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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an 10. 2022

바이주(白酒) 중에 유명하고 맛있는 술, 소개해주세요.

중국 명주 기행 5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666


 

흔히들 말하는 중국 8대 명주로 마오타이(茅臺酒), 분주(汾酒), 오량액(五粮液), 죽엽청주(竹葉靑酒), 양하대곡(洋河大曲), 노주특곡(蘆酒特曲) , 고정공주(古井貢酒) , 동주(董酒)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공식적으로 그것이 으뜸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중국 8대 명주

천하제일 중국 명주(名酒) 대회 - 전국평주회(全國評酒會)

무엇이든 평가하고 등급 매기기 좋아하는 중국에서 명주(名酒)를 평가하는 대회를 열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래서 열린 대회의 이름이 이른바 ‘전국평주회(全國評酒會)’. 중국 전역의 명주를 선발하자는 취지의 대회였다. 1952년, 1963년, 1979년, 1984년, 1989년 총 다섯 차례 개최되었으나 서로 마케팅의 일환으로 삼고자 하도 뒤에서 구린 짓을 많이 하는 폐단이 심각해서 이후로는 아예 정부에서 대회를 폐지해버렸다.


5차 대회까지 총 17종의 백주가 금상을 받았는데, 공식적으로 ‘중국 명주’ 타이틀을 공식적으로 술 판매에 붙일 수 있었다. 그렇게 결정된 것이 일명 중국 17대 명주. 물론 마지막으로 개최된 것이 이미 30년이 넘어버렸기 때문에 ‘17대 명주만이 최고의 술이다.’는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전통적의 맛을 고수하면서 대중적으로도 인지도가 있는 술들은 이 17가지에는 다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안에 들어가지 않았으면서도 맛있고 좋은 술은 얼마든지 있다. 계속해서 공부하지 않고 정보를 업데이트하지만 않는다면 당신은 진정한 중국의 명주를 마실 자격이 없다. 누차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오히려 유명한 술은 네임벨류의 값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비싸고, 비싸고 유명해지면 짝퉁 문제가 워낙 심각해진다는 단점을 항상 안고 있다는 것이 맹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심자의 입장에서 백주의 교과서들을 맛보면서 참고하라고 17가지의 명주를 각 산지별로 구분하여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강소(江蘇)

 

◦쌍구대국(雙溝大麯)

◦양하대국(洋河大麯) : '몽지람(夢之藍)'이라는 브랜드로 농향형 고급 백주를 출시하고 나서 매출이 올라가고 시진핑 주석 주관 연회 시에는 대부분 몽지람이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귀주(貴州)

 

◦모태주(마오타이; 茅台酒) - 5차례 금상 수상

마오타이[茅台]는 원래 이 술의 주 생산지 지명이다. 구이저우성(贵州省) 런화이시(仁怀市)에 속하며, 행정구획상 진(鎭)에 해당한다. 고급술 마오타이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전체로 봤을 때 상당히 부유한 지역이며, 구이저우 내 향진 가운데서는 가장 잘 사는 동네로 격상된 상황이다.


다른 지역에서 이촌향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지만 마오타이에서는 청년층들도 술공장에 취직하는 것을 택하다 보니 이촌향도 현상은커녕 외부로부터 인구가 유입되고 있으며 소득 수준도 중국 향진 가운데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 지방에서 술을 빚기 시작한 것은 매우 오래되었는데, 이미 18세기 중엽에 20군데 이상의 양조장이 있었으며, 20세기 초에 이 지방에서 생산된 마오타이춘과 마오타이사오춘이 세계적인 명주(名酒)로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다. 마오타이가 하도 유명한 데다가 수요도 많다 보니까 마오타이의 생활용수는 타지방에서 끌어 쓴다.

 

간판 상품인 비천 마오타이주(飞天茅台酒). 둔황석굴에서 따온 비천상이 눈에 띈다. 오성 마오타이주는 이 제품과 동격의 품질을 갖고 있지만 해외에 널리 알려진 건 비천상 무늬의 마오타이주이다. 2018년까지는 국주(國酒) 모태주라는 명칭으로 널리 홍보하면서 상표등록까지 하려고 했지만 다른 술 회사들의 항의로 상표등록은 무산되었다.

이 술은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는데, 기록에 의하면, 처음 이 술을 제조하게 된 것은 이미 2천 년 전의 일이라고 전한다. 원래 이 술은 감주(甘酒)로 황제의 사랑을 받아오다가, 191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파나마 박람회에서 금메달을 받으면서 세계 시장에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에도 마오타이는 연간 170톤이라는 매우 적은 양만이 생산되었기 때문에 그 희소성 때문에 귀한 술 취급을 받았고, 이후 꾸준히 개량을 거듭하여 지금은 중국을 대표하는 명주가 되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대장정 때 패주 하던 마오쩌둥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이 마을을 지나가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이 술을 대접받고, 마오쩌둥의 홍군이 중국을 석권한 이후에도 마오타이를 잊지 않고 국가적 명주로 육성해주면서부터였다. 이어 국빈 만찬에 사용되는 특급주가 되었고 리처드 닉슨의 방중 때도 저우언라이가 이 술로 접대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한국에도 마오타이주에 대한 명성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개혁개방 이후로 새로 생겨난 신흥 부유층들도 마오타이를 잇따라 소비했기에 마오타이의 수요가 급속히 늘게 되고 짝퉁도 대규모로 양산되었지만 그럼에도 고도 경제성장으로 술 판매량이 나날이 늘어나는 통에 중국 중앙 텔레비전에 시보광고를 낼 정도로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주식시장까지 상장되었는데 대표적인 중국의 우량주로 손꼽힌다.

