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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n 16. 2021

환경분쟁조정위원회 - 2

서울시가 '복마전'이라고 불리는 이유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2

나이께나 먹고 강남의 수십억 하는 아파트에서 오도 가도 못하며 입주자 대표회의의 '회장님'행세를 하던 늙은이는 지풀에 찔려 그렇게 도망치듯 사라졌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는 있었다.

그가 속한 102동만 전체 보상을 받고, 103동은 총 6호 라인 중에서 딸랑 두 개 라인만 그것도 102동의 절반 가격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받았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식적으로 아파트 전체에서 입주자 대표회의가 1년간이나 실랑이를 하고 보상금을 받았는데, 대형 건설사의 교통 정리대로 바로 앞동은 전체 보상을, 옆 동은 일부 절반 보상을 나머지는 주지 않는다고 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보상금은 전체 동의 N분의 1로 나눠 지급했더라면, 적게 받은 것에 대해 한 소리 듣기는 했더라도 지금처럼 지가 혼자서 먹겠다는 욕은 안 들어도 될 판이었다.

그런데 왜?

상식적인 의문이 계속 용의 비늘처럼 돋아났다.

그렇게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이라는 자와 실랑이를 한 것이 2020년 6월의 일이었다.

현장 보상 담당자라는 박 과장에게서 살랑거리듯 친한 척 전화가 온 것도 그쯤이었다.

본사 측의 법무팀에 알려, 과연 보상받지 못한 세대가 보상을 법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인가?

그리고 입주자 대표회의가 법적 보상에 대한 대리권을 가지고 있는가를 문의하고 난 뒤였다.

"아니, 제가 꼭 그렇다고 말씀드린 것까지는 아니고요. 하실 수 있죠. 있어요. 그런데 굳이 꼭 그렇게 하시지 않아도 되잖아요. 돈이 없으신 분도 아니고, 저희가 어떻게 해드렸으면 좋겠다는 거죠?"

"당연히 합당한 보상을 하고 사과를 해야지요. 지금도 공사가 끝나지 않고 매일같이 소음에 창문을 열어놓고 지낼 수 없을 지경인데..."

"알겠습니다. 제가 회사에 특별히 말씀드려서 한번 알아볼 테니까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시거나 문제를 일으키시면 제 입장에 조금 곤란해집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그렇게 한 달여가 지났다.

8월 말경에 특별히 공사가 심각한 소음을 일주일간 집중적으로 낼 공정을 하니 양해를 바란다는 공문이 1층 엘리베이터 앞에 붙었다.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지만, 비굴한 웃음을 띄우며 회사에서 그렇게 쉽게 결정이 나는 것이 아닙니다. 라며 그는 그 대단한 소음의 일주일을 넘겼다. 그리고 또 일주일이 지나 항의 전화를 하자 그의 태도가 바뀌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미 입주자 대표회의와의 합의에 의해 보상금이 지급되었는데, 또 선생님께 따로 지급을 할 명분도 없고 회사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왠지 강한 소음이 지속되었던 공사기간만 민원 없이 넘기자는 그의 의도가 그려졌다.

그래서 강남구청 소음측정반이라는 곳과 연락을 처음 하게 되었다.

소음이 심한 날이었다. 전화를 걸었더니 소음측정을 나온다고 했다. 오전 10시경에 전화를 걸었는데,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오지 않았다.

공사 소음이 그 상황을 비아냥거리듯 쿵탕거렸고 점심시간의 정적이 지나고 나서 다시 쿵탕거렸다.

오후 4시가 다되어 소음측정반이라며 아파트로 올라가도 되냐고 연락이 왔다.

당장 올라오라고 했다.

소음이 쥐 죽은 듯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아파트로 들어서는 골목은 하나, 공사장을 지나거나 공사장을 마주 보고 있어, 그 골목으로 단속차량이 들어오는 것은 공사장 앞에서 교통 통제를 하는 알바 노동자가 체크한다는 사실을 그때까지도 몰랐다.

