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건에 대해 많은 독자분들이 고구마 수십 개를 먹은 기분으로 남아있게 하기 뭐해서 결과보고서를 쓴다.
어제 마침 전화를 끊고 그 감찰수사팀의 현직 경찰 녀석의 상관이라는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침에도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그의 생각, 그들의 생각은 뻔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정도 의도적으로 무시하면 지풀에 지친다.
어쩌냐? 니들 사람 잘못 봤다. 잘못 걸렸다.
경찰청 본청에 전화를 넣었다.
그 경위와 그의 팀장인 경위의 족보를 보고받고 그들을 내가 어떻게 조져줄까, 물었다.
"제가 먼저 그쪽 팀에 전화해서, 녀석들에게 교수님께 전화 올리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전화를 끊고 채 10분도 지나지 않았다.
내가 서른 번도 넘게 누른 팀장의 전화번호가 핸드폰에 반짝하고 떴다.
"아! 팀장님. 이 전화가 통화는 되는 전화기였군요?"
"죄, 죄송합니다. 교수님. 제가 어제랑 아침 일찍 회의에 들어가느라 자리에 없었습니다."
"그럴 수 있지요. 왜 전화했는지는 아는 눈칩니다?"
"압니다. 죄송합니다. 다 들었습니다. 제가 어쨌거나 책임을 맡은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립니다."
"됐고. 다 들었다고 하니 하나 물읍시다. 감찰을 담당한 경찰이 감찰 보고서를 민원인에게 보내면서 결론을 '수사과정에 과오가 발견되어 징계 조치하였습니다'로 내리면서 그 문서의 시작을 '수사과정을 살펴본 결과 과정상 과오나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라고 쓰는 게 말이 됩니까?"
"으음, 말이 안 됩니다."
"그걸 당신 부하가 한 시간을 대답하지 못하겠다면서 버티고 개겼습니다. 이게 감찰을 담당한 현직 경찰이 할 짓입니까?"
"입이 열개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한 말씀드리자면, 수사팀의 능력은 수사로 결정되는데 수사는 잘하는 친구인데, 교수님처럼 법률 전문가도 아니고, 그쪽으로 훈련된 경찰도 아닌 친구들이 많은지라 말귀도 잘 못 알아듣고, 자기가 잘못 알고 있는 걸 우기는 친구들도 많긴 합니다. 저희 쪽 수사관이 부족한 것을 양해해달라고 말씀드리는 게 말도 안 되긴 하지만, 교수님도 이쪽과 무관한 분도 아니시고 잘 아시는 분이시니 너그럽게 용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말귀를 잘못 알아듣는 정도로, 이 당연한 대답을 안 하겠다고 한 시간 이상을 버티고 이죽거리는 게 법률적 상식이 부족하거나 지능이 부족하다고 변명하자는 겁니까?"
"아닙니다.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습니다. 뭘 우려하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제가 그 건을 담당하고 싶은데, 조직의 규정상 팀장인 제가 직접 할 수는 없고 원하시면 제가 직접 중간 보고를 드리거나 정 최 경위가 미덥지 않으시면 기피신청을 하신 걸로 해서 다른 감찰관으로 교체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옆 자리에 있는 친구로 바꾼다고 될 일도 아니니 그대로 하되, 팀장이 책임지고 이 사안에 대해서 체크하고 어설픈 결론 내리기 전에 나한테 피드백 콜 하는 걸로 마무리합시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그 버릇없는 최 경위에게 정중하고 예의 바른 사과 전화 넣으라고 꼭 가르치도록 하세요."
"아, 그게,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팀장과 전화를 끊고 차 한잔을 내리기 전에 전화벨이 울렸다.
"어제 전화드렸던 최 경위입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다른 때 같으면 '뭐가 죄송한데요?' 하면서 풀코스를 밟았을 텐데, 이제 더 이상 이 녀석의 가증스러운 목소리를 듣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짧게 끝내주려는데 이 녀석이 치고 들어왔다.
"죄송한데, 제가 또 수사 때문에 외근을 나가야 하는데 오늘은 짧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면 안 되겠습니까?"
살짝이었지만 강한 스팀이 머리로 올라왔다.
'이 놈 봐라?'
사과를 하긴 싫은데, 자기의 통제권을 가진 부모나 담임이 사과를 하라고 할 때, 사춘기 양아치들이 보이는 행동이다. 이 녀석은 어제 공범을 감싸는 묵비권 행사부터 소년원 들어가기 전에 억지 사과하는 양아치 코스프레까지 연기력이 무르익은 녀석이었다.
"그럼 내가 2분만 씁시다. 오늘 당신 팀장에게 질문했고 팀장의 대답은 이미 들었어요. 다시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수사이의제기팀에 있던 비리 경찰이 종로서의 잘못된 수사에 대해 의율 적용을 잘못한 수사과오가 인정되어 징계하였다.'라는 결론의 수사결과보고서를 민원인에게 보내줄 때, 그 문장의 시작을 '조사해본 결과, 수사과정 상에 과오나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라고 쓰는 게 정상입니까?"
녀석이 숨을 가다듬었다. 설마 확인사살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가보다.
"제 생각에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봐, 대답 잘하잖아요. 진작 이랬으면 내가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 안 하고 좋잖아!"
"죄송합니다. 그럼 오늘 좋은 하루 되십쇼~!"
그렇게 후다닥 치욕스러운 통화를 얼른 끝내려고 녀석이 말을 질러갔다.
"아니요, 잠깐! 어제 왜 전화를 했었는지 잊었어요? 일 얘기해야지. 오늘은 바빠서 지금 나가봐야 한다니까 어제 물어보려던 본 사안에 대해 언제 전화를 드리겠습니다,라고 얘기를 해줘야지요."
"네?"
"맞잖아요. 어제 용무가 있어서 전화한 거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끝낸다고?"
"아, 그럼 내일까지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그럽시다."
통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경찰은 인사에 가장 민감하다.
크게는 자신의 비위행위로 인해 옷을 벗게 되는 문제는 물론이고, 작게는 자신의 업무상 문제가 불거져 인사고과에 반영이 되기라도 하면, 진급이 늦어지거나 물 말아먹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에 인사에 가장 민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