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사는 악녀 - 112

외교부 감사실에 쳐들어가다 4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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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기에서 다 말씀드릴 수는 없는데, 제가 재외국민 보호 영사과에서 확인을 한 바로는, 선생님이 지금 설명하시는 영사 조력 범위와 그쪽에서 말하는 영사 조력 범위와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범위 말고, 지금 국회에 보낸 공문이나 국민권익위에 외교부에서 발송된 공문에 기재된 ‘저희가 할 수 있는 영사 조력 범위 그 이상을 조력하였습니다.’라고 하는 그 부분의 진위여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겁니다. 오늘 간단한 것만 하자고 한 거 아닌가요? 사실관계 확인!”

“네. 맞습니다.”


과장이 이제 거의 포기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들이 말한, 경찰에 전화를 했네, 검찰에 꾸준히 전화를 해서 소통을 했네, 그런 거짓말들이 사실인지 크로스 체크하자는 겁니다. 그걸 하지 않았다면 명백하게 영사 조력을 하지 않고 공문에 허위사실을 기재한 게 되는 거잖아요?”

“......”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과장의 핸드폰은 세 번째 다시 울리며 그를 살렸다. 그는 짜증 나는 듯한 표정과 소리를 내며 애먼 전화기에 화를 풀었다.


“여보세요. 아예 제가 지금 민원인과 상담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가 눈치 보며 전화를 끝내자 박 교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모든 감사는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고 선행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예예.”

“그러니까 지금 잠깐 말씀하셨던 것처럼 영사 조력 범위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른 게 문제가 아니라, 이미 나와 있는, 그들이 공문에 버젓이 적은 내용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있다면 그것으로 사실관계 확인을 하고 공문에 허위사실을 기재했다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구요! 저는 오늘 대면하고 그 반증을 설명했고, 필요하다면 녹취파일이 있으니 제출하겠다고 했습니다. 과연 외교부 감사실의 인원들이 그들의 거짓말만 믿고 그 간단한 크로스체크조차 하지 않고 그렇게 그냥 넘겼을까? 그게 궁금해서 직접 얼굴을 보고 대답을 들으러 온 겁니다.”

으음, 저희는 감사를 할 때, 감사 대상에 대해 물론 부분적인 것도 보지만, 이게 과연 전체적으로 따졌을 때 이 공무원의 직무유기 혹은 문제가 될만한 사안인가, 그런 것을 전체적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 건에 관련해가지고 제가 이 자리에서 어쩧다 저쩧다 바로 말씀드리는 것은 좀 부적절한 것 같은데, 일단 그 측면에서 재외국민 보호과든 그쪽이랑 협의를 해가면서 확인을 했었는데 현재까지 뭐 재보과에서 답변이 나간 것도 있고,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까지 확보하셔서 보셨다고 하니, 저희는 지금 상황에서는 뭐 대표부가 부분 부분 한 행위하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과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이 사람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왜냐하면 감사라는 거는 이거에 대해서 우리가 조사 내용이 부족하거나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고 판단했을 때 하는 건데 저희는 뭐 이 사안에 대해서는 거의 뭐 실시간 단위로 보고를 받고 확인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렇게 봤을 때는 대표부에서 오는 순서, 대표부에서 오는 내용을 따라서 봤을 때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이에요. 왜냐면은 그게 완전히 뭐 틀렸거나, 아니면 그 내용에 대해서 더 확인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지, 뭐 이런 거, 그리고 민원을 워낙 여러 군데 내시면서 주장을 하셨지만은 그때마다 저희는 다 답변을 드렸거든요.”

“혹시 그건 알고 계세요?”

“네? 뭘요?”

“제가 타이베이 대표부에 계속 항의 메일이나 요청 메일을 할 때마다 계속 그래도 대표부의 대사, 그러니까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한다고 계속 요구했던 사실에 대해서는 알고 계신가요? 그런데 나는 단 한 번도 그에 대한 응답을 못 받았어요. 그것도 알고 계세요?”

“그건 그때 감사실에 직접 전화하셨을 때도 저한테 말씀하셨어요.”

“아니, 전화했을 때가 아니라 지금까지도 여태 줄기차게 요청을 했음에도 나는 무시당하고 있어요.”

“네.”

“제가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 하면, 지금 과장님이 제가 항의하거나 민원을 제기했을 때마다 제깍제깍 답변을 다 했다고 하시니까. 그럴 때마다 제가 이 질문을 하면 아무도 답변을 못하고 기피하거든요?”

“예예.”

“뭐죠? 왜 제가 2년 넘게 남의 나라에서 그런 고초를 겪고 있는데 그 나라에 와 있는 우리나라 외교부의 공관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했는데 그들이 아예 반응을 하지 않는 게 정상인 건가요?”

“그건 제가 이 자리에서 답변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구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하나만 더 물어봅시다. 아까 대세에 지장이 가지 않는 범위에서는 작은 건...”

