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술 이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검무적 Jan 09. 2022

향에 의한 중국 바이주 구분법

중국 명주 기행 4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663


2. 청향형(清香型)

분향형(汾香型)이라고도 불린다. 샨시성 분양시 행화촌(山西省 汾陽市 杏花村)의 분주(汾酒)가 이 계열의 대표적인 술로 손꼽힌다. 이 계열은 수수 등의 곡물을 주원료로 하여 보리와 완두로 제조된 대곡누룩(부국(麩曲)과 효모를 사용하기도 한다)을 당화 발효제로 사용한다. 찐 수수를 술밥으로 쓰는 공정으로 항아리 안에서 고체 상태로 발효한 후 증류해서 술을 만든다.


이러한 점을 강조하여 ‘불순물을 섞지 않고 깨끗하고 위생적이다(清蒸排雜、清洁衛生)’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깨끗함을 강조하기 위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깨끗하다(一清到底)’라고 설명하여 그 특징을 부각하기도 한다.

 

이 계열의 술에서 나는 향의 주된 성분은 초산에틸이다. 술의 색은 무색으로 깨끗하고 투명하며 맑은, 깔끔하고 부드러운 향이 난다. 맛은 달콤하고 매끄러워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목 넘김이 맑고 깨끗하며 뒷맛이 오래 남지만 진하고 강하거나 혹은 장향이 남지 않고 잡스러운 맛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누룩 냄새가 앞서 설명했던 장향형(醬香型)에 비해 상당히 적은 편이며 은은한 과일향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는 계통이기 때문에 강한 향의 장향형(醬香型) 중국술에 거부감을 갖는 초심자나 여자들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술이다. 여느 중국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과두주 역시 이 계열에 속한다.

 

3. 농향형(濃香型)

노주노교 특곡주 노자호 2018년판(泸州老窖特曲酒老字号 2018版)100ml 42도

로향형(瀘香型)또는 교향형(窖香型)이라고도 불린다. 쓰촨성 루저우시(四川省 瀘州市 사천성 로주시)의 루저우라오자오 터취지우(瀘州老窖特曲酒 노주로교 특곡주)가 이 계열의 대표적인 술로 손꼽힌다. 주원료는 수수, 쌀 등 곡물이며 보리와 완두 혹은 밀을 사용한 대곡 누룩으로 고온당화발효(부국(麸曲)과 효모를 사용하기도 한다)하여 제조한다.


술밥을 혼합하여 쪄낸 후 술지게미를 배합한 다음 지하창고에 저장하여 발효시키며, 옅은 불로 증류한 술을 저장하고 혼합 등 기타 양조 공정을 거쳐 술을 완성한다.


무색 혹은 미황색의 맑고 투명한 색을 띠고 토굴의 짙은 향이 나고 맛은 달며 깨끗하면서 순수한 느낌으로 뒷맛이 매우 오래간다는 특징이 있다.

농향형(濃香型)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 향이 가장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예컨대, 당신이 향수를 쓰지 않는 사람인데, 술을 마시다가 농향형(濃香型)의 술을 조금이라도 옷에 흘렸다면, 당신은 그 술향을 일주일 이상 옷을 빨지 않는다면 맡으며 다녀야 한다. 심지어 농향형(濃香型) 계열의 술을 마신 다음 화장실에 가면,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짙은 농향이 올라오는 것을 느낄 정도로 강하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인들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는 술이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청국장이나 홍어회처럼 강한 발효식품에 대한 선호가 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금세 적응되어 빠져드는 경향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호불호도 호불호지만, 한번 그 맛에 빠지면 다른 계열의 술은 영 입에 맞지 않는다고 할 정도의 독특한 중독성을 지닌 마성의 술이라 하겠다.

 

4. 미향형(米香型)

빙위좡위안다미위엔짱지우(冰峪莊園大米原漿酒 빙욕장원대미원장주)가 이 계열의 대표적인 술로 손꼽힌다. 쌀을 주원료로 하며 쌀로 만든 소곡 누룩을 당화 발효제로 사용하며 별도의 다른 원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미생물 발효를 하며 액상 증류를 거쳐 초여과막기술(Ultrafiltration membrane)을 사용하여 술을 걸러낸다.

