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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n 18. 2021

정부 24,프로그램 무한 다운로드

작고 사소하지만, 누군가 하지 않으면 불편한 바로 그런 일.

어제저녁의 일이다.

의사 면허증을 인터넷으로 발급할 일이 있어 보건복지부 사이트에 들어갔다.

세상 참 좋아졌다.

오래된 누런 종이의 의사 면허증이 병원 입구 혹은 원장실에 붙어 있는 것으로 인식했던 내게 인터넷으로 등본 발급하듯이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신선한(?) 변화이자 신기한 현상이었다.

그런데...

신청 과정이 물 흐르듯 간다 싶었는데

출력하기를 누르는 순간, ezpdfreader 2.0을 다운로드하여 설치하란다.

대부분 공공기관 사이트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기계적으로 설치하라는 화면이 나오면

읽을 필요도 없이 설치, 혹은 실행을 누른다.

그런데 이게 다운로드가 완료되어 설치 완료되었음에도

출력 화면이 나오질 않는 거다.


뭐지 이건?

3번 이상 반복해서 다시 설치하고,

브라우저 다시 시작하고

A.K.A 삽질을 했다.

그리고 바로 뭔가 이상하다고 깨닫고 본래의 프로그램을 찾아본다.

역시나 안된다.


비슷한 경험을 했을 다른 이들의 경험을 빠르게 서베이 한다.

그리고 원인을 알아냈다.

문제는 다운로드 프로그램이 제대로 된 버전으로 쿠키값이 설정되지 않은 탓이었다.

더 복잡하게 말해봐야 알아들을 사람이 몇 없을 것이니 생략하고 간단히 한 줄 요약하면

그 다운로드 페이지로 연결되는 것으로는 백날 해봐야 안 되는 버전을 넣어둔 것이다.


그래서 '정부 24'에 가서 자료실을 방문했다.

2016년에 올려놓은 프로그램을 깔았다.

바로 실행된다.


서베이의 결과,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비슷한 문제를 겪었고,

심지어 그것이 최근 겪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분석해보면,

해당 프로그램의 다운로드를 연결한 이의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된

아주 별 것 아닌 잘못일 수도 있는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컴맹이거나

나이 먹은 의사들이라면

'이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포기하고 쌍욕을 하기 딱 좋은 지뢰였다.


공공기관이랍시고

문의 전화를 해보면

그들은 늘 '업무분장'을 핑계대기 일쑤이다.

'그 일은 제 관할이 아니기 때문에...'따위가

그 변명의 상투어구이다.


물론, 원활한 업무처리를 위해 '업무분장'은 필요하다.

하지만

어찌 보면 아주 사소하고 작은

그렇지만 그것이 안 되는 것 때문에

급한 업무를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것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것은

그 업무를 맡고 있는 누군가의 구시렁거림이 아닌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한

처리와 연계작업일 뿐이다.


'나라에서 하는 일이 다 그렇지'

'공무원들이라는 게 다 그렇지'

이렇게 넘길 일인가 생각해보라.


당신은 공무원이라서

그렇게 느기작거리며

자신이 처리할 수 있는 일도

다른 저쪽의 누군가에게 가서 처리하라며

손사래 쳤었던가 말이다.


내 업무라서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내 업무 범위라서

사고당해 쓰러진 사람을 둘러업고

옷에 피가 묻더라도 병원으로 달리는 게 아니다.

그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하는

'인지상정'이다.


이 업무를 맡았을 그 누군가,

실수해서 여럿을 불편하게 했을 누군가는

실제 자신의 실수 때문에

전혀 불편하지 않다.


그래서 그 불편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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