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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Oct 23. 2021

아홉 번째 차 - 보이차(普洱茶)

윈난 성 일대에서 나는 ‘흑차(黑茶)’의 으뜸으로 꼽히는 차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379


                      보이차(普洱茶)

보이차(普洱茶)는 앞에서 살펴본 육대차류(六大茶類)의 분류법에서 가장 마지막에 속했던 후발효차에 해당하는 ‘흑차(黑茶)’중에서도 단연 으뜸에 꼽히는 차로, 운남, 사천, 호남 등 중국의 각 지방에서 산된다. 숙취와 소화기관을 돕는 작용을 한다. 또한 곰팡이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보이차의 주요 생산지를 살펴보면 운남 창녕현(昌寧縣) 이남과 란창강(瀾滄江)의 동서 양안(兩岸)을 따라서 분포되어 있는데 봉경(鳳慶), 임창(臨滄), 쌍강(雙江), 영덕(永德), 맹해(勐海), 사모(思茅), 경홍(景洪) 등의 지역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서쌍판납(西雙版納) 일대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다.

본래 서쌍판납(西雙版納) 지역은 차마고도에 속한 지역으로서, 본래부터 질 좋은 차가 생산 및 거래되던 곳이었다. 윈난성의 북쪽과 티베트에 많이 거주하던 유목민들은 고기 위주의 식생활로 인해 비타민 및 무기질 결핍이 필연적이었는데 차는 티베트 유목민들의 영양 결핍을 보완해 줄 수 있는 훌륭한 대안재였다.

보이차의 명칭의 유래에 대해서 살펴보면 보이차가 지니고 있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이에 대한 주장도 여러 가지 설이 많이 있는데,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보이차의 원산지가 바로 사모(思茅)지구의 보이현(普洱縣)이기 때문에 그 지명을 따라 ‘보이차(普洱茶)’란 차명(茶名)이 붙여졌다는 설. 일반인들에게는 그럴싸게 들리는 이 설은, 정작 차를 연구하는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별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청나라 옹정(擁正) 10년(1732)을 전후하여 발생한 보이 지방의 농민반란 사건 이후, 참혹한 전란의 진압과정으로 인해 보이현의 보이차 생산량이 거의 없어지면서 그렇게 말할 근거가 없어져버렸기 때문이다. 즉, 보이차가 어느 특정한 한 지역에만 국한되어 생산되는 차가 아니기 때문에, 마치 원조는 그 지역뿐이라고 못 박는 듯한 오해만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현재 학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학설로 받아들여지는 설이다. 보이차는 원래, ‘육대차산(六大茶山)’에서 생산되는 대엽종의 찻잎을 원료로 하여 청모차(靑毛茶)를 제작한 후, 다시 그것을 압제하여 여러 가지 종류와 형태의 긴압차를 제작하게 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 보이현(普洱縣)은 윈난 성 남부 일대의 무역 중심도시이자 주요 무역시장이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윈난 성 일대의 차엽집산지(茶葉集散地)역할도 하게 됐다. 다시 말해, 운남 전 지역에서 생산되는 보이차는 모두 이곳에 집결한 뒤, 다시 재가공되어 중국 전역과 외국으로 수출되어 팔려나가는 구조였던 것이다. 때문에 자연스레 집산지의 명칭을 따서 ‘보이차(普洱茶)’로 통칭하여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다.

 

세 번째, ‘보이차(普洱茶)’에 얽힌 전설적 이야기 기원설이다. 약 7세기 무렵 운남의 고대 남조국(南詔國) 관할의 사모(思茅)와 서쌍판납(西雙版納) 일대에 염병이 발생하여 삽시간에 그 일대에 퍼져 무수히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때, ‘보현보살(普賢菩薩)’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농부로 모습을 바꾸어, 푸른 잎을 따서 백성들에게 끓여 마시게 하였더니 마침내 전염병이 씻은 듯이 낫게 되었다.

보현보살(普賢菩薩)

나중에 그 존재를 알게 된 그곳 사람들이 보현보살의 은덕에 감사하고, 그 차나무를 광범위하게 심게 되었다. 그 전설을 증거 하는 듯, 찻잎의 모양이 마치 보현보살의 귀처럼 생겼다 하여 그 이름을 ‘보이(普耳)’라고 이름 지었다는 설이다.


