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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Oct 22. 2021

여덟 번째 차 - 백호은침차(白毫銀針茶)

푸젠성 복정시와 정화현에서 생산되는 미인을 떠올리게 되는 백차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374


               백호은침차(白毫銀針)

백호은침(중국어 간체자: 白毫银针, 정체자: 白毫銀針, 병음: báiháo yínzhēn 바이하오인쩐)은 중국 푸젠성 북동부의 푸딩(福鼎)시, 쩡허(政和)현에서 생산되는 백차의 대표적인 차이다. 철관음과 함께 푸젠 성의 대표적인 차이다. 생김새가 여린 싹이라 하얀 솜털(白毫)이 송송하여, 은빛 바늘과 같이 뾰족하다고 해서 붙어진 이름이다.

 

운남에서 온 대백(大白) 차나무에서 윗부분의 싹만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백차 중에서도 가장 귀하고 비싼 차에 속한다. 특별한 가공 과정 없이 약간의 발효만 시켜서, 그늘에서 자연 건조를 시킨다. 그래서 오래 보관하여도 향과 맛의 변화가 적다.

처음으로 백차(白茶)가 나왔으니 백차(白茶)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살펴보기로 하자.

역사기록에 따르면, 백차(白茶)의 유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동한(東漢) 시기(기원전 25년-220년) 고대 중국의 유명한 학자이자, 서예가, 교육가였던 윤진(尹珍)이라는 한 청년이 있었다. 하루는 자신의 고향에서 만든 씀바귀를 들고 유학 대사인 허신(許愼)을 찾아간다. 허신(許愼)은 갑자기 찾아온 윤진(尹珍)을 맞이하기가 그래서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이에 윤진(尹珍)은 집 처마 밑에 자리를 깔고 앉은 뒤, 자신이 가져간 씀바귀를 먹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허신(許愼)의 집에는 독특한 향이 가득하였고, 그것을 신기하게 여겼던 허신(許愼)이 기다리던 윤진(尹珍)을 서재로 안내하여 씀바귀를 뜨거운 물로 우려내었다. 외형은 매우 아름다웠고, 탕색은 매우 청아하면서 청록색을 띠고 있었으며, 그 맛은 매우 깔끔하고 진했으며 신선하고 시원하며 뒤끝은 단아하게 쓴맛이 났다고 한다. 이것이 이후 백차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중국의 백차(白茶)는 주로 푸젠 성(福建省)에서 많이 생산된다. 백차가 다른 여타의 차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일단 외형적인 면에서 확실하게 눈에 띈다. 바로, 왜 ‘백차(白茶)’라고 부르는지 설명을 듣지 않아도 될 정도의 마른 찻잎의 표면이 순백색의 부드러운 솜털로 빽빽이 덮여있기 때문이다.


백차는 제다과정에서도 여타의 차들과 다른 두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는 하얀 솜털이 많은 어리고 부드러운 싹과 잎만을 채취하여 만든다는 것이고, 둘째는 제다하는 방법에 있어 덖고 비비는 초청(炒菁)과 유념(揉捻)의 방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不炒不揉), 그냥 햇볕에 쬐어 말리는 홍건(烘乾) 기술만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백차(白茶)를 ‘햇볕에 쬐여 말린 차’라는 뜻을 담아 ‘일쇄차(日曬茶)’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백차는 6대 다류 중 하나라고 하지만 2019년 기준으로 중국 차 생산량의 1.3%에 불과할 정도로 지극히 소량만이 생산되었다고 한다. 그나마도 유럽이나 미국에서 백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최근 10년 동안 생산량이 많이 늘어난 것이 그 정도이다. 백차는 주로 푸젠 성의 복정(福鼎), 정화(政和), 송계(松溪)와 건양(建陽) 현 등에서 생산되며 타이완에서도 소량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백차(白茶)의 원산지인 중국 푸젠성에서도 아주 소량 생산되어 접하기 어렵고, 귀한 차로 여겨졌다. 그렇기 때문에 그 흔한(?) 녹차에 비해 상당한 몸값과 희소성을 자랑하는 차이기도 하다.

 

중국 10대 명차 중에서도, 3가지 명차를 보유하고 있는 푸젠성은, 중국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차의 역사가 깊고, 차를 마시는 방법에 있어서도 유난히 독특한 지역에 해당한다. 중국 전국에 걸쳐 차를 마시는 것이 특별한 문화가 아닌, 생활의 일환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푸젠 성 지역의 사람들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꿍푸차(工夫茶)’를 선호한다. 그러한 배경과 분위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복잡하고 어려워하는 ‘다도(茶道)’나 고도로 숙련된 기예를 요구하는 ‘다예(多藝)’도 푸젠성에서는 흥성하였고 그 덕분이었는지 발전하고 유지하게 되었다.