“아니요. 저는 대세에 지장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습니다. 그저 전체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그래요. 그러면 표현의 차이이니 그렇다 칩시다. 내 귀에는 그렇게 들리는데, 작은 거짓말들이 쌓여 있는데도, 작은 거짓말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이 문제를 악화시키거나 이 문제의 큰 흐름에 영향을 줄 만한 것들은 아니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라는 표현은 대표부에서 이미 사용한 바 있거든요?”

“작은 거짓말들이 있긴 했지만, 대세에 큰 영향은 없다.”

“네. 그런데 그 표현이 세 군데에서 등장합니다. 하나는 타이완 교육부에서 나한테 답변이 올 때 그 표현이 나옵니다, 물론 중국어로 작성된 공문이지요. 그들이 중국어로 작성한 문건에 지금 과장님이 표현한 한국어 표현과 아주 똑같은 표현들이 나옵니다. 작은 문제들이 있고, 진위가 다른 부분들도 있고, 응대를 잘 못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것이 이 문제를 판단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만한 것들은 아니다. 저는 언어를 전공한 학자이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개소리는 처음 들어요. 어떻게 작은 거짓말이든 절차상의 문제가 있든 하면 그건 문제가 있는 거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끼치지 않고 가 왜 중요하죠? 경찰공무원이든 외교부 공무원이든 공무원이잖아요? 공무를 원래 그런 식으로 처리하나요? 다른 건 다 차치하고 결론만 말씀드릴게요. 학교에서 조사한 그 조작된 조사보고서, 물론 수사가 전문이 아닌 외교부 공무원들이시겠지만, 상식선에서도 판단이 가능한 사안입니다. 최초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학생이 작성한 진술서가 거짓이라는 것이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밝혀졌어요. 그런데 그 증거를 제시하면서 CCTV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을 비롯해서 그 모든 타이완 사람들이 그 사실을 덮었고, 최초 조사를 진행했던 외부위원들이라고 거짓말을 했던 위원들조차도 녹취를 모두 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거짓말을 하며 그 사실을 덮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거짓말들은 당연히 결정적인 거짓말이고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제가 재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부대표라는 자가 거짓말을 하며 묵살하는 바람에 그냥 묻혀서 넘어갔어요. 그 나비효과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느냐 하면 검찰에서 수사를 해야 하는데,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기소하면서 기소장에 기고 근거로 딱 한 줄을 써요. ‘최초 조사한 외교대학교 성평회의 조사보고서의 내용과 결과를 원용함.’이라고. 그러면 제 입장에서는 박준기 부대표나 아니면 대표부의 일처리를 원망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처음 제가 도움을 청했을 때 제대로 잘못을 바로잡았더라면 기소는 고사하고 성평회에서 그따위 장난질을 치지는 못했을 거란 말이에요. 그런데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팔짱을 끼고 했던 그 한 행위 때문에 저는 지금 2년이 넘도록 이 고초를 겪고 있단 말입니다. 그러면 아까 말한 그 사안들은 전체적인 측면이든 나발이든 작은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거예요, 저에게는 특히.”

“......”

“오늘까지 한국에 와서 만났던 공중파 피디들이 하나같이 묻습니다. 어떻게 중국이나 필리핀도 아니고 자유주의를 표방하고 한국만큼 산다고 나대는 그런 곳에서 검찰이 수사도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대학 측의 조사 결과 보고서를 원용한다면서 기소를 할 수가 있느냐고. 그래서 내가 직접 가지고 온 걸 보여줬어요. 어차피 공소장이 표지까지 다 해서 3장밖에 안돼요. 그리고 대표부에서도 이미 그 문건을 확인했단 말이죠. 아까 실시간으로 보고 받고 공유한다면서요?”

“......”

“그런데 우리나라 외교부에서는 훌륭하셔서 그런 건지 대범해서 그런 건지 그게 전체적인 면에서 봤을 때, 문제가 안된다구요? 나에게 교수님의 인권 어디가 침해당했냐고 비아냥거리며 되묻고 있어요.”

“그 얘기를 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현재 사건 담당 영사입니다.”

“그 영사 이름이 누구죠?”

“어차피 타이베이에 사건 담당 영사는 한 명밖에 없습니다. 그걸 지금 나한테 계속 물어볼 이유가 있나요?”

“대표부에도 다양한 보직이 있죠, 부대표도 있고, 대표보도 있고...”

“사건 담당 영사는 어차피 한 명밖에 없다구요.”

“그러니까 그 영사 이름이 뭐죠?”

“외교부 정식 요원이 아니면서 작년 6월에 사건 담당 영사직이 충원되면서 외교부에서 특채한 정호광 영사라고 기록이 되어 있네요. 만약 이 사안에 대해 궁금하시거나 사실관계 확인을 원하시면 모든 통화와 대화가 녹취되어 있으니까 요청을 하시면 언제든 제공해드리도록 하지요.”

“......”