불교에서는 물이 ‘자비(慈悲)’를 뜻하기 때문에 그 후 사람들이 ‘귀이(耳)’자에다가 다시 ‘물수(氵)’자를 합하여 ‘보이(普洱)’라고 이름하게 되었다는 제법 그럴싸한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이 설은 특히 현지 차농들을 중심으로 퍼지게 되었는데, 농민들이 조상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차를 하늘이 내리신 은혜로운 선물로 감사해하는 전통적인 중국 민간의 사상이 잘 드러난 전설이라고 볼 수 있다.


보이차(普洱茶)의 정의에 대해서는 차를 연구하는 중국 학자들 간에도 상당한 이론(異論)이 분분하다. 때문에 단순히 ‘어느 것은 틀렸고, 어느 것은 맞다.’고 정리된 것은 없다. 다만 그 모든 이야기들이 차를 마시는 데 있어 흥미를 더할 수 있고, 지식을 이야깃거리로 삼을 수 있을까 싶어 여기에 정리해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윈난 성 ‘표준계량국’에서는 2003년 2월 보이차의 정의를, “보이차는 윈난 성의 일정 구역 내의 운남 대엽종의 쇄청모차를 원료로 삼아 ‘후발효’의 가공을 거쳐 ‘산차(散茶)’와 ‘긴압차(緊壓茶)’를 만든다”고 공포(公布)한 바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보이차는 세 가지 조건을 부합하는 경우 보이차라고 칭할 수 있다고 정리된다. 첫째, 윈난 성의 일정 구역 내의 ‘대엽종차’라는 것, 둘째는 햇볕을 사용하여 건조한다는 것, 셋째는 후발효의 공정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2004년 4월 중국의 국가 농업부에서 반포된 중화인민공화국 농업 행업 표준에 의하면, ‘보이차’의 정의는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누어진다.

 

① 보이산차(普洱散茶): 운남 대엽종의 차싹과 찻잎을 원료로 삼아 살청과 유념 쇄건 등의 공정 순서를 거쳐 만든 각종의 부드러운 ‘쇄청모차’를 다시 정형(定形), 숙성, 악퇴, 병배(拼配), 살균 등을 거쳐 각종 명칭과 등급별의 ‘보이아차(普洱芽茶)’와 ‘급별차(級別茶)’를 만든 것.

② 보이압제차(普洱壓制茶): ‘보이산차’의 반제품(半製品)을 각종 등급별로 나누어 시장의 수요에 따라 기계를 사용하여 타차(沱茶), 병차(餠茶), 전차(磚茶), 원차(圓茶) 등의 형태로 압착하여 만든 것.

 

③ 보이대포차(普洱袋泡茶): 보이산차를 만들다 나온 차 부스러기, 조각, 가루 등을 40개 이상의 바늘구멍이 난 자동계량 포장지를 이용하여 포장한 각종 규격의 보이차 티백.

 

사실 보이차 연구가들 사이에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후발효차로 불리는 보이차의 ‘후발효’에 대한 이견이다. 청병(靑餠)이 오랜 세월을 경과 후 찻잎 자체의 산화에 의해 진행된 것을 ‘후발효’로 볼 것인지, 숙차의 완성 조건인 ‘온도・습도・영양’ 의 3대 조건을 갖춘 ‘악퇴(渥堆)’라는 과정을 거쳐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발효되는 과정인 ‘미생물 발효’로 볼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생물 발효를 ‘후발효’로 정의한다면, 청병의 차의 산화에 의해 진행되는 ‘후발효’와 중복되는 것을 굳이 왜 따로 용어까지 분리하면서 설명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일반인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보이차를 정의 내리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보이차는 운남의 서쪽과 서남지역에서 생장한 대엽종 차로 만든 ‘쇄청모차’와 ‘긴압차’를 가리키며, 이를 통칭하여 ‘생차(生茶)’ 또는 ‘청병(靑餠)’이라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차들은 장시간의 저장을 거치면서 찻잎 자체의 산화가 진행되어 ‘후발효차(後發酵茶)’가 된다.