백차(白茶)는 푸젠 성 푸딩현(福鼎縣)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서기 1796년(청나라 가경(嘉慶) 초년)에 이미 백차(白茶)를 생산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2백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885년 대백차의 두툼한 차 싹을 채취, 가공하여 차 싹이 두텁고, 털이 빼곡히 덮인 ‘백호은침’을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1891년(청나라 광서(光緖) 16년)에는 은침(銀針)백차를 출시하기에 이르렀으며, 1922년 건양(建陽) 수길(水吉)에서는 백목단을 창제(創製)하여 만들기 시작하였다.

 

백차는 차의 싹만을 사용해 만든 ‘아차(芽茶)’와 잎을 사용해 만든 엽차(葉茶)로 구분된다. 아차(芽茶)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백호은침(白毫銀針)’이 있고, 엽차로는 ‘공미(貢眉)’가 있으며, 그 외에도 백목단(白牧丹), 수미(壽眉) 등의 종류가 있는데 이것으로 등급으로 삼기도 한다.


최상급이 백호은침인 데 일아(一芽), 싹으로만 만든다면, 백모단은 일아이엽(一芽二葉), 하나의 싹에 두 잎으로 만드는 방식, 공미는 잎이 3엽 4엽까지 포함된 원료로 만들고, 수미는 잎과 줄기 부분이 섞인 원료로 만들기 때문이다.

 

왼쪽이 백모단, 오른쪽이 수미

 백호은침차의 주요 산지는 크게 중국 푸젠성 푸딩(福鼎)시와 난핑(南平)시 쩡허(政和)현으로 양분된다. 쩡허(政和)현은, 송나라 때에 어차원(御茶園)으로도 이미 이름이 높았다.

백차의 별칭, 녹설아가 새겨진 현지의 바위

당시 관예현 산 정상에 야생 백차 나무가 있어서 백차를 공차로 올리고 있었는데, 기원 1115년 봄날에 관예현에서 찻싹으로 ‘백호은침차’를 처음으로 만들어서 휘종에게 올리게 된다. 휘종이 차를 음미하고 나서 너무 기뻐서 용안이 활짝 펴졌다는 공식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이다. 당시 휘종이 백호은침을 얼마나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인지는, 당시의 연호였던 쩡허(政和,1111~1118)를 관예현의 이름으로 하사하여 지금의 쩡허(政和)가 된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휘종은 자신이 직접 차에 관한 전문서적에 해당하는 『다론(茶論)』이라는 책을 썼는데 그 책에서 휘종이 묘사한 백차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백차는 독특한 품종이다. 다른 차와 전혀 다르다. 잎이 보석처럼 얇고 투명하고 깊은 산 절벽에 한두 그루 우연히 자랄 뿐 사람이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백차를 만들 수 있는 사람도 몇 명 안 되고, 차나무도 몇 그루 안 되고, 찻잎의 수확량도 너무 적은 데다가, 한 번 실수하면 찻잎이 망가지니, 귀하디 귀하기가 보물 같은 차이다.”

 

백호은침의 역사 기록을 찾아보면 1896년 푸딩(福鼎)지역에서 차이차(菜茶)를 채엽하여 제다했다고 한다. 약 1857년에 푸딩(福鼎)대백차품종의 차나무가 푸딩(福鼎)에서 번식을 성공하며 1885년부터는 푸딩(福鼎) 대백차품종의 찻잎으로 은침차를 제다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대백차로 은침차를 제다하게 된 원인은 차이차(菜茶)의 다아(茶芽), 즉, 새순이 너무 얇고 작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지역인 쩡허(政和)지역에서는 1880년에 이르러 대백차품종의 차나무가 번식에 성공하며 1889년부터 은침차를 제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은침차는 1891년부터 해외에 수출하기 시작하였는데 1912년부터 1916년의 시기가 가장 절정기였다고 한다.


당시 푸딩(福鼎)과 쩡허(政和), 이 두 지역의 연생산량이 각각 약 50,000㎏에 이르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에서 발발한 1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생산량과 수출량이 모두 급감하게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도 중국 국내보다는 홍콩, 마카오, 독일, 미국 등의 지역으로 수출되는 양이 많다고 한다.

유럽에서 홍차를 마칠 때, 은침차를 조금 섞어 블랜딩 하듯이 주면, 이는 유럽에서 차를 좀 마신다고 하는 귀족들 사이의 문화에서 ‘주인이 귀한 손님을 접대한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었다는 문화가 기록을 통해 전한다.

 

1982년에 이르러 중국 상업부는 은침차를 전국 명차로 평가하며 30종의 명차들 중에서도 백호은침을 2위에 선정하는 파격적인 평가와 발탁을 감행한다.