 

그러나 2000년대에 우량예(五粮液) 같은 후발주자에게 쫓기고 마오타이진의 오염이 심해지면서 위기설이 나돌기도 했고, 시진핑 정권에 들어 관료 기강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하자 인기가 다소 시들해졌고 가격도 낮춰지는 등 위기설이 현실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단속시기가 지나고 위기를 한 고비 넘기자 가격도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고 판매량도 다시금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여전히 짝퉁이 즐비하게 양성되고 있는 술이며, 마오타이를 생산하는 마오타이창 유한공사의 주가도 다시금 상승일로에 있다. 또한, 숙성된 마오타이주의 인기도 엄청나서 몇십 년 이상 묵은 마오타이주의 경우에는 엄청난 고가에 팔려나가고 있다.

이로 인해 2004년에 10위안이었던 마오타이 회사의 주가가 2020년 초 기준 1250위안으로 120배 넘게 상승하면서, 미국 코카콜라와 펩시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어서 세계 최대의 음료업체로 등극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주가가 계속 상승하여 같은 해 5월에는 기어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마저도 따라잡아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들 중 최대의 기업이 되었다.

 

다른 술과는 다른 정성스럽고 독특하면서도 복잡한 제조법으로 만들어지는데, 밑술을 9개월 동안 발효시킨 뒤 일곱 번의 증류를 거쳐 밀봉 항아리에서 3년 이상 숙성 과정을 거친다. 이 숙성 과정 때문에 과거에는 연간 생산량이 2000톤 이상을 넘지 못했지만, 2003년 기준 생산량이 1만 톤에 달했으며, 2017년 기준 3만 톤 이상의 생산량을 기록했다.

 

2018년 예상 생산량은 28,000톤 이상이며, 유한공사 측은 당해 5월부터 2020년까지 생산시설 증설로 5152톤의 기주(밑술) 생산 능력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담이긴 하지만, 이 회사가 돈을 긁어모으는 가장 큰 배경은 마진율인데, 이 술은 마진이 90%가 넘는다고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현지 공장 전경

게다가, 마오타이주는 그 희귀성과 제조공정 때문에 선수금 방식으로 구매한다. 최소 1개월 ~ 최대 6개월 전 현금으로 선지불하고 대기했다가 받는 식이니, 마오타이창 유한공사의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 선수금 + 그 이자까지 감안하면 실제 현금의 흐름이 훨씬 풍족한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주식 거래량이 언제나 최상위에 속하는 우량주가 된 것이다.

 

생산량이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치기 때문에 마오타이도 짝퉁이 많았는데, 심할 때는 중국 공산당 당원이나 인민해방군 군관들 같은 상위 간부들조차 가짜 마오타이를 마셨다고 할 정도였다. 지금도 시중에 유통되는 마오타이 중에는 진짜보다 가짜가 더 많다.


예컨대, 이런 농담까지 돌았다. 외국인이 중국인 술 판매상에게 “마오타이주의 70%가 가짜라면서요?” 라고 물어보면 중국 술 판매상이 화를 내면서, “에이, 고작 그 정도밖에 안 될 것 같습니까?”라고 대답할 정도였다고 한다.

말이 나온 김에 마오타이의 진짜는 짝퉁과 어떻게 다른지 그 구별법을 대략 알려주자면 다음과 같다.

 

• 진짜 술의 병에는 ‘귀주 모태주’라고만 간결하게 적혀있다.

• 마오타이 그룹 로고는 병뚜껑에 작게 붙어있다.

• 비천 혹은 오성 마크를 눈에 띄게 표시한다.

• 향형(香形)이 장향형(醬香形)이다.

‘귀주 모태주 고분 유한공사(贵州茅台酒股份有限公司)’ 표시가 명확하게 되어 있다.

 

도매상이나 업체 관계자들의 가장 일반화된 구별법이 지폐 그림처럼 불빛을 비춰서 확인하는데, 뚜껑을 밀봉한 부분에 특수제작 손전등을 비추면 뚜껑 색이 바뀌어 보여 쉽게 구분한다.