 

둘째, 햇볕에 말린 쇄청모차(曬靑毛茶)가 ‘미생물 발효’의 가공처리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 ‘산차(散茶)’와 ‘긴압차’인데, 이를 통칭 숙차(熟茶), 또는 숙병(熟餠)라고 부른다. 숙차는 찻잎을 채적한 후 살청(殺靑)하여 손으로 비비고 햇볕에 건조하여 ‘쇄청모차’를 만든다. 그리고 다시 ‘온도, 습도, 영양’ 등의 3대 조건을 구비한 악퇴의 미생물 발효의 공정 단계를 거쳐 숙성차로 만든다.


운남에서 보이차가 생산되었다는 기록은 당나라 의종(懿宗) 함통(咸通) 5년(서기 864)에 번작(樊綽)이 쓴 『만서(蛮書)』에서 ‘차는 은생성(銀生城) 경계 여러 산에서 난다.’라고 기록한 부분이 최초의 언급이다. 남송 때 이석(李石)이 지은 『속박물지(續博物志)』에도 이와 똑같은 기록이 보이는 것을 보면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해 보인다. 당시 ‘은생성’은 오늘날의 ‘서쌍판납(西双版納)’지역과 ‘사모(思茅)’시 지역에 해당한다. 이 기록에 보이는 ‘은생(銀生)의 여러 산[諸山]’이라는 곳은 바로 ‘6대 차산’을 의미한다.

 

1799년 청나라 단수(檀粹)가 지은 『전해우형기(滇海虞衡記)』에서 6대 차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보이는데, “보이는 여섯 차산에서 나오는데, 첫 번째가 유락(攸樂), 두 번째가 혁등(革登), 세 번째가 의방(倚邦), 네 번째가 망지(莽枝), 다섯 번째가 만단(蛮端), 여섯 번째가 만살(漫撒)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당나라 때 은생부(銀生府)로 총괄되었던 지역들은, 청나라 때에 이르러 보이(普洱)가 보이부(普洱府)로 승격하고, 그 아래에 삼청(三廳), 일현(一縣), 일사(一司)를 두고 관할하였다. 청(淸)나라의 완복(阮福)이 저술한 『보이차기(普洱茶記)』에도 ‘이른바 보이차는 보이부 경계 내에서만 생산되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생산지는 사모청의 경계에 속해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현재 6대 차산 중에서는 ‘무(易武)’의 차 생산량이 여전히 제일 많다. 옹정 연간(1723~1735년)에는 무려 수십만 명이나 되는 차상(茶商)과 차공(茶工)들이 이곳에 몰렸으며, 청나라 건륭 연간(1736~1795년)에는 또 석병현(石屛縣)의 한인(漢人)들이 대거 이곳으로 이주해 들어와 산에 차를 심고 재배하였다.

이로 인해 6대 차산은 산마다 차밭이 형성되고, 가는 곳마다 인가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흥성하게 된다. 광서(光緖) 연간에는 무차구(易武茶區)에 상주하는 인구만 10만 명, 마을 산채 63개 그리고 차를 사고파는 차행(茶行)과 차장(茶莊)이 20곳이나 생기게 되었다.

 

육대차산이 걸치고 있는 대부분의 지역은 해발 630~2,100m의 란창강(蘭滄江) 계곡지대이다. 연평균 온도는 17.2℃이고 연평균 강우량은 1,500~1,900㎜이다. 공기의 상대습도는 89%이며 비가 많이 오고, 습기가 많으며 일 년 내내 기후가 온난하고 운무로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환경적 조건은 육대차산을 여러 보이차의 산지 중에서도 가장 적합한 산지로 꼽히게 만들었다.