그렇게 백호은침 계열차 중에서 은구(銀球)와 은용(銀龍) 등 유명 고급차를 상품화하였고, 1992년에는 철관음과 무이암차를 모두 젖히고 푸젠성의 명차로 평가받으며 ‘푸젠성 1위 차’라는 영예를 차지하게 된다.

 

양대 산지의 백호은침을 구별하는 것도 백차(白茶)를 더욱 즐겁게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푸젠 성의 현지 사람들은, 푸딩(福鼎)의 차를 ‘북로 은침’이라고 부르고, 쩡허(政和)의 차는 ‘남로 은침’이라 구분지어 부르기도 한다.


푸딩(福鼎)시의 경우 바닷가와 인접하고 있는 지역이고, 쩡허(政和)현의 경우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산지에 해당한다. 푸딩(福鼎)은 중국 백차의 고향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릴 정도로 유명하며, 푸젠성 최대의 유기농 차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푸딩(福鼎)시

쩡허(政和)는, 중국 최대의 백차 생산지이며, 차나무가 서식하기 최고의 기후이며, 이 지역에서 제다된 백호은침차가 최고의 백차로 불린다.

산으로 둘러싸인 쩡허(政和)현

단순히 지리적 조건으로 보면 쩡허(政和)의 환경이 푸딩보다 조금 나은데, 결정적인 두 지역의 차이는 채엽부터 제다하는 방식에 있어 약간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같은 백호은침이라는 이름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맛과 향을 낸다.

 

위조 과정에서 푸딩(福鼎)의 경우는 일광 위조를 한다. 즉, 햇빛으로 시들리는 작업을 한다.

반대로 쩡허(政和)는 철저하게 실내 위조를 한다. 쩡허(政和)의 경우는 음지에서 시들리는 작업을 한 뒤 햇빛에 위조작업을 하는데, 이렇게 된 이유는, 쩡허(政和) 현지의 건축형태의 영향이 크다. 본래 쩡허(政和)지역은 통풍이 잘되는 형식의 집을 건축에서 중요시했는데, 이 영향이 오늘날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차창이 통풍이 잘되는 구조로 지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쩡허(政和)의 실내위조 방식

똑같은 백호은침차이지만, 지리적 환경과 제다 과정의 미세한 차이로 맛과 향이 다른 차가 된다는 신기한 경험을 두 지역의 백호은침을 마시게 되면 알 수 있게 된다.


아래 사진처럼 푸딩(福鼎)의 경우 찻잎이 짧고 굵으며 흰색 솜털이 표면에 많은 것에 비해, 쩡허(政和)의 경우, 찻잎이 길고 녹회색을 띠고 흰색 솜털 또한 많아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푸딩(福鼎)에 비해 적은 것을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찻잎의 외형만 보면 푸딩(福鼎)의 찻잎이 훨씬 고급지고 좋아 보이는 효과를 갖는다고 초심자들이 말하곤 한다.

 

푸딩의 백호은침이 왼쪽, 쩡허의 백호은침이 오른쪽

하지만 역시 결정적인 차이와 중요한 점은, 역시 차의 맛과 향이다. 우열을 가릴 수는 없으니 자신의 기호에 맞는 차를 찾되, 같은 백호은침에도 다른 두 지역의 차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탕색을 보면, 쩡허의 은침이 푸딩(福鼎)의 은침보다 진한 색을 띤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차의 맛은 쩡허(政和)의 은침은 바디감이 묵직하고 과일과 꽃향이 비교적 많이 나고 푸딩(福鼎)의 은침은 바디감이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은은하고 오래가는 여운이 혀를 사로잡는다.


현지를 방문했을 때, 쩡허(政和)의 차농이 저녁에 함께 식사대접을 한다고 초대를 받아 술까지 한 잔 했었는데, 그의 설명에 따르면, 쩡허(政和) 은침은 중국 전통주인 백주에 해당하고, 푸딩(福鼎)은침을 맥주에 해당한다며 비유하길래, 그건 당신이 쩡허(政和)쪽이니 그런 것이 아니냐고 핀잔을 줬더니 껄껄 웃던 추억이 있다. 간략하게 정리하여 설명하자면, 쩡허(政和) 은침은 조금 진한 맛, 푸딩(福鼎)은침은 은은한 맛으로 기억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고르면 되겠다.

 

백호은침을 우릴 때는 보는 재미를 위해 투명한 유리 개완을 사용할 것을 권하는 편이다. 백호은침은 약 3센티 정도 길이에 뾰족한 모습이어서 마른 찻잎을 보면 위아래를 전혀 구분할 수 없는데, 90-95℃의 물에 우리면, 줄기 쪽은 아래로 향하고 잎 쪽은 위로 향해서 찻잎들이 똑바로 일어선다. 이것을 찻잎이 춤을 춘다 해서 ‘차무(茶舞)’라고 한다.