이 계열의 향과 맛을 결정하는 기본적인 성분은, β-페닐에탄올(β-Phenylethanol)로 색상은 투명한 호박색이며 맑고 깨끗한 꿀 향기가 나는데, 첫맛은 부드럽고 달콤하며 목 넘김은 시원하고 깨끗하며 뒷맛 또한 시원한 느낌을 준다. 뒷맛에 남는 묘한 약향이 특징이다.

함유되어있는 고급 지방산인 에틸 에스테르는 10℃ 이하에서 응고되어 바닥에 침전되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불순물이라고 착각하곤 하는데, 알아둘 필요는 있다. 술병 바닥에 침전되어 있는 유백색의 침전물은 온도가 다시 상승할 경우 술 속으로 용해되면서 술의 색이 다시 투명하게 돌아오는 마법 같은 현상을 보여준다.

 

5. 봉향형(鳯香型)

산시성 바오지시 펑샹현(陝西省 寶雞市 鳯翔縣 산서성 보계시 봉상현)의 시펑주(西鳯酒, 서봉주)가 이 계열의 대표적인 술로 손꼽힌다.(운 좋게도 이 술의 경우, 한국에 진출하고 싶어 하던 현지 본사 공장장과 인연이 되어 직접 공정을 견학하고 다양한 단계별 술을 마신 바 있다. 선물도 물론 양손에 가득 ^^;)

수수를 주원료로 하며 보리와 완두를 사용한 중온의 대곡 누룩 혹은 부곡(麩曲) 누룩과 효모를 당화 발효제로 사용하며 술밥을 지어 땅속에 묻어 1년 미만으로 발효시키고 ‘주해(酒海)’라고 하는 용기에 담아 술을 만든다.


이 계열의 향과 맛의 주성분은 초산에틸과 이소펜틸알콜(isopentyl alcohol)이며, 색상은 무색으로 맑고 투명하고 순수하고 우아한 향기가 난다. 첫맛은 달고 매끄러우면서 상쾌하고 뒷맛은 깔끔하고 여운이 남는다. 맑지만 연하지 않고 그윽하되 진하지 않으며 맑은 향기가 서로 융화되어 그윽하게 하나로 조화를 이룬 맛을 선사한다.

 

6. 겸향형(兼香型)

안후이성 화이베이시(安徽省 淮北市 안휘성 회북시)의 ‘커우쯔자오(口子窖, 구자교)’가 이 계열의 대표적인 술로 손꼽힌다. 복향형(复香型)으로도 불리며 주된 향이 두 종류 이상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각 양조장 독자적인 생산방법으로 제조한다. 커우쯔자오 양조장의 역사는 매우 긴데, 전하는 바에 따르면 전국시대 송나라에서 샹산(相山)으로 천도할 때 술을 대량으로 빚었다고 한다. 커우쯔자오酒의 역사는 천여 년으로, “이름은 북으로 삼천리에 퍼지고 그 맛은 강남 제일이네.(名馳冀北三千里,昧占江南第一家)”라거나 커우쯔자오酒의 첫맛은 달고 뒷맛은 정신을 즐겁게 한다고 하여 “온 동네가 다 취하고 그 향기는 10리를 간다.(隔壁千家醉,开壇十里香)”라는 칭송을 들었다고 한다.

 

향기는 장향, 농향, 청향 등 두 종류 이상의 향기를 복합적으로 갖고 있으며 장향, 농향, 교향(窖香), 양향(粮香), 곡향(曲香)등이 유기적으로 하나로 결합한 향이 나는데 장향, 농향, 교향이 그윽하게 올라온 이후 양향과 곡향이 서로를 부각해주면서 마지막으로 장향형 백주의 거친 맛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전체적으로는 농향형보다는 부드럽고 깊은 향이 나는데, 앞서 설명했던 약간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 누룩 특유의 농향을 줄여서 농향형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이 조금 먹기 편하게 만든 술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안휘 구자주업주식회사(安徽口子酒業股份有限公司) 자체는 1945년에 창립된 회사로 다른 명주 제조업체에 비교한다면 신생에 해당하는 짧은 역사를 갖는 관계로 다른 곳과 대별되는 특이점이나 역사적 마케팅은 아직 좀 미약한 편이고, 그저 마시기 편한 백주를 대량으로 만들어 일반화된 맛을 추구한다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7. 기타향형(其它香型)

 

위에 설명한 여섯 종류의 주요 향의 백주 이외에 독특한 양조 공정을 사용하여 특색 있는 백주들이 제조되고 있다. 이 향 계열은 술의 종류가 많기도 하거니와 특별히 구분하고자 하여도 앞서 나온 향형에 맞아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따로 분류한다.