보이차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은 어떠한 분류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종류가 중복되거나 하기 때문에 초심자에게는 어렵기 그지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서는 철저히 초심자에게 명차를 소개하는 목적에 부합하여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기준을 들어 보이차의 종류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차나무의 종류와 찻잎의 크기에 의한 분류


보이차는 차나무 줄기의 크고 작음에 따라 교목(喬木)과 관목(灌木)으로 나누어진다. 교목형은 차나무가 굵을 뿐만 아니라 키도 상당히 높다. 나무의 본줄기는 굵고 거칠며, 가지 부분도 높다. 교목형의 차나무가 북쪽으로 전파되어 보급되는 과정에서 북쪽이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고, 남쪽보다 비교적 건조한 기후의 영향으로 나무의 형태가 점점 변하여, 작아지면서 관목형의 차나무가 되었다. 한편, 찻잎의 크기에 따라 대엽종과 소엽종으로 나누어 제다한다.

과거 보이차는 주로 대엽종 위주였으나, 청나라 때 옹정(擁正)황제의 심복인 악이태(卾尒泰)가 운귀(雲貴)와 광서(廣西)의 총독으로 있을 때, 보이차를 공차(貢茶)로 바친 이후, 보이차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거친 대엽종 위주로만 만들어지던 보이차는 부드러움을 가미하기 위해 소엽종으로도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2) 보이차의 외형에 의한 분류


보이차는 주로 압착하여 만든 긴압차(緊壓茶)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그 성형(成形)에 따라 이름을 다르게 부른다. 일반적인 차처럼 잎차로 완성되면 산차(散茶), 둥근 떡 모양으로 만들면 병차(餠茶) 혹은 원차(圓茶), 사각형의 벽돌 모양으로 만들면 전차(磚茶), 사발 모양으로 만들면 타차(沱茶), 버섯모양으로 만들면 향고차(香菇茶 혹은 班禪茶) 또는 긴차(緊茶)라고 한다.

병차를 일곱 편으로 한 묶음 묶어서 대나무 껍질로 포장하면 칠자병차(七子餠茶), 사람 머리 크기 모양으로 만들면 인두차(人頭茶), 궁정이나 조정에 조공으로 바치던 차는 궁정보이(宮廷普洱), 혹은 공차(貢茶) 등으로 불려지고, 공차를 큰 박 모양으로 만든 것은 공과차(貢瓜茶)라고 한다.

 

(3) 발효방식에 의한 분류

 

보이차는 발효방식에 따라 장기간 보관 후, 찻잎 자체의 산화현상에 의해 후발효가 발생하는 생차(生茶)와 미생물 발효의 숙차(熟茶), 악퇴차(渥堆茶)로 분류한다. 최근 제작되는 숙차는 제다과정에서 과학적인 인공발효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차가 가진 본래의 자극적 부분이 퇴화되어 입맛에 부드럽고, 쓴맛과 떫은맛이 경감됨으로써 최근 시중에 거래되고 있는 보이차의 70% 이상은 숙차이다.

생차와 숙차

생차는 장기간의 자연발효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만 마실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차 전문가가 아니라면 수십 년 동안의 오랜 세월의 풍화를 통해 자연 발효된 청병(靑餠)을 제대로 만들어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설사 시중에서 살 수 있다 할지라도 그 가격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 일반 서민들은 살 엄두조차 못 낸다.


여담이긴 하지만, 일본의 대학에 적을 두고 있을 때,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의 자녀가 유학을 오면서 이 물건을 정말로 선물(뇌물 절대 아니고)로 가져와 도저히 그 실물을 접하고 손이 떨려 제대로 마시지도 못하고 서재의 책장 위의 서늘한 곳에 애지중지 보관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 잠시 출장을 다녀왔는데 이 수천만 원에 해당하는 보물이 사라진 것을 알고 졸도할 뻔 했었다.


지금은 어깨 넘어 배워 반은 차 전문가가 된(당시에는 차라고는 마셔본 적도 없었던) 같은 침대를 쓰시는 분이 당당하게 썩은 차가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 가져다 버렸다고 이야기해서 일본의 쓰레기통을 하루 종일 뒤진 적이 있다. 당시 일본은 쓰레기를 타는 쓰레기와 타지 않는 쓰레기로 나누었었는데 그 의미는 이미 그 보물은 화장되었음을 의미했다. 일주일 동안 내내 그 차가 눈앞에 아른거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생차, 숙차, 악퇴차에 대한 내용을 간략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생차와 숙차

생차(生茶)


태양광에 의한 위조, 살청, 유념, 건조 등의 공정을 거쳐 만든 쇄청모차(曬靑毛茶)를 원료로 만든 전통 보이차.

