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문제의 통화 주인공 박준기 부대표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문책이나 추궁은 고사하고 제 사건이 터지자마자 1년이 안되어 그 해의 훌륭한 외교관 상을 수상하더니, 지금 일본 변두리 지역의 총영사관에 영전을 해서 가셨어요. 현재 부대표 자리는 공석으로 있습니다. 어차피 있으나마나한 자리였다는 뜻이에요. 그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준 자리였던 겁니까? 이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타이베이 대표부의 양 대표는, 2017년에 택시 드라이버 사건에 새벽에 전화하지 말라고 한국 방송에까지 난리가 났던 그 사건의 공관장임에도 아무런 질책을 받지 않았고, 심지어, 그 해 여름에 대만 무전취식녀 사건이라고 해서 타이완에 한 번도 가보지도 않았는데 혐한 정서를 이용해서 타이완 언론에서 난리를 친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연락했더니 ‘당신이 알아서 변호사를 고용해서 일처리를 하라’고 공관 측에서 후안무치한 태도를 취한 것, 지금 얘기하고 있는 제 사건에 이르기까지 온통 난리법석을 피우고서도 단 한 번의 감사나 단 한 번의 주의, 경고 조치를 받지 않고 버젓이 다음 대사로 교체했어요.”
“택시 투어 사건에 대해서는 해당 직원이 감사를 받고 징계를 받았습니다.”
과장이 특유의 거들먹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 그래요? 뭐 언론에 워낙 크게 떠들어댔으니까 택시투어는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해당 직원만 경고조치받고 책임자인 공관 대표는, 어떤 책임을 졌죠?”
“.....”
“그리고 제 사건이 6월, 무전취식녀 사건이 8월, 이 두 사건만 해도 언론에도 공개가 되었는데 이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직원이나 대표부의 감사가 진행된 일이 있었다는 말은 나는 단 한 번도 들은 바가 없어요.”
“그거는 징계나 감사를 하더라도 선생님에게 저희가 통보해드릴 이유나 의무가 없죠.”
과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박 교수를 무시하듯 말을 돌렸다. 이에 박 교수도 지지 않았다.
“제 사건에 대해서도요?”
“무전취식녀 사건도 본인 사건이신가요?”
“그 취재를 했던 S사의 김 기자가 제 사건을 11월에 함께 다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무전취식녀에 대한 사건의 감사나 직원 징계사안을 선생님에게 말씀드려야 할 이유는 없는 거죠.”
“그 자문을 했던 변호사가 내 사건을 변호했던 그 변호사입니다.”
“아니, 변호사가 같다고 해서...”
자꾸 쓸데없는 말꼬리로 대화의 맥을 끊으려는 과장의 시도에 박 교수가 언성을 높이며 말을 막아섰다.
“말씀 잘하셨어요. 지금 그래서 같은 결론인 이야기를 하려고 이 이야기를 꺼낸 겁니다. 그 변호사가 이렇게 말을 해요. '우리나라에서 여러 나라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누명을 쓰거나 그런 일이 있어왔는데, 대개 이런 경우에는 개인이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나라의 외교부에서 국가차원에서 항의를 하거나 진상을 제대로 밝혀달라며 균형을 유지하라는 입장의 변호인 역할을 해서 자국민을 보호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자기네가 선진국이고, 이제는 타이완보다 잘 사는 나라라고 하면서 외교부에서 그런 보호 역할을 왜 하지 않는 거냐?'라고 되물어요. 그래서 그 말 그대로 인용해서 내가 다시 외교부 감사실에 통화할 때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영사도 아니고 이제는 그만둔, 당시 행정직원이었던 사람이 윗사람이 시켰다면서, 내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도 없던 그 작자가 변호사 사무실에 이메일로 공문처럼 보내서 ‘당신이 당신 의뢰인에게 우리나라 외교부가 왜 도와주지 않느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습니까?’라고 항의를 했답니다. 변호사는 명백한 협박이라고 느꼈다고 하는데, 더 우스운 것은 그렇게 외교부 명의로 외교대학교의 성평회에서 증거를 은폐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것에 대해서 항의해달라고 했을 때는 별별 쌩쇼를 하며 그 난리를 피웠던 곳에서 내 담당 변호사가 당신 나라의 외교부는 왜 자국민을 보호하는 일에 힘을 쓰지 않느냐는 워딩이 본부를 통해 들어가자마자 공식적인 항의를 즉각적인 이메일로 해요? 그래서 외교부 본부 측에 왜 이런 식의 협박 이메일을 보내서 이런 행동까지 하냐고 항의를 했더니 그 내용에 대해서 외교부에서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 뭐라고 언급이 되어 있느냐 하면, ‘저희는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렇게 사실관계 체크하고 확인하는 걸 정확히 하는 사람들이라면, 타이완의 국립대에서 자국민에 대해 증거를 은폐하고 형평성이 어긋나는 조사를 한다고 증거까지 다 가져가서 문건까지 만들어주고 사실관계 확인 요청해달라는 항의를 부탁했을 때 무시하면 안되는 거 아닙니까? 그 의견은 무시하고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그랬던 작자들이 자기네 비난하는 것 같은 논조가 나오니까 이따위로 말하는 건 당연한 겁니까?”