그런데 이제 바뀌어, 중국의 IT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업체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진품 확인과 이력추적이 가능하게 바뀌었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직영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믿을 수 있는 유통채널 또한 확보되어 짝퉁의 입지가 확 줄어들었다.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대만에서도 마오타이주를 생산 중이다. 국공내전 시기 대만으로 이주한 양조 기술자들이 중국 본토에서 가져간 재료와 밑술을 활용하여 마오타이주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옥산 마오타이주(玉山茅台酒)가 있다. 귀주 마오타이에 비해서는 맛이 품격면에서 약간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나, 가격이 저렴하고 무엇보다 가짜 술이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동주(董酒) - 4차례 금상 수상

 

동주(董酒)는 꿔이저우성(貴州省) 준이시(遵義市)에 있는 준의동주창(遵義董酒廠)에서 생산된다. 회사는 준이시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20여 리 떨어진 교외 동공사(董公寺) 지역에 있다. 동공사 일대에서 술을 만든 역사는 위진(魏晋, 3~5세기)과 남북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증류주에 관한 기록은 청대 초기까지밖에 없다. 근대라고 할 수 있는 청말(淸末)에 이르러서야 이곳의 양조업이 일정한 규모를 이루었다.


쌀누룩으로 술을 빚는 양조장이 동공사 주위에 10여 집 흩어져 있으면서 서로 기술을 주고받았다. 그중에서도 대대로 술을 만들어온 정씨(程氏) 양조장이 가장 뛰어났다. 정씨의 후손 정명곤(程明坤, 1903~ 1963년)은 이 지역 양조법을 집대성한 이로 ‘동주의 아버지’로 일컬어진다. 그는 이곳의 토질, 기후, 원료의 조건들을 모두 감안하여 동공사 교주(董公寺酒)라는 한 단계 발전된 술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수많은 민간의 양조법을 수집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자기 나름의 누룩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연구를 거듭한 결과 그는 원료와 방법이 다른 두 가지 누룩을 만들었다. 하나는 쌀누룩(小曲)인데 여기에는 100가지 약초를 넣었다. 두 번째는 밀로 만든 누룩(大曲)인데 여기에는 지네와 같은 동물성 약재를 가미했다.


피를 만들고 기를 보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이들 약초와 약재들은 술의 향을 살리는 데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편 그는 대곡과 소곡을 서로 다른 발효지에서 발효시켜 진술(죽처럼 된 상태)을 얻은 다음 이 둘을 자기만의 비방으로 배합하였다.

 

동주의 누룩에는 130여 종의 약초와 약재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약재는 누룩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대부분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분해과정에서 산(酸), 알코올, 에스테르(ester), 페놀(phenol) 등을 미량 형성하기도 하는데 이들 화학성분은 100여 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시중에 판매되는 동주 제품(왼쪽)과 동주의 숙성 저장고.

 

동주의 양조법이 완성된 1920년대 정씨주방(程氏酒坊)에는 오직 두 개의 발효지만 있었고 생산량도 아주 적어 한 해 8톤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따라서 소문난 동주가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갔지만 언제나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1940년대 초 어떤 이가 제의하길, '동공사 교주'란 술 이름은 간단명료치 않으니 앞뒤 두 글자만 따서 ‘동주’로 하자고 했고 이를 정 씨가 받아들였다. 이 무렵에도 정 씨 주방의 양조 기술은 전혀 바깥에 전해지지 않았다. 이는 정 씨 문중만이 가지는 절대 비밀이었으며 아들에게는 전하지만 딸에겐 전하지 않았다

 

공산군에 의해 중국이 해방되기 전날 정 씨의 양조장은 문을 닫았고 동주 또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1957년 지방 정부는 이 전통의 명주를 복원하기로 결정하고 여러 차례 정 씨에게 사람을 파견하여 도움을 청했으며 정 씨가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정 씨 양조장의 기초 위에 새로운 양조장이 건설되었다.

 

동주가 보유한 전통의 양조 방법은 법으로 보호된다. 1983년 중국 정부는 동주의 양조 기술과 배합 방법이 과학기술 기밀보호법이 정한 기밀에 해당한다고 결정했으며 1996년 국가기밀 보호국이 이를 다시 확인하고 밖으로 기밀이 새 나갈 수 있는 모든 선전을 금하였다.

동주 회사는 자기네의 양조 기술이 국가 기밀이란 사실을 제품 판매 선전에 최대한 활용한다. 자사의 상품명 앞에다 어김없이 ‘국밀(國密)’을 표시하는가 하면 매체의 광고에도 이를 빠뜨리지 않는다.

 

수수를 주원료로 한다. 쌀에 95가지의 약초를 넣어 만든 누룩(소곡)과 밀에 40가지의 약재를 넣어 만든 누룩(대국)을 함께 당화 발효제로 한다. 동주의 색은 맑고 투명하면서 상쾌한 향을 가진다. 단맛이 나면서도 담백하고 상쾌한 약초 향기가 돌며 마신 후에는 약간의 신맛이 남아 깔끔한 뒷맛을 유도한다. 동주는 장향, 농향, 청향, 미향을 일정하게 가지고 있어 겸향형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알코올 도수는 60도이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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