쇄청모차는 그대로 즐기거나, 혹은 증압(蒸壓)하여 긴압(緊壓)・성형(成形)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생차라고 한다. 긴압 생차일 경우 시간과 공간에 자연 보관하여 원재료가 천천히 오랜 세월을 두고 조금씩 변화를 일으켜 오래될수록 그 진향(陳香)이 좋다.

원래 차성과 차 맛이 자연스럽게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묵은 향이 생성된다. 때문에 오래 묵힐수록 진향(陳香)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숙차 (熟茶)


적당한 습기를 가진 찻잎에 찻잎 발효에 효과가 있는 곰팡이(黑麴菌, 흑국균)를 엄격히 선별하여 접종하여 후발효시키는 것이다. 1973년 악퇴차가 개발 생산되기 전에는 숙차라 하였지만, 현재는 악퇴차와 구분하기 때문에 ‘청병’이라고 부른다.

원래의 차성의 맛이 후발효에 의해 이미 변화된 상태로써 차의 자극적인 맛이 적당히 퇴화된 상태이다.


 악퇴차(渥堆茶)


1973년 이후에 출현한 악퇴차는 바로 위의 숙차를 짧은 시간에 생산하기 위해 개발된 차이다. 인위적으로 고온・고습・고열을 이용하여 빠른 시간 내에 미생물의 발효를 진행시켜 찻잎(대엽종)의 자극적인 성질을 퇴화시켜 만든 차이다.


원래의 차성을 이미 상실한 상태이다. 미생물 발효라는 과학적 발효를 통해 짧은 시간 내에 신속하게 무자극성의 차 맛으로 변화시키는 게 목적이다. 현재는 이것을 ‘숙차’ 또는 ‘숙병’이라고 한다.

 

(4) 보관방법에 의한 분류

 

보관창고가 건창(乾倉:건조한 창고)이냐 습창(濕倉:습기를 가한 창고)이냐에 따라 차의 맛과 차의 종류가 갈라진다. 건창에서 자연발효를 할 때는 자연통풍이 되는 깨끗한 곳에 보관하여야 한다. 건창의 기본 조건은 낮의 온도가 20℃이고 공기 중 습도가 낮아야 하며, 찻잎의 함수량은 10~12%를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건창에서 보관된 생차는 세월이 갈수록 그 향을 더해 가는데, 이를 ‘진향(陳香)’이라고 한다. 습창(濕倉)에서 ‘인공발효’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환경 속에서 찻잎이 매일 호흡하며 빠르게 발효된다. 고온, 고습, 고열의 방식을 이용하여 신속하게 ‘진향’의 차 맛을 흉내 낼 수 있어야 한다.

 

아래의 ‘현대 보이차의 가공 공정과정’ 도표를 참고하면 차의 종류가 어떻게 변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알아볼 수 있다.

현대 보이차의 가공 공정과정

보이차에는 그것을 감별하는 4대요결(四大要訣)이라는 것이 있다. 청(清), 순(純), 정(正), 기(氣)이 바로 그것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청(清)--聞氣味,味道要清,不能有異味。


맛보기 : 그 맛을 보아 밝아야 하며 곰팡이 내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

 

- 이렇게 곰팡이가 생긴 것을 “‘매변(霉變)’이 인다”고 한다. ‘매변(霉變)’이 일어나는 것은 보관 시에 실내・외의 통풍 및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치되었기 때문이며, 이는 먹을 수 없는 차이다.

2.순(純)--辯其色,茶色如棗,不能有如黑。


색으로 판별하기 : 차의 색이 대추처럼 불그스레해야 하고 검은색이어서는 안 된다.

 

- 많은 차상들이 초심자들을 속일 때 많이 사용하는 수법에 해당하니 주의해서 살펴볼 것. 오래된 보이차일수록 우리게 되면 차탕이 검을 것이라는 것은 아주 큰 착각이다. 그렇지 않다. 제대로 된 진년(陈年) 보이차는 오래 묵힐수록 향기롭고, 또 오래 보관하여 후발효가 서서히 진행됨에 따라 옅은 황색에서 붉은 대추색으로 바뀌며, 약간 반지르르한 빛을 띠게 된다. 오히려 차를 우렸을 때, 탕색이 검게 나오거나 또는 차탕이 투명하지 않고 탁할 경우는 제대로 된 보이차가 아니라고 보면 맞다.