“......”
“심지어는 당시 외통위원장 소속 비서관이 중국에서 유학한 친구라서 위원장실 명의로 외교대학교 총장실에 항의 메일을 뒤늦게이긴 하지만 보내줬어요, 중국어로. 이런이런 무고의 증거들이 너무 명백한데 성평회의 조사가 너무 편파적으로 이루어졌고 증거까지 은폐 조작하면서 너무 심각하게 자국민의 인권이 유린된 것이 아니냐는 항의의 내용이었어요.”
“조작을 했고, 편파적이다라는 내용이 들어갔다는 말씀이시죠?”
과장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내용을 되물었다.
“예. 그냥 그런 표현을 쓴 게 아니라 그 반증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 설명까지 했어요.”
“외통위 위원장실 명의로 외교대학교 담당자에게 조작적이고 편파적이라는 워딩이 들어간 항의 메일이 들어갔었다는 거죠?”
“네. 그 이메일은 대학 담당자와 이 사건을 담당하고 외교대학교 성평회를 주관해야 하는 타이완 교육부의 담당 여자 과장에게 동시에 보내졌어요. 그랬더니, 그 이메일을 발송한 지 24시간도 채 지나기 전에 대한민국 타이베이 대표부에서 외통위 위원장실에 사실 확인이라는 명분의 협박성 전화가 들어왔다고 해요, 또.”
“......”
“외교대학교에서 정식으로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항의가 들어왔다면서, 이게 정말로 외통위 위원장실의 명의로 발송된 것이 맞는지, 도대체 누가 이 내용을 쓴 것인지 등등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시비가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대표부에서 국회의원실에 협박을 한다는 건 제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네요.”
“그럼 지금 그게 협박이 아니라는 겁니까? 과장님은 이런 걸 뭐라고 합니까?”
“아니, 사실관계 확인하는 것을 협박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죠. 만약에 왜 이런 걸 보냈냐?라고 말했다면 그건 협박이겠죠.”
“그렇게 말했답니다.”
“네? 그렇게 마,말을...했대요?”
“네.”
“누가 그런 말을 했답니까?”
“그 대학의 성평회를 총괄 책임지고 있는 부총장이요. 그 말을 그대로 전하며 똑같이 물었다고 합니다, 대표부에서. 그러면 과장님 말대로면 협박이 맞네요.”
“아니, 지금 그런 얘기를 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도 아니시잖아요.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요.”
“뭐가요?”
“대표부에서 국회의원실에 전화를 걸어서 그런 행위를 했다는 것 자체가요.”
“그러니까 지금 어이가 없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따지고 사실관계 확인하고 대변하려면 왜 내 사건에 대해서는 대학 측이나 성평회측이나 그런 사실관계 확인을 안 해줬을까요? 그들은 타이완 대표부라서 타이완 국립대학교의 의견은 한국 국회의원실에 실시간으로 항의하고, 타이완 국회의원이 자국민을 음해하는 조작된 증거를 가지고 카더라로 기자회견까지 해도 그 나라 국회의원의 자유가 어쩌네 하면서 가만히 있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 상황이 더 이해가 안 가는데요?”
“..... 그런데, 그런 전화를 누가 했다고 합니까?”
“저는 대표부에서 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외교부 본부였다고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 그렇게 불명확하게 말씀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건 크로스 체크하면 바로 나올 사안, 아닙니까? 전화를 받은 사람이 있고, 기록이 있는데...”
“그러면 의원실에서 그 전화를 받은 사람이 누굽니까?”
“그 친구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과장님이 이 자리에서 약속한다면 그 친구의 실명을 알려드리지요.”
“네. 알려주세요.”
“자아, 이게 그 친구의 이름과 연락처입니다.”
박 교수가 메모장에 적힌 비서관의 이름과 그의 전화번호 메모지를 건넸다. 사실이 아닌 블러핑이라고 생각했던 과장은 실제로 실명과 연락처까지 받자, 괜히 구체적인 사실까지 물었나 싶어 후회도 들었지만, 일단 내친걸음이니 나중에 묵살하더라도 받는 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표부의 이른바 항의 전화를 받은 사람이 이 분이라는 말씀이신 거죠?”
“네. 맞습니다.”
