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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ug 30. 2021

대만 친일파에 대한 글을 읽고 문의 메일을 보낸 대학생

브런치는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일조하게 되는가?

오늘 새벽, 브런치를 통해 제안하기가 들어왔다며 심상치 않은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새벽에 구독을 신청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구독을 신청했다가, 라이킷을 눌렀다가 다시 취소했다가 구독했다가 하는 모습이 보였었는데 그 주인공이라며 한 대학생이 보낸 메일이었다.

브런치 북으로 묶인 소설 '대만에 사는 악녀'와


https://brunch.co.kr/@ahura/30

매거진에 속해 있지는 않은 글 중에, 대만 친일파에 대한 단편소설을 읽고서 메일을 보낸다고 쓰여 있었다.


https://brunch.co.kr/@ahura/19

그닥 길지도 않고, 개인정보가 전혀 담겨 있지 않은 내용이라 전문을 그대로 공개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만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입니다.

우선 지한파를 칭하고 다니는 '주리시'라는 사람에 대한 글 잘 읽었습니다.

사실 성추행 사건 때 그 사람이 지나치게 반응하던 모습이 너무 수상해 보여서 구글링으로 뒤를 캐봤고 주리시가 일본 매체에 매우 편향적인 글을 기고한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분명히 '지한파'의 시선에서 한일관계에 조언을 해주는 글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의 과격한 반일을 비판한다는 명분으로 혐한감정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묘하게 느껴져서 기분이 나빴습니다.

2021년 현재 그의 추한 실체가 잘 알려져서 한국 인사들과의 교류는 많이 끊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타이완의 소리 한국어판 유튜브에 출연해서 또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민주화 운동 얘기하면서 뭐 할거 없나 기웃거리더군요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AV9-sXMQceI

또 한국에서 떨어지는 콩고물 얻어먹고 싶어서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런 사람이 '지한파'의 탈을 쓰고 한국인들을 속이는 일이 없도록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혹시 주리시의 다른 악행들도 더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사실 내 소설에는, 대만 친일파의 실명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이 학생처럼 대만의 친일파나 혐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아내는데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내가 이 학생에게 이메일로 답장을 해주는 대신, 이렇게 메일을 공개하고 공론화한 이유는,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 브런치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내 생각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해서이다.


내 글을 꾸준히 읽은 독자들은 아는 사실이고, 지금이라도 작가 소개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는 일이지만, 나는 글을 통해 사회를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해보겠다고 브런치를 시작했다.


며칠 전 대학을 자퇴했다는 학생이, 내가 연재 중인 '인생에 실패했던 대가들 이야기'를 읽고서 댓글을 달았던 일이 있었다. 대학을 자퇴하고 군면제를 받은 상태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세상에 홀로 뚝 떨어져 부유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내 글을 읽고 용기를 얻어 이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댓글이었다.

대단치않은 내 글을 읽고 방황하던 젊은이가 용기를 얻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일론 머스크의 한 마디에 코인 시장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시대다.

내가 사회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라서 내 말과 글이, 그리고 내 행동들이 바로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것도 그리 나쁘지 않겠지만, 선한 영향력은 그리 쉽고 간단하게 성취되기 어렵다.


우연히 내 글을 접하고, 자신이 대만에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살았던 경험이 있었던 듯한 저 학생이, 얼마나 저 대만 친일파의 간악한 행보가 싫었으면 나에게 관심을 표하는 것을 넘어 도움까지 청했을까?

한국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주제에, 지한파라는 가면을 쓰고 한국에서 콩고물 부스러기라도 얻어먹을까 평생을 전전했던 대만 친일파가 다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뭐 얻어먹을 거 없나 나대는 저 모습이 얼마나 싫었으면 그 새벽에 저리도 심각하게 메일을 보냈을까?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 있다.


해당 유튜브 채널에, 댓글로 저 대만 친일파의 행각을 적나라하게 올려 혹여 모르고 보게될 한국인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한국의 지원을 받아서 돈을 챙기려는 저 채널 제작 주체 측에, 저런 자가 감히 한국을 팔아 돈을 챙기는 짓을 하게 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히 항의 메일을 보내면, 그리고 그렇게 하는 이들이 많으면 대만 친일파는 감히 콩고물 떨어질 곳을 킁킁거리며 어슬렁거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대만 친일파가 도대체 어떤 짓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문의하신 분이 계셔서 위 학생이 보고서 경악을 금치못했다는 중앙일보 대서특필 기사의 주소를 공개합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236550

그리고 항의이메일을 보낼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신 분들을 위해 이메일 주소와 홈피주소를 공개합니다. 

Rti 중앙방송국

https://kr.rti.org.tw/

Paijennifer@rti.org.tw


오늘로 브런치를 시작한 지 석 달 하고 이틀이 지났다.

매일같이 2편 이상의 글을 브런치의 발행 버튼을 누르며 가만히 눈을 감고 이런 상상을 해본다.


'브런치'라는 공간을 통해 알게 된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선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것이 확장되어 오프라인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사회를 정화시키게 되는 프로세스.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당했는데 경찰이 복지부동 자세로 뒷돈을 받고 사건을 눈감아주려는 사건이 터졌다.

그 사실이 브런치의 글을 통해 알려지고, 그것을 본 현역 기자가 취재를 통해 그 사실을 공론화하고, 변호사는 법률자문과 무료변론을 나서고, 경찰청에서 감사업무를 맡고 있던 경찰이 그 글을 통해 해당 경찰관에 대해 제대로 된 감찰을 시작하고, 마침 그 글을 읽은 검사가 어쭙잖은 권력을 이용하여 사건을 덮으려는 사건임을 파악하고는 직접 사안에 대해 조사하기로 하고, 그 글을 읽은 국회의원 보좌관이 의원실 차원에서 공조하여 공론화에 힘을 실어주어 뒷배 역할을 해주던 자들까지 경찰과 검찰에 적발되어 고개를 떨구는 뉴스가 나오는 모습.


황당무계하고 허망한 공상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 정작 시도해보지 않았지 않은가?

그리고 한두 번에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될 것이라 달콤한 기대 따위 할 정도로 순진하지도 않지 않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한 나쁜 짓은 단 한 번만으로도 엄청나게 빠르고, 엄청나게 넓은 범위로 확장되지만, 이제까지의 잘못된 선례를 없애고 양심을 되찾아 올바른 형태의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 이러한 과정은 수십 번 수백 번으로도 부족 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것 아닌가?

이제까지와 같은 썩어빠진 구조의 사회를 내 아이들에게 주고 싶지 않다는 올바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브런치'라는, 글을 통해 진심이 공유되는 공간에서, 같은 목적으로 움직인다면 단 한 번만으로도 그것은 파도가 되고 해일이 되어 썩은 그들을, 그 의식을 일소해버릴 수도 있을 거라 생각, 해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처음이 어렵지, 한번 부끄러운 짓을 한 이들이 브런치파에게 일침을 당하고 그것이 공론화되기 시작하면,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끈끈하게 뭉쳐진 브런치파의 모든 일원들이 내가 사는 바로 옆에서 지나치며 여기저기에서 바라보고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서슴지 않고 하던 악행을 하던 이들이 조금이라도 주춤하고 움찔하게 되지 않겠는가?


그것이 내일이 될지 모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밝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을 일깨우고

바른 방향으로 함께 가자고

글을 통해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배웠고, 가르쳐왔다.

       

'정치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재미없는 가망 없는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보다는 훨씬 현실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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