주요 특성으로는 무색 혹은 옅은 황색의 맑고 투명한 색으로 편안한 독특한 향을 갖고 있으며 맛은 조화롭고 뒷맛이 길게 남는다. 기타 향으로는 대표적인 다섯 종류 정도만 소개하기로 한다.

 

◦동향형(董香型)

약향형(藥香型)으로 부르기도 한다. 앞서 설명한 방식에서 약재를 첨가하여 향을 더하는 방식으로 제조한 술로, 동주(董酒)가 이 계열의 대표적인 술로 손꼽힌다. 수수와 각종 곡류를 원료로 하여 좁쌀을 원료로 한 대곡과 쌀을 원료로 하는 소곡 누룩 두 가지를 사용하여 당화 발효한 후 여러 약재를 첨가한 다음 소곡 누룩은 작은 단지에서 밑술(탁주)을 만들고, 대곡 누룩은 큰 단지에서 밑술(탁주)을 만든 다음 이 두 가지 밑술을 섞어 관증법(串蒸法)으로 만든 것이다.


색상은 무색투명하며 대곡주의 농향과 소곡주의 부드러움, 깔끔한 향을 갖고 있으며 단맛이 약간 돌고 상쾌한 약향이 한데 어우러지며 뒷맛에 여운을 길게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 시향형(豉香型)

광둥성 포산시(廣東省 佛山市 광동성 불산시)의 츠웨이위빙사오지우(豉味玉冰燒酒, 시미옥빙소주)가 이 계열의 대표적인 술로 손꼽힌다. 쌀을 주원료로 하여 만든 소맥 누룩으로 빚은 술을 기초로 하여 비계를 넣고 항아리에서 여러 해 재워 만든다.


고상한 듯 투명하게 빛이 나는 색으로 깔끔한 시향이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만들어준다. 첫맛은 깔끔하고 부드러우며 여운은 달고 상쾌하다. 알코올 도수는 30도로 낮지만 너무 옅지도 않아 술을 잘 못하는 사람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편이다.

 

◦ 지마(참깨)향형(芝麻香型)

산둥성 안추시 징즈전(山東省 安丘市 景芝镇 산동성 안구시 경지전)의 ‘이핀징즈(一品景芝, 일품경지)’가 이 계열의 대표적인 술로 손꼽힌다. 수수를 원료로 하여 좁쌀로 만든 대곡 누룩을 당화 발효제로 사용한다. 특수한 공정을 사용하여 참깨 향이 나도록 발효하여 술을 빚는다.

무색투명하며 이름 그대로 향기에서 참깨 향이 그윽하게 올라온다. 첫맛은 신선하며 맛은 순한 편이고, 참깨 향과 어우러진 술향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사특향형(四特香型)

주특향형(做特香型)이라고도 불린다. 장시성 장수전(江西省 樟樹鎮 강서성 장수진)의 쓰터지우(四特酒 사특주)가 이 계열의 대표적인 술로 손꼽힌다. 쌀과 수수를 주원료로 하여 좁쌀로 만든 중온 대곡 누룩을 당화 발효제로 사용한다. 땅에 묻어 발효시키며 탁주를 증류할 때 오래 묵힌 술을 밑술로 같이 섞어 맛을 조절하는 공정으로 술을 빚는다.


무색투명하며 맑고 그윽한 문향(聞香)이 나며 깊은 뒷맛을 갖고 있다. 부드러우면서 깔끔하고 입가에 도는 단맛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노백간형(老白干型)

중국 동북쪽의 일반적인 백주를 통칭하는 일컫는 용어이다. 수수를 주원료로 하며 부곡(麸曲) 누룩과 효모를 당화 발효제로 써서 땅을 파서 만든 발효장에서 발효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원료를 쪄서 거칠게 발효시키는 노오증(老五甑)의 방식으로 술을 빚는다.

무색투명하며 향기는 순수하며 맑고 깔끔한 단맛과 여운이 긴 뒷맛을 갖고 있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670


매거진의 이전글 중국 바이주[白酒]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