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검무적 Nov 06. 2021

슬기롭지 못한 브런치 생활, 5개월 차 중간보고서

경축 ‘인생에 실패한 대가들의 이야기’ 100명 달성~!

올해 5월 28일에 브런치에 입성했습니다.

5개월을 꽉 채웠습니다. 아울러, 최단기간 400 꼭지의 글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어떻게 사진을 올리는지, 편집구성은 어떻게 되는지도 몰라, 사진도 없는 글만 올라갔었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배워가기 시작하며 글을 본격적으로 올리기에 앞서 어떤 글을 올릴 것인가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6월 9일부터 시작하게 된, <논어>를 매일 한 장씩 읽고 세상 사는 이야기를 풀어나가자는 시리즈였고, 20여 년 전 환자이자 제자였던 녀석에게 줬던 숙제 테마를 내가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6월 11일부터 연재를 시작한 시리즈가 ‘인생에 실패한 대가들의 이야기’였습니다.

https://brunch.co.kr/@ahura/26

https://brunch.co.kr/@ahura/41


이후 매일같이 주말과 달력이 빨간 날을 제외하고는 빠짐없이 연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열심히 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읽어주는 이들도 턱없이 없었고( 물론 지금도 많지 않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라이킷이나 댓글로 반응을 확인하는 것도 요원한 일인 듯해 보였습니다.

봄이 끝나는 끝자락에서 초여름 향기를 맡으며 시작한 연재가, 그 뜨겁던 여름의 땡볕을 지나 가을을 맞고, 그 와중에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건너와 지내면서도 어느 하루 연재를 펑크 낸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이전에 거액의 원고료를 받으며 연재했던 칼럼들도 펑크를 낸 적은 없었고, 단 한 번도 담당기자의 원고 마감 압박을 받아본 적도 없었지만, 아무도 시키지 않은, 아무런 대가도 없는 글쓰기는 이번 생에 이것이 처음인지라 어쩌다가 이리 된 것인가 가끔은 당혹스러웠습니다.


여름 가족 휴가여행에 매일 같은 시간에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 미리 연재분을 적재해뒀다가 발행한다거나 외국으로 떠나는 날 비행기에서 쓸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새벽에 글을 미리 써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발행하고, 도착한 나라에서 갑작스레 브런치가 원활하게 열리지 않아 스마트폰으로 한자까지 하나하나 찾아가며 입력하는 코미디까지 찍었더랬습니다.

‘논어 읽기’가 평균 A4 4장~5장이고, ‘인생에 실패한 대가들의 이야기’가 평균 A4 5장~6장이니 두 시리즈만 매일 A4 10장 정도 분량입니다.

물론, 삽입하는 사진을 포함하면 15장을 훌쩍 넘어가지요.


처음 시작에는 그렇게 분량이 많지도 않았고, 그럴 의도도 없었는데 가볍게 시작했던 파일럿 시리즈에서 뭔가 포맷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적합한 사진을 찾아 편집하는 것에만 한 시간 가량이 소요되는 경우도 허다해졌습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논어 읽기’는 아직 책거리를 하려면 한참이 남았으니 별론으로 하고, ‘인생에 실패한 대가들의 이야기’가 어제 윤동주 시인을 기점으로 어느새 100명을 채우게 되었습니다.

글 한 편에 평균 A4 5장 이상이 되는 긴 호흡의 규칙적인 글을 매일같이 연재하는 작가(?)를 아직 브런치에서 만나보지 못했습니다.(어딘가 있을 지도 모른다생각은 합니다.)


100명의 이야기 분량은, 두꺼운 300페이지짜리 단행본으로 계산해도 6권 분량, 삽화를 넣게되면 7권이 훌쩍 넘어가는 편집분량입니다.


렇게 가열차게 연재하면서 아직도 100명의 구독자를 채우지도 못한 브런치 작가는 단언컨대 '발검무적'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푸하하~

 

100명의 인생을 매일같이 한 명씩 돋보기를 대고 들여다보고 그것을 여러분에게 소개하는 일을 하면서 많은 공부를 하고 가장 많은 것을 얻어가는 것은 바로 저였습니다.

진정한 배움은 다른 이에게 배우면서 얻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면서 얻는 것이라는 사실을 직업적으로도 글쓰기를 통해서도 실감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 그것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축하를 여기저기서 받을 인기 넘치는 작가이지 못한 탓에 축하가 쏟아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조촐하게나마 이 공간을 빌어 자축하고 싶었습니다.


라이킷을 누르며 매일 같이 들러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정작 라이킷을 누르는 것도 저어하여 글에서 받은 자신만의 감동만을 담아가는 이들도 몇 명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들과 차 한 잔 함께 하며 이야기해준다는 느낌으로 연재했던 시리즈였습니다.

100명의 인생 전부를 읽으신 분이 있겠는가 싶긴 하지만, 그래도 많이 읽으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어느 한 사람, 위인이든 악당 소리를 듣는 재벌이든,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이든, 가난하게 죽어간 아쉬운 위인이든, 그들의 삶, 어느 하나 성공으로 일관된 활주로만 달려온 인생은 없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누구나 언제나 어떤 형식으로든 삶은 순항하다가도 아무런 이유없이 좌초하곤 합니다.

하지만, 순항하던 자신의 삶이 좌초한 것도 오롯이 자신의 것이라며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난 100명의 주인공들은 그것을 뛰어넘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여, 누구도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비아냥을 비웃기라도 하듯 분연히 일어나 자신의 삶을 당당히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들이, 당신이 코 흘리기 시절 위인전에서 보고 우러러보기만 하던 위인이 아닌, 그저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지금 힘겨워하는 당신의 삶을, 그들이 했듯이 보란 듯이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를, 힘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그저 말랑한 위로나, ‘다 잘될 거야’라는 식의 감성적인 위로보다, 다소 아프고 아리고 따끔하긴 하겠지만 한번 돌아서서 생각하면, 그렇기에 당신의 삶에 더 강한 힘을 다시 들이마실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지쳐 쓰러져 힘겨워하는 지금의 그 삶이, 내일 오게 될 당신의 당당한 삶의 자취에 추억거리로 남게 하라고, 그럴 수 있을 거라고, 힘 있게 외쳐주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삶을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밖에 없으니까요.


100명의 위인이 목표가 아니었던 관계로, 이렇게 가볍게 자축하고 다음 주 월요일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101번째 위인의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깊어가는 늦가을,

당신의 삶이 당신과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사회를 위한 사색들로 물들어,

저 은행과 단풍 속에 시나브로 스며들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대만 친일파에 대한 글을 읽고 문의 메일을 보낸 대학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