고, 당신 관리의무가 있는 상관이 누굽니까?"

"네? 그, 그건 제가 말씀드릴 필요성을 못 느끼고요. 정 필요하시면 인터넷에 조직도 찾아보세요. 그리고 할 수 있는 거 있으면 압력을 넣든 민원을 넣든 다 해보세요."

"개인병원 원장도 이따위로 나오면 보건소에 민원이 들어가요. 당신은 공공기관 소속의 공직의예요. 당신이 문제 있는 행동을 했을 경우, 나는 당신의 관리의무를 갖는 상관이 누구인지 물을 수 있고, 당신은 그것에 답할 의무가 있다고요."

"아, 전화 끊습니다."

그렇게 전화는 끊겼다.


똑같은 리벤지의 반복.

구청장실에 전화를 넣었고, 전화를 기다리는 동안 어제 먼 친척의 상을 핑계로 푹 쉬고 돌아온 의약과장의 전화를 눌렀다. 또 1 팀장이라는 오전의 삽질녀가 전화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이 뭘 그렇게 버릇없이 굴었다고 과장님을 다 찾고 그러신데요?"

"내가 당신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야 합니까? 과장 자리에 돌아오는 대로 연락 주세요."

전화는 오지 않았다. 과장의 자리 번호로 전화를 다시 걸었다.

과장이 받았다. 과장은 눈치가 빠른 여자였다. 내 소개를 듣고, 자조치종을 들으면서 가만히 숨죽이고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피날레 한 마디.

"자아, 과장이 나 같으면 열 받아요, 안 받아요?"

"아, 교수님이 화나시게 직원들이 응대를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리는데요. 의사 선생님인데 녀석이라고 하시면 제가 듣기가..."

"과장이 어떻게 듣는 게 나한테 지금 중요하지 않으니까 용건만 간단히 합시다. 내가 지금 구청장실에 전화해서 구청장 전화를 기다리는 중인데, 어차피 월요일 오전에 그쪽으로 갈 거예요. 내가 구청장실로 바로 가서 그 의사라고 착각하는 녀석과 과장, 나 이렇게 4명이 자리에 앉아서 그 녀석이 얼마나 버르장머리가 없었는데 함께 들으면서 얼굴이 붉어지고 책임을 물을까요? 아니면 내가 필요한 서류 준비해서 내과 진료실로 가서 1년 치 혈압약 처방전과 1주일치 감기약 처방전을 받고 그 녀석에게 백배사죄를 받는 것으로 마무리해드릴까요?"

"네? 아니, 교수님. 굳이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어요? 그냥 인근의 다른 보건소나 대학병원에 가시면 편하게 받으실 수 있으실 텐데 그렇게 불편한 의사한테 굳이 받으실 필요가..."

"과장님. 얘기 잘하셨어요. 다른 사람들 같으면 벌써 그냥 다른 데 가서 편하게 받고 그런 녀석 머리에서 지울 거예요, 그쵸? 그런데 내가 못되먹은 성격이라 안 되겠어요. 이런 녀석은 이 참에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아야 해요. 내가 이번에 그 녀석이 그나마 자랑이라고 여기는 그 자리에서 떨궈지도록 확실하게 교육시켜줄게요."

"아이, 정작 처방전을 내는 건 의사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안 하겠다고 하면...."

"과장이나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오냐오냐하니까 그 녀석이 지금 자기가 진짜 선생인 줄 알고 그따위로 구는 거 아닙니까?

"에휴,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정 그러시면 제가 선택할 건 아니고, 그 선생님에게 전화 걸어서 물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 녀석에게 내가 한 말 그대로 전해주세요."

그렇게 그녀에게서 10여분 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교수님. 의사 선생님이 월요일에 내과 진료실로 오시랍니다."

"백배사죄하고 그렇게 처방전을 내겠다고 인정하던가요?"

"그건 아니구요. 자기가 교수님이 오시면 직접 설명드리고 그렇게 처리하겠답니다."

"걔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네. 어떻게 그따위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지방대 나와서 보건소를 전전하며 지가 그 동굴에서 왕입네 하면서 지냈나 본데, 지가 나름 똑똑하고 주변에서 선생님 선생님 하니까 지가 진짜 선생인 줄 아네. 설득이고 나발이고 오늘도 전화통화니까 그냥 넘어갔지, 월요일에 이따위로 내가 진료실로 가면 그 이죽거리는 녀석을 가만히 둘 것 같습니까? 진료실 난장판 한 번 만들고 구청장실에 내가 가서 과장이랑 그 녀석 불러요?"

"아이, 왜 자꾸 그러세요."

"마지막으로 옵션을 줄게요. 아까 정리했던 것처럼 내 요구사항은 명료해요. 녀석이 오늘의 오만불손한 언행에 대해서 백배사죄하고 1년 치 혈압약 처방전과 1주일치 감기약 처방전을 내주던가, 그렇지 않으면 오늘 금요일이니까 주말 내내 구청장실에 끌려가는 상상 하면서 심장 쫄깃하게 보내봐요. 그래서 구청장실에서 적나라하게 녀석의 버르장머리 없는 목소리 함께 들으면서 끝장을 보고 인사고과 반영되는 것까지 다 봅시다. 과장님이 결정 낼 거 없이, 그 녀석한테 전해요. 퇴근시간 지났으니까 내가 30분 줄게요. 30분 안에 녀석이든 과장이든 나한테 전화가 오면 내가 서류 준비해서 월요일에 내과 진료실에서 얼굴 보고 사과받으면 얘기하고, 30분 안에 전화 안 오면 그런 줄 알고 월요일 구청장실에 약속 잡고 그쪽에서 연락 가게 해드리리다."

"아, 알겠습니다."


결론이 어떻게 되었느냐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예상하는 대로 10분도 되지 않아 과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교수님. 의사 선생님이 교수님 원하시는 대로 다 하겠답니다. 제가 중간에서 죽을 맛이네요. 월요일 오전에 서류 준비하셔서 내과 진료실로 오시면 됩니다."

"과장님.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입니까?"

"제 말이요. 교수님. 이게 이렇게까지 몰아세우실 일은..."

"나한테도 그렇게 구는 녀석이면 도대체 의료 시스템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얼마나 오만방자하게 굴지 안 봐도 뻔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고 나는 그런 잘못된 행동을 하는 자가 선생이랍시고 우리 사회에 늘어가는 꼴, 절대 볼 수 없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네. 맞는 말씀이십니다. 이제 노여움 푸시고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굳이 내가 이 반복되는, 즐겁지도 않은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에도 적었지만, 이 의사라는 녀석은 아마도 이런 꼴을 처음 당하는 것일 게다.

그들은 늘 말한다.

해볼 테면 해보라고.

그래서 정말 해주면, 다시 눈물을 글썽거리며 그들의 조직 장 앞에 끌려와서 말한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셔야 하느냐고.

그러면 나는 반드시 그런 자들의 면전에 가까이 다가가 말한다.

그러니까 내가 먼저 정중하게 부탁하지 않았느냐고 왜 내 말을 듣지 않았느냐고.

나에게는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들에게는 처음 당하는 회초리.

한 번의 회초리로 그 썩은 인성이 고쳐질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맞지 않으면 절대 고쳐지지 않을 그 버르장머리를 누군가는 반드시 혼쭐을 내야 한다면,

그리고 부러 찾아다닐 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직접 목도했다면,

나는 그것에 눈감고 못본 척 피해 다닐 생각은 결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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