강남구청 환경과 소속 소음측정반이라는 이들은 2인 1조로 집안으로 들어와 소음 측정기랍시고 딸랑 방송에서도 흔히 보았던 기계 하나를 삼각대에 연결해서 창가 쪽에 섰다.

"지금 아무 소음도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측정해드릴까요?"

약 올리는 것 같아서 부아가 났다."

"오전 10시에 소음이 심해서 연락을 했는데 4시에 와서 소음 측정을 합니까?"

"저희가 얼마나 민원이 많은데요. 저희 2팀이 강남구 전체 민원 전체 커버를 합니다. 공사장 민원은 물론이고, 층간소음까지 민원이 얼마나 많은데요."

"아무리 그래도..."

일이 많아 바쁘다는데 마냥 탓만 하기도 그래서 그대로 보내기 전에 그럼 어떻게 소음을 잡아야 하는지 신고 노하우를 물었다.

"저희가 24시간 근무체계이긴 한데요. 아침 8시 반에 업무 교대를 합니다. 그러니까 아예 저런 악질 공사장은 그냥 아침에 전화를 주세요. 잡힐 때까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그렇게 거의 건물이 올라간 공사장임에도 9월부터 소음측정반과의 친밀한 만남이 지속되었다.

하지만, 제시간에 소음측정반에 오는 일도 드물었지만. 신기하게도 소음측정반이 왔다고 아파트 밑에서 전화가 올 즈음부터 소음은 자연스럽게 사그라드는 현상을 보였다.

10월 9일 한글날에는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소음이 너무 크게 아파트 동을 울려댔다.

신고전화를 했더니, 공휴일에는 사용해서는 안 되는 크레인 류나 타공기를 사용한 증거가 있어 사진을 찍어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했다.

그들의 설명에 의하면, 공사장에서 대낮 소음이 65 데시벨 이상으로 5분간 평균치가 넘으면 공사를 중단하고 체크하며, 그것이 2회 연속 누적이 되면 공사를 진행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반대로 말하면, 아무리 소음이 심해도 3분 공사를 하고 2분을 쉬는 방식으로 하면 그 소음측정에는 절대 걸리지 않는다는 법칙이라는 것이 작용한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타공기가 너무도 심하던 날, 측정을 하는데도 누군가 눈치 없이 손발이 안 맞았는지 타공기를 사용했다. 순간 소음이 70 데시벨에 가깝게 울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잡는구나 생각한 순간, 누군가의 고함소리가 들리며 타공과 소음은 사그라져 들었다. 아마 제대로 들었던 것이라면 '지금 뭐하는 짓이야? 멈추라고 했잖아!'였다.

공사의 마무리 즈음에는 소음측정반의 직원이 이렇게 알려줬다.

"지금 공사장 주변에 세운 말뚝을 박기 위해 콘크리트를 사용했을 것이고, 그 콘크리트는 결국 타공기로 모두 부숴야 할 겁니다. 그러니까 한 번은 제대로 걸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귀찮고 힘드시더라도 매일같이 전화를 그냥 주세요. 저희도 민원이 들어와 있어야 출동할 수 있으니까요."

그의 말처럼 말뚝이 제거되는 날을 기다렸는데, 코미디가 벌어졌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 느린 방식으로 크레인이 와서 말뚝을 들어서 뽑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소음을 피해 가는 방식을 구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11월경 준공을 석 달 앞두고 '환경분쟁조정위원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사장의 소음, 분진 등의 문제가 발생되었을 때, 환경부 산하조직으로 환경분쟁을 조정하도록 분과가 개설된 것으로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들로 공정하게(?) 구성되었다는 설명이 있었다.

1억 원 이상의 경우는 환경부 산하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 처리하지만, 피해산정 금액이 1억 원 이하일 경우에는 각 지자체, 즉 이 경우는 서울시 산하 환경분쟁조정위원회로 넘어간다고 했다.

그렇게 인터넷을 뒤져 방법을 연구하고 어렵사리 사유와 괘씸한 건설현장 보상담당 녀석의 행위까지 빼곡히 적어 제정 신청이라는 것을 하고 담당자에게 확인 전화를 했다.

그렇게 겨울을 결국 넘기고 담당자가 그제사 확인하겠다며 집으로 찾아왔다.