투명한 개완에 찻잎이 춤추는 것을 감상하면서 찻잎이 1/3정도 일어섰을 때 1포, 1/2 정도 일어섰을 때 2포, 3/4 일어섰을 때 3포 이렇게 농도를 가늠하며 차를 마시면 한 차에서 다양한 맛의 차이를 느끼며 마실 수 있다.

 

백호은침의 제다 공정은 ‘차아(茶芽)’→‘위조(萎凋:찻잎 시들기)’→‘홍배(烘焙:불쬐기)’→‘사간(篩揀:찻잎 골라내기)’→‘복화(復火:다시 불쬐기)’→‘상자에 포장’ 순으로 진행된다.

 

백차는 그 제다과정이 간단한 대신 그 과정에서의 적절한 ‘타이밍(Timing)’이 다른 차들에 비해 매우 중요한 관건이라고 차농들은 말한다. 때문에 오히려 다른 차들보다 더 까다롭다고들 한다. 그 타이밍을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놓치게 되면 백차 고유의 맛과 향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백호은침차에는, 앞서 6대 다류를 설명하면서 언급했던 ‘백차는 1년이면 차로 마시고, 3년이면 약이고, 7년이면 보물이다.’라는 말이 광고 문구처럼 따라다닌다. 실제로 햇차로 마셔도 좋고 오래 익혀서 마셔도 좋다는 의미를 표현한 말이다. 그래서 백차를 오래 보관할 때는 보이차처럼 증기를 쐬고 맷돌로 눌러서 병차(둥글게 압착한 차)로 만드는 경우를 제법 보기도 한다. 수십 년 된 백차를 ‘노백차’라고 하는데, 간혹 마시는 사람의 체질이 열기가 많고 상기하는 체질일 경우 잘 장복할 경우, 오랜 병을 고치는 약재로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실제로 세 가지 연식에 해당하는 차의 맛을 비교 설명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이 묘사할 수 있다.


햇차일 때는 꽃향기가 폴폴 날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확 하고 달려드는 진한 꽃향기가 아니라 풀내음을 머금은 바람결에 날려오는 들꽃 향기 정도의 느낌이 든다. 그래서 신선하고 청초한 여인의 자태가 떠오른다. 수색은 옅은 미색이다.


3년이 된 차는 묘하게 약초 향기가 난다. 여러 한약재에 쑥향, 계피향, 대추향이 섞여 향긋하고 달큰한 듯 마시기에 훨씬 목 넘김이 좋다. 수색은 햇차보다 조금 더 짙어진 황금색을 띤다.


노백차는 한약 향기가 물씬 진하게 밀려든다. 흔히 알고 있던 한약재가 아닌 뭔가 처음 맡지만 몸에 좋고 한약방에서 맡았음직한 약초들이 잘 숙성되어 실제로 보약을 달인 듯한 향기가 난다. 수색은 윤기가 흐르는 짙은 황갈색을 띤다. 노백차를 마시고 나면 실제로 몸에 열기가 후끈 돌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백호은침 노백차

백차는 원래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카테킨 함량이 다른 어떤 차보다 가장 높아, 몸의 체열을 내려주고, 머리를 맑게 해 주고, 피부를 좋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다만, 백차는 한방에서 찬 성질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약처럼 좋지만, 찬 기운이 많은 자에게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음용할 때 주의를 요하는 차이기도 하다.

 

워낙 다른 차들에 비해 고가이니 잘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느낄 필요가 있는 차라 부르기도 한다. 반발효차인 탓에 녹차 특유의 떫은맛은 조금도 느낄 수가 없다. 삼키고 나면 고소한 듯 부드러우면서 달콤한 뒷맛이 길게 남는다.


다른 차들도 그렇지만, 백호은침은 마시는 이의 심성 수련의 척도로 삼기 좋은 차이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마음이 차분하여 수양을 하기 좋은 컨디션일 때는 그렇게 향기롭고 은은함이 다 마신 후에도 신기한 아련함이 남는다는 느낌인데, 똑같은 차임에도 마음이 심란할 때나 화기를 누르려고 마시게 되면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이것을 심성수양과 관련되어 설명하지만, 차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실을 어느 정도 훈련된 미각을 가져야만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이 백호은침의 매력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에서만 생산되던 이 귀한 백호은침은 그 인기에 힘입어 지금은 다즐링, 아삼, 닐기리, 케냐 등에서도 생산된다. 그중에서도 스리랑카에서 생산되는 백호은침은 실론 실버 팁스(Ceylon Silver Tips)라고 불리면서 저렴한 가격 대비 맛과 향이 뛰어나 고급 백차를 맛보고 싶어 하던 일반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다음 편에는 아홉 번째 차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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