3.정(正)--存其位,存放乾倉,不可位潮濕。


보관하기 : 건조한 창고에 보관해야지 습습한 곳에 두어서는 안 된다.

 

- 보이차가 오래 묵힐수록 향기롭다고 무조건 묵히는 것은 차를 버리는 법이다. 그 보관법이 아주 까다롭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보이차는 어떠한 환경에서 보관되느냐에 따라 차품의 격이 결정되는 차이다. 가장 기본은 그늘에서의 통풍이 잘 되는 것이다.

4.기(氣)--品其湯,回味溫和,不可味雜陳。

차탕을 맛보기 : 차를 마신 후 회감이 온화해야지 잡스러운 느낌이나 캐캐 묵은 맛이 나서는 안된다.

 

- 보이차가 쿰쿰한 곰팡이 냄새가 난다고 하여, 그것이 캐캐 묵은 맛이거나 오래 묵혀둔 곰팡이 맛이라면 그건 말 그대로 차가 상한 것이다. 좋은 보이차는 결코 그런 맛이 나지 않는다.

 

보이차를 우리는 방법은 크게 어렵지 않다. 다기(자사호 등)에 적당량의 차를 넣은 뒤 먼저 펄펄 끓는 물을 부어 바로 따라내는 앞서 배운 세차(洗茶)과정만 잘 지켜주면 된다.

중국 본토 지역에서는 그냥 주전자에 넣고 푹 삶아서 마시기도 하는데, ‘자차법(煮茶法)’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사실은, 이 방법이 더 전통에 가까운 포다법에 속한다. 차호에 우리는 방식은 주로 우롱차를 즐기는 대만인들에 의해 나온 것으로 전통방식과는 거리가 좀 있다.


이렇게 끓여낸 찻물은 상대적으로 향이 많이 줄어들지만, 숙미도 같이 제거되므로 숙차 특유의 숙미를 싫어하는 경우에는 이 전통방법이 더 적절하다. 그래서 현지 차농들은 이 방법을 권장한다.


윈난성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본래 이 차를 즐겼던 소수민족들 중 일부는 차와 곡물가루와 향신료를 같이 넣고 끓여서 죽처럼 해서 먹기도 한다.


상당량의 카페인은 꼼꼼한 세차과정으로 많이 제거할 수 있다. 카페인은 처음 우리는 물의 전반 30초 동안 가장 많이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운남 농업 대학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보이차 추출물을 장기 복용했을 때 체지방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의 감소가 확인되었다고 한다.


간에서 담즙 형태로 배출된 콜레스테롤이 지방 소화에 이용된 후 소장에서 다시 흡수되는데, 이 때 보이차의 갈산 성분이 관여해서 지방의 소화와 담즙의 재흡수를 차단한다고 한다. 다만, 효능을 보려면 충분한 갈산을 섭취해야 하는데 이 연구에 적용된 갈산의 양을 차로 마시려면 하루에 30잔을 넘게 마셔야 한다.

그래서 실제 보이차가 가진 가장 확실한 효능은 혈당을 낮춰주는 효과라고 한다. 모든 차 종류에 포함된 복합 다당류 성분이 혈당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긴 하지만 특히 보이차는 본래 차성이 강한 대엽종 찻잎을 이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생차든 숙차든 혈당을 낮추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제대로 된 숙차는 공복 상태에서 마셔도 속에 무리가 안 갈 만큼 순하지만 복합 다당류 성분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뇨병 예방이나 당뇨병 치료를 위해 마시면 도움이 된다.


이 성분들은 차를 우릴 때 제일 마지막에 나오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를 위한 보이차는 자차법으로 2리터 정도 되는 끓는 물에 숙차 5g을 넣고 15분 동안 끓여 마시거나 자사호를 이용할 경우 4탕 이후로는 우리는 시간을 길게 해서 마시는 게 좋다.


마지막 차 이야기는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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