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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May 28. 2021

무엇을 인지했다고 하는가?

서울경찰청 감찰 조사계의 현직 경찰이 말하는 '인지'의 차이?

  '목회자'라고 하는 이가 격론 중에 자기 분을 이기지 못하고, 영화에서 악마를 내쫓을 때 쏟아붓는 듯한 저주의 기도문을 외치고 그것도 모자라 갑자기 돌이 갓 지난 자신의 아기를 무기처럼 들고 나와 던지려고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황당하고 경악스러운 일을 겪은 부부가 현장에서 112에 신고를 했다.

  경찰이 출동하자, '목회자'라고 하는 이와 그의 가족과 친지들은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신고한 부부를 정신병자 취급했다. 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은 나중에 경찰서에 가서 정식으로 고소하라면서 대강 현장을 수습하고 사라져 버렸다.

  이튿날...

  경찰서에 가서 협박죄와 모욕죄로 고소를 했다. 담당 경찰은 심각한 범죄라면서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에 응당한 심각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고 설명해주며 정의의 사도이자 민중의 지팡이인 양 굴었다.

  피의자가 변호사를 고용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나서, 그가 전관인지 아니면 경찰과 매우 친밀한 관계였는지 알 수 없지만 갑자기 경찰에서 연락이 끊겼다. 불안한 마음에 부부는, 당시 상황에 대한 모든 녹취가 있으니 범죄사실을 부인하면 제출하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경찰은 굳이 녹취 증거까지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만류했다.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부부는 명백한 증거가 모두 있는데 설마 봐주지는 않겠지 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석 달을 꽉 채우고 나서야 담당 수사관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수사결과보고서라는 것을 보내왔다. 충분히 바보같이 그는 피의자의 변호사가 제출한 그럴싸해 보이는(?) 문건을 Ctrl C와 Ctrl V 하여 자신의 의견이랍시고 보내왔다.

  저주의 기도를 한 것은 사실이나 그 언어를 아무도 해독하여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아기를 던지려고 한 사실도 피의자 역시 인정하는 사실이나 아이를 던지려고 한 그 상황이 피해자들에게 위해를 가할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단다.

  이야기 도중에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돌이 갓 지난 아기를 무기처럼 들고 나와 던지려고 한 행위가 위해를 가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하는 것도 경악이었지만, 그의 그런 송치 내용을 검사가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도장을 찍어 무혐의로 불기소 도장을 찍어주는 상황이 더 경악스러웠다.

  협박죄가 안된다면 최소한 '아동학대'혐의를 조사하여 처벌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부부는, 경찰청 본청에 해당 수사관이 '아동학대'정황을 확인하고서도 입건하지 않고 사건을 덮어준 것에 대해 감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해당 경찰서장에게 이 사안을 모두 밝히고 제대로 수사하도록 면담하자고 요청을 '서장에게 바란다'에 남겼다.

  연락은 오지 않았다. 경찰서에 전화해서 '서장에게 바란다'는 보지도 않냐고 따졌더니 경찰서장이 서울경찰청의 높은 자리로 승진이 결정되어 정신이 없어 살필 겨를이 없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결국 그는 승진해서 도망치듯 사라졌다.

  그리고 규정된 석 달을 꽉 채워서 서울경찰청 감찰 조사계의 수사관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담당 수사관의 수사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라고 문건을 보냈다.

  부부는 어이가 없어 전화를 걸어 따졌다.

  "수사결과보고서에 나온 것처럼, 담당 수사관은 아동학대 정황(돌 갓 지난 아기를 던지려고 한 행위)을 알고서도 협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덮어줬고, 심지어 아동학대 혐의로 여성청소년과에 통지하지도 않았다. 이것이 인지하고서도 수사하지 않은 과오가 아니라는 말인가?"

  그러나 그녀는 너무도 당당하게 말했다.(심지어 녹취 중이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협박죄로 고소하셨잖아요. 그런데 아동학대죄를 어떻게 인지하고 수사를 합니까? 이건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줄 아세요."

  아동학대로 아이들이 죽어나가야만, 그리고 그것이 언론을 통해 터져야만 서장이 잘리고 관련 경찰들이 처벌을 받는다. 정인이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경찰은 아동학대로 신고를 받아도 그저 별 것 아닌 것으로 덮었고, 검찰은 경찰이 보내온 대로 면밀한 검토 없이 그냥 도장을 찍어 일을 더 키웠다.


  참다못한 부부가 아동학대로 피의자를 다시 고발했더니, 해당 경찰서에서 '우리가 인지한 내사사건으로 처리하려고 하니 고발인이나 고소인 신분이 아니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에 응해달라'는 황당한 요구가 돌아왔다.

  부부는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참고인에게는 사건의 경과를 통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즉, 관련 경찰들은 그 사건을 조용히 대강 덮고 넘어가려는 누군가의 이익과 목적을 같이 했다.

  피의자에 대해 재수사한 경찰은, '보호처분'이라는 형사처벌도 아닌, 가장 약한 딱지 같은 느낌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에서는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며, 제대로 자료 검토도 없이 가정법원에 보냈다고 한다.


  이것이 2021년 대한민국 경찰과 검찰이 일처리 하는 방식이다.

  돌 갓 지난 아기를 던지려고 한 행위가 협박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덮은 경찰도 어이가 없지만, 정식 감찰 과정을 거쳤음에도 감찰 조사계의 현직 경찰이라는 그녀가 '아동학대죄로 고소하지 않으면 아동학대 정황을 수사상황에서 알게 되더라도 그것은 인지했다고 할 수 없다.'는 궤변을 말이 된다며 당당히 말하는 현실이 아프다.

  그런 말을 한 사람이 '그'가 아니라 '그녀'였다는 점도, 페미니즘의 목소리로 그득한 2021년에 벌어진 일이 맞는지 그 역설에 쓴웃음을 짓게 된다.      

  그녀의 카톡에 가득한 놀러 다녔던 사진을 보며, 문득 경찰관이 특수한 정의감에 넘치는 히어로가 아니라 지금 레스토랑의 옆 테이블에서 게걸스레 떠들며 친구와 술잔을 돌리고 있는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또 한 번 쓴웃음을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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