정작 사소하고 의미 없는 것을 따지고 들어 시간을 끌고 사실이 아니지 않냐고 트집을 잡으려고 물었는데, 실명까지 바로 이야기해주자, 과장은 허탈했다. 그 이름이 그리 긴 내용도 아닌데 뭔가 계속 적는 것처럼 눈치를 보며 고개를 들지 않았다. 사실 과장은 더 이상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겨웠다.


“저도 사실 선생님과 처음 통화한 것도 아니고, 오늘 나오기 전에도 대표부와 또 통화하면서 이슈를 확인했으니까. 그쪽에다가도 오늘 한국에서 오셔서 오신다는데, 이분이 정말 억울한 게 있으니까 그게 해결이 안 되었으니까 이렇게 찾아오신다는 거 아니냐. 도대체 어떤 어떤 일이 있었던 거냐?라고 물어봤었어요.”

“예. 그랬더니요?”

“제가 세부적인 것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제 생각도 그래요. 저도 공관 생활을 했지만은, 주재국에서 지금처럼 형사사건에 대해서 내리는 결정이나 판단이나 수사 같은 데는 공관이 개입 내지는 선처를 바란다, 라던가 공정하게 조사를 해달라, 정도의 공문이 갈 수는 있지만, 거기에 대해서 이게 잘못되었다. 이렇게까지 공관에서 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과장님. 지금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요. 제가 당시에 요구하고 도움을 청했던 것이 재판부나 검찰에 엄중한 항의를 해달라고 한 번이라도 요청한 적이 있었다고 착각하시는 건가요?”

“선생님이 지금 얘기하셨잖아요?”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요청을 하거나 그런 워딩을 한 적이 없어요.”

“네?”


과장이 핵심적인 의도를 알아듣지 못하고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만 지어 보였다.


“제가 요청을 했던 것은 일관되게 단 하나였습니다. 과장님 말씀 맞아요. 우리나라에도 삼권이 분립되어 있어 독립권을 인정하고 터치하지 않는데, 하물며 외국의 사법부나 재판부에 우리나라에서 정식 항의를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말,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요청한 건 단 하나였어요. 그 일이 벌어지기 전에 학교에서 조작을 했다는 증거까지 제가 첨부하고 정리를 해서 중국어도 잘 못하는 외교부 부대표를 위해 문건까지 다 만들어서 전달만 해달라고 가지고 갔어요. ‘예. 알겠습니다. 전달하겠습니다.’라고 말한 게 정확하게 녹취가 되어 있어요. 거기서 잘못 흩트러졌구요. 그 이후 부대표가 도망가고 사건 담당 영사가 두 번이나 바뀌고 했을 때, 사법부나 재판부가 아닌 행정절차가 잘못되었고, 대학이 잘못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가서 행정기관인 타이완 교육부에 항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그렇게 도움을 달라고 요청을 했지, 지금 과장님이 핑계 대고 있는 것처럼 사법부나 재판부에 판결이나 수사에 대해 항의하거나 영향력을 발휘해달라고 생떼를 쓴 적은 단 한 번도 없단 말입니다. 실수로라도.”

“그럼 선생님은, 재판부나 사법부에 대해서는 공관에서 하기 어렵지만은 대학이나 교육부 같은 행정기관에는 공관에서 충분히 항의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 이 말씀이군요.”

“그렇지요. 맞습니다. 그리고 재외동포 영사국장님이시지요. 국장님과의 통화에서도 똑같은 내용을 설명했더니 국장님도 인정을 하세요. 정말 그렇다면야 문건을 전달하는 것까지야 저희가 충분히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죠,라고. 그런데 그렇게 안 했잖아요. 그리고 그렇게 안 해서 일이 더 악화되고 커졌잖아요. 지금 심지어 검사가 재판 도중에 이런 증거가 나왔어요. 여학생이 몰래 증거를 잡겠다고 대화를 녹음했는데, 그 내용이 교수님이 자신의 성희롱을 인정하는 대화를 내가 녹취를 했다. 그래서 그렇게 주장하는 녹취록을 법원에 제출을 했어요. 저는 제가 직접 대화한 내용이니까 모두 기억을 하지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한국어로 대화를 한 내용이 절반이 넘거든요? 재판에서 여자 판사가 교수의 목소리가 조작된 것이 아니냐고 앞의 5분만 듣고 확인해보자,라고 법정에서 듣는데, 제가 예상했던 대로, 제가 그 여학생에게 다이렉트로 물어요. ‘내가 단 한 번이라도 변태 아저씨처럼 너희들 몸에 손을 대거나 내 말을 안 들으면 너희들에게 안 좋은 성적을 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있냐?’ 그랬더니 이 여학생이 우물쭈물하다가 말고 ‘그런 말 하신 적은 없으세요.’라고 대답을 합니다.”

“지금 얘기하신 내용은 수사기관이나 법정에 제출하신 건가요?”


과장이 자신이 듣기에도 어이가 없었는지 다시 되물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 증거를 제가 낸 것도 아니고, 그 바보 같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학생이 제출한 겁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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