뭔가 아닌 것을 트집 잡아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틀려고 물으면 물을수록 박 교수의 대답은 명확하고 빨라졌고, 과장은 괜한 짓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자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일련의 협박 전화가 오고 갈 즈음에, 국회에서 표 의원과 추 의원실에서도 외교부에 사실관계 확인에 대한 요청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거기서 대표부를 거쳐 외교부를 통해 만들어진 답변서에 또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 하나 들어갑니다. 그 답변서에 보면, ‘타이완 외교대학교 성평회의 위원 3인은 모두 학교 외부의 위원들로 구성되어있어 객관적이고 대학이나 총장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라고 거짓말을 버젓이 써놓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대단한 비밀정보도 아니라 여기서 스마트폰 몇 번 두드리면 검색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인데, 그 성평위원 세 사람의 이름을 구글에 검색을 하면, 외교대학교에서 페미니즘 강의로 가장 유명한 페미니스트 강사, 여성운동가로 가장 유명한 교수라고 그들의 신분이 다 나온단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보안시설을 유지하는 우리나라 외교부에서 만들어 제출한 공식 공문 답변서에 보면, ‘외교대학교에서 보내온 공문에 의하면, 그들은 모두 외부단체 소속으로 위촉된 인사들이라고 함.’이라고 무책임하게 버젓이 보내왔어요. 내가 그걸 보고 어떤 느낌이었냐 하면, 내가 감사원이랑 국민권익위에 외교부를 감사해달라고 요청했더니 ‘그들이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고서 외교부에서 보내온 공문에 의하면 그들은 아무런 잘못한 것도 없고 문제 될만한 것이 없다고 답변을 보내왔으니 우리도 그래도 감사를 종결합니다.’와 너무 똑같이 닮아 있는 거란 인상을 받았어요. ‘그들이 열심히 자신들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구라를 침, 그래서 우리들은 그 구라를 100% 신뢰함.’ 저에게는 그렇게 들렸어요.”
“......”
계속해서 감찰관은 애꿎은 다이어리에 아무 상관없는 내용을 계속 적어가며 낙서를 하고 있었고, 과장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입술을 앙다물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건 그냥 인터넷 몇 번만 쳐봐도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인데 그런 사실관계 확인조차 안 하면서 내쪽에서 뭔가 항의가 들어가면 득달같이 항의 전화에 이메일에 실시간으로 발끈하는 게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게다가 국회에 제출하는 외교부에서 작성한 공문이란 말입니다. 그런 공문을 작성해서 국회에 제출하면서 그들이 그렇다고 합니다,라고 하고 사실관계 확인조차도 하지 않고 전달만 할 거라면 그게 과연 우리나라 외교부에서 일처리 하는 공무원이 취해야 할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할 얘기는 더 많은데, 과장님도 그렇고 바쁘신 분들을 붙잡고 내 하소연하려고 만난 거 아니니까 필요한 본론만 일단 정리한 것이 이 정도입니다. 이 지경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의 감사실이라는 곳에서 제대로 감사가 진행되었다거나 하다못해 저에게 연락을 취해와서 그 대화를 녹취했다는 파일이라도 저희들에게 보내주시면 저희가 검토하고 감사를 진행할지 결정하겠습니다, 라는 일언반구 연락을 취하는 사람조차 한 명도 없었어요. 그러면 문제가 없는 겁니까?”
“감사 여부는 민원인의 민원이 있다고 해서 다 감사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 물론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얘기했는데 왜 감사를 안 해주냐, 이런 식의 문제제기는...”
“그래서 지금 묻고 있는 겁니다. 이런 사안이 있었는데, 이게 과연 감사할 사안이 아니냐고...?”
“아, 그건 지금 이 자리에서 답변을 드리기가...”
“그래요. 나도 즉답을 원하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을 해드리려고 이렇게 한국까지 들어와서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온 거니까요. 작년 9월에 오셔서 잘 모르신다니까.”
“아니요. 제가 작년 9월에 과장이 된 거구요. 감사실에는 계속 있었기 때문에요. 이 사안에 대해서는 제가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었구요.”
“네? 그러면 저랑 통화하신 적이 있는 분, 맞으시군요?”
과장이 움찔하며 잘못 이야기했다 싶었지만 그저 쓱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듯 답변했다.
“예. 제가 통화하면서 선생님 말씀의 이슈는 다 정리를 해두었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타이베이 대표부에서 뭔가 문건을 보내거나 할 때 저희들도 다 공유를 했구요. 그래서 진행사항도 다 파악을 하고 있구요. 최근에 국민권익위에서 보낸 결과보고서도 다 공유했구요.”
“그래요? 그러면 하나 묻지요. 이상하지 않던가요? 국민권익위에서는 외교부에서 보낸 답변서에 보면, ‘그들은 영사 조력 범위 내에서 모든 최선의 노력을 다 기울였다고 하고 잘못된 게 없다고 하니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본다.’라고 되어 있는데, 방금 우리가 대화를 나눴던 박 부대표의 통화내용만 보더라도, 내가 전달한 문건을 학교 측에 항의했느냐라고 묻고, 재차 통화하면서 다시 확인을 할 때도 내가 전달해달라는 그 문건을 전달하고 항의한 것이 맞냐?라고 했을 때, 맞다고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총장 비서실 앞이니 그러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있겠냐고 추궁을 하니까 사실은 한 장짜리를 메모 수준의 공문을 보냈다고 하고 그 공문마저도 통화가 끝나고 그다음에 보냈어요, 이게 심각한 거짓말이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