대강의 설명을 했더니 서울시에서 이 일을 한 지 꽤 된다는 조사관이라는 직함의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그런 놈들에게 사과란 가당치 않습니다. 결국 돈이에요. 보상금을 확실하게 받아내시면 됩니다. 그놈은 지금 그렇게 가당찮은 방법으로 보상을 처리하고 회사에서 인정받아서 보너스도 받고 승진도 할 겁니다.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잘, 그것도 적은 금액으로 틀어막은 게 되거든요. 합의를 중간에 하시게 되더라도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굳이 공개하지 않거나 할 필요도 없습니다."

최소한 우리 동의 3,4,5,6라인 52세대가 케이크 잘리듯이 잘려나간 부분에 대해 말하자 그가 더 흥분해서 말했다.

"그럼 이 건은 선생님 건 하나가 아니라는 뜻이네요. 무조건 곱하기 52가 되는 거네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만약 제대로 선생님께 사과하고 보상하지 않으면 52세대와 단체 청구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담당자 녀석에게 따끔하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정도 상황이면 당연히 대형 건설사 본사에서도 더 크게 나갈 돈을 막기 위해 합의에 응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무엇보다 중간에서 농간질을 하고 공사기간 중에만 적당히 넘겨 준공을 하려던 그 보상 담당이라는 녀석이 머리를 조아리고 반성하는 꼴을 반드시 봐야겠다는 뒷끝도 있지 않고 그에게 전달하였다.

그런데, 담당자에게 그렇게 으름장을 놓고 바로 피드백 전화를 주겠다던 그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뭔가 그렇게 진행되어가는 것인가 싶었는데, 한 달 여가 다 되어갈 즈음에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소음측정 계산 등과 관련해서 교수님과 한번 방문하려고 하는데 언제가 괜찮으신가요?"

한 겨울에 아파트 옆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처음 만났을 때와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지극히 사무적인 모습으로 정년퇴직을 했어도 벌써 했을, 머리가 다 세어버린 교수라는 사람과 함께 왔다. 그들은 음료를 마시며 그다지 쓸모없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소음 당시에 사람이 없어 측정치가 없으니 예상을 해야 하는데, 공사한 대형 건설사 측에서 공사에 사용된 일지와 장비를 받아서 그 장비를 이미 마련된 엑셀 프로그램에 넣어 가상 시뮬레이션을 돌려 소음이 얼마나 나오는지에 대해 가상치값을 산정하여 그것이 평균 65 데시벨을 상회할 경우, 그게 합당하게 피해보상액을 산정해준다는 것이었다. 자꾸 시선을 회피하는 조사관이라는 사람에게 물었다.

"지난번에 현장 담당자에게 으름장을 놓는다고 한 건은 어떻게 되었나요?"

"네? 그건 뭐, 그냥 원칙대로 이렇게 회의에 상정될 것이니까 그날 와서 말씀하시면 됩니다."

"네?"

그의 생뚱맞은 태도와 답변에 다시 물었다.

"지난번 얘기 다 했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소음측정기를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8월 말 집중적으로 일주일간 거실의 대형 tv볼륨을 10으로 해도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지경의 상황을 핸드폰으로 매일 찍은 화면은 왜 증거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겁니까?"

"일단 공인된 기관에서 사용한 것이 아니면 저희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알아보니까 실제 소음 때문에 그 공사장이 과태료를 받은 적도 없고, 공휴일에 과태료를 물렸던 데 그것도 좀 과한 처분이었더라고요."

"네?"

그의 변신은 점입가경이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처음 우리 집을 방문해서 공사 소음을 내고 적은 돈으로 피해자들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대형 건설사를 성토하던 그와 같은 인물인지를 의심할 정도로 그의 태도는 완벽하게 달라져 있었다.

"하여간, 위원회 회의가 열리면 교수 출신 위원장님도 있고, 변호사들도 나오고 기술사들도 위원으로 다 다 오니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그날 나와서 하세요."

그렇게 2021년 봄 어느 날, 나는 서울시청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나오라는 공문을 받게 되었다.


-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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