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별로 그 혈액형이 나타내는 성향과 성격에 대한 분석이 나름 유행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것이 없던 시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녀들 취향의 잡지를 통해 전파되기 시작하여 일본 인기판본의 번역 단행본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시기가 있었던 것이죠.
사실, 일본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금세 현해탄을 건너 한국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재미 삼아 보는 성격 테스트 같은 것이 되었죠.
그닥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우선, 전 인류의 성향을 4가지 유형 안에 넣는다는 것이 정확도에서 떨어진다는 확률통계학의 입장이 컸죠.
게다가 일본에서 그 흐름을 주도하며 책을 낸 저자들이 심리학이나 의학 공부를 제대로 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도 작지 않은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구시렁거리던 즈음에, 늘 반복되는 패턴이 시작되었습니다.
궁시렁을 듣던 주변 친구들이 툭 던지듯 시비 걸듯 말한 거죠.
"그럼 직접 써보시던가요? 대안 없는 비판은 공허한 거라고 늘 말했잖아요?"
그러네? 까짓 거 쓰면 되지, 뭐.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그 내용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이 편하게 이해할 수 있게 쓰면 되지.
그렇게 시작한 성격분석과 성향분석에 대한 글은 논문의 형태에서 일반인들에게 풀어쓰는 글로 처음 변환을 시작하게 됩니다.
일단 학회지에 출판할 것이 아니니, 유일한 통로였던 여성잡지사에 글을 기고할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30여 년 전인 1990년대 초반, 여성지에 글을 쓰는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당시 여성잡지, 특히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여성들을 위한 잡지는 서울문화사와 중앙 출판이 양대 산맥을 이루고 라이벌 체계로 아줌마들이 읽는 잡지까지 합쳐 부수경쟁을 하던 때였습니다.
그 두 곳에 속한 데스크와 기자들도 나름 상당한 신경전을 펼칠 즈음이었습니다.
그러니, 한 곳에서만 대략 대여섯 개 매체의 잡지가 간행되고 있었으니 두 군데 모두 합치면 아마도 십여 개의 잡지가 다양하게 간행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잡지고 단행본이고 90년대는 출판문화의 전성시대였습니다.
하여, 라이벌 경쟁 구도였던 두 군데 회사 모두에 글을 싣는 프리 라이터는 전무후무했습니다.
일단 대부분의 주요꼭지는 기자들이 쓰고 있었고, 외부 프리 라이터는 전문성을 갖거나 특종을 가지고 오는 르포기자에 한해서 간헐적인 투고가 이루어지던 패턴이었으니까요.
왜 갑자기 뜬금없는 이런 30여 년 전의 잡지 썰을 이 한가한 주말 오후에 푸는지 의아하실 겁니다.
눈치 빠른 독자분은 벌써 감을 잡으셨겠으나, 설마설마하시며 읽어 내려가시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네, 맞습니다.
그 두 군데의 열몇 개의 잡지에 글을 동시에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군데의 사장과 부사장 라인을 통해 데스크와 직접 원고만 보내주는 방식으로, 서로 다른 필명을 쓰면서 얼굴없는 작가로 원고를 투고하기 시작한 겁니다.
당시 평균 원고료가 원고지 한 장에 4~5000원 할 때였는데, 8000~만원 정도 받으면서 썼으니 제법 특별한 대우를 받으면 쓴 편이긴 했습니다.
원고료 짠 그 바닥의 생리상 특별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그때까지 일본의 잡지에 나온 것들을 적당히 번역 짜깁기 편집으로 게재하던 네타가, 한국 오리지널 본으로 제공된다고 하니, 비싸게 산 것이지요.
인기 없고 재미도 없는 글을 일주일에 5일이나 매일같이 두 편씩 올리고 있는 입장에서 구독자들을 더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싶긴 하지만, 평일 연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괴팍스러운 글도 진정 썼던 것이냐고 되묻는 분들이 계셔 이런 괴팍한 글도 30여 년 전에 썼었다는 커밍아웃을 하며, 3.5인치 디스켓에 담겨 있던 것들을 조심스레 꺼내봅니다.
사실 당시 재즈가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연재했던 재즈 관련 연재 글은 그 당시 이미 단행본으로 출간했는데, 이제 시작하는, 이 성격과 성향에 대한 글들은 적당히 모아서 깜찍한(?) 일러스트와 함께 출판해야지 하고 있다가 타이밍을 놓쳐버렸습니다. 그 사이 'WWW'라는 요물이 발명되어 나왔고,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신문물이 나오면서 앱으로 제작해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여 기획 아이디어만 늘 바꿔가며 묵혔던 원고입니다.
상대방의 혈액형, 좋아하는 과일, 키스하는 방법, 집에 돌아와서 어떤 것부터 벗는지 습관 등에 따른 성격과 성향을 분석하는 글들은 나름 당시에 마니아 팬들을 양산했던 글입니다.
곧 시작될 시간 널널한 홀아비 생활에 앞서 주말전용 매거진 하나를 슬쩍 추가해봅니다.
당신도 모르고 있던 당신의 성격
당신이 알고 싶은 그 뭣 같은 상사의 성격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그녀의 성격
읽는 동안 재미있는 분석의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매거진의 첫머리로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