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사는 악녀 - 113

외교부 감사실에 쳐들어가다. 5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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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떻게?”


이미 과장은 이야기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되물었다.


“이 증거 녹취를 법정에서 듣던 날, 내용을 확인한 남자 검사가 자기는 더 이상 이런 증거까지 나왔는데 재판을 더 지속할 수 없다면서 그만두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집니다. 여자 판사가 여자 검사를 지명해서 재판을 지속하겠다고 해서 결국 여자 검사로 대체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증인 심문을 하던 도중에 검사가 교체되는 경우는 우리나라든 어디든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더라구요. 이러한 사안들에 대한 내용을 계속 대표부에 포워딩을 했어요.”

“으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재판부에 관련된 일이고, 아까도 얘기 나눴지만, 재판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행여 대표부에 부담을 주는 일이라고 뭐라고 할까 봐 그 얘기는 안 하고 대신 ‘이 정도까지 무고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있었는데도 학교에서 그따위로 했다.’이게 핵심이었어요. 법원은 지금 곤란해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검찰에서 기소한 내용의 근거가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단 한 줄이란 말이에요. ‘대학 성평회에서 작성한 조사보고서의 결론을 원용함’ 즉, 내가 요청하는 것은 계속 하나였단 말이죠. 학교에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증거들까지 다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처음부터 조사가 잘못되었고, 편파적이었다고 밝히거나 인정하면 다 끝나는 거예요. 여기서 이런 얘기를 해봐야 의미 없는 짓인 줄 내가 알지만, 워낙 영민하신 분들이고 아까 공관 근무까지 하셨다고 말씀하시니 귀찮으시겠지만 잠시 제가 그 파일을 보여드리도록 하지요.”


박 교수가 파일을 꺼내서 챙기고 있는데, 다시 과장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


“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곧 끝납니다.”

“여기 보시면, 중국어로 되어 있는데, 106년은 서기 2017년입니다. 여기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페이스북에 그 여자 국회의원이 증거랍시고 떠들어댄 그 남학생을 이용해서 여학생이 퍼트린 성희롱의 증거들 중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성추행이 있었다는 것을 아주 자세하게 묘사한 내용이 들어 있어요. 당연히 그 글을 올린 사람은 남학생이고, 자기가 들은 이야기라고 표현을 해요. 내용에 따르면 그 엘리베이터 안에 같이 탔던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학생 말고는 얘기를 할 사람이 없겠죠. 그런데! 그 글일 퍼진 게 2017년 6월 3일 토요일 새벽이었어요. 그런데 바로 그 문제의 여학생이 6월 5일 학교 성평회에 신고하러 가서 고발하면서 작성한 최고의 자필 피해 진술서입니다. 여기 빨간 형광펜 표시에 보면, ‘사건 발생 지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세 군데를 적었어요. 교실, 강의실, 연구대루의 엘리베이터 안. 그런데 성평회의 조사에서는 이 부분이 쏙 빠져서 편집이 되어 있어요. 아까 대표부의 박 부대표가 아는 학과장에게 한 장 짜리 문건을 작성해서 전달했다고 했죠? 그놈도 똑같이 이 사건의 배후에 있는 놈들과 똑같은 놈입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나를 해임하는 결정을 내리고 쫓아내려면 3단계 회의를 거쳐야 합니다. 학과 회의, 단과대 회의, 학교 전체 회의. 한국어학과에서는 아주 날림으로 해서 단과대에 토스를 했어요. 그런데 여기 자료를 보면 정족수가 21명인데, 3분의 2가 회의에 참석을 해서 동의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 보면 15명이라고 되어 있어요. 당연히 계산하시겠지만, 21명의 3분의 2는 14명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저는 한국어학과 교수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학과 교수는 이해충돌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해당 정족수에 넣을 수도 없고 참석할 수 없으며 당연히 투표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고 규정이 되어 있어요. 정족수가 부족해서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거라는 소식이 퍼지자마자 당일 한국어학과에서 학과장과 가장 오래된 남자 교수 두 명이 급하게 회의장에 머릿수를 채우러 들어옵니다. 그 둘이 와서 15명을 채운 거예요. 둘을 빼면 13명. 정족수의 3분의 2는 되지 않기 때문에 회의에 표결을 붙일 수도 없는 상황인 거죠. 뭐 공무원이니까 더 잘 아시겠지만, 사건의 진위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국립대라는 곳에서 행정적인 절차의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게 되면,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그 나라의 법령에서도 그 결과는 무효처리가 되게 됩니다. 그 결과를 인정해주지 않죠.”


“아니, 그런데, 지금 말씀하시는 것처럼, 이런 회의에 한국어학과 교수는 참석할 수 없다, 아니면 그러니까 한국어학과 관계자는 제청이나 기피대상이 된다는 게 뭐 학교 규정에 있는 건가요?”

“아니요. 학교 규정이 아니라 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국립대거든요. 국립대 관련 법령에 엄연히 법으로 규정이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인이 들어오면 안 된다는...”

“한국인이 아니라, 예컨대 제가 영문과 교수라면”

“예.”

“나의 해임이나 해고를 결정하는 회의에는 내부의 이해충돌이 발생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같은 학과 교수들이니까 교수들끼리 덮어주자고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반대로 알력이 있어 평소에 맘에 들지 않았다고 정치적인 공격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같은 학과의 교수는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 회의에 참석할 수도, 당연히 투표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라고 국립대 관련 법령에 규정을 하고 있다구요.”

“아...”


“그런데 이 관련 이야기도 대표부에 다 알리고 다 했어요. 그랬더니 답변은 하나가 왔어요. ‘타이완 교육부의 지령에 따르십시오. 그리고 억울하시면 행정소송을 직접 진행하세요. 저희에게 이러지 마세요.’ 또 하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사실이 있는데요. 이건 사법부의 인권유린과도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요. 여기 보시면 ‘비밀문서’라고 적혀 있지요? 말이 중국어지 타이완은 번체자를 쓰기 때문에 모두 그냥 한자와 똑같아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발음을 못해서 그렇지 읽는 것은 그대로 다 의미를 파악합니다. 국립 외교대학교 성별평등위원회가 제공한다. 어디에? 대만 타이베이 지방 검찰청에,라고 되어 있어요. 이게 뭐냐 하면 아까 계속 언급되고 등장했던 결정적인 증거로 계속 원용되었다는 그 조사보고서입니다. 26장짜리 작은 글씨가 빼곡히 들어간 문건이에요. 학교에서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한답시고 조사를 다 했어요, 그리고 만든 이문건은 아까 말했던 3단계 회의를 할 때 저에 대한 해임을 결정하려면 뭔가 판단의 근거가 있어야 하니까 이걸 모든 교수들에게 제공해줬단 말이에요. 저는 당사자이니까 당연히 그 회의에 참석을 했지요. 그러면 저의 정당한 방어권을 위해 저에게도 그 문건이 제공되어야 맞지요? 그런데 학교 측에서 끝까지 제공해주질 않아요. 제 해임을 결의하고 나서야 ‘우리 제공했다.’라면서 보내왔어요. 그 얘기를 계속 대표부에 포워딩을 했어요, 학교 측에서는 계속 회의 직전에 열람만 가능하지 제공은 해줄 수 없다고 버텼단 말이에요. 그런데 아까 말한 것처럼 비밀문서를 검찰에 제공하게 되는데 그 제공을 누가 했느냐! 여기 문건에 가장 마지막에 보면, ‘고소대리인 변호사 하조동’이라고 적혀 있어요. 이 변호사는 여학생들의 법률대리인이에요. 증거자료 3에 버젓이 ‘외교대학교 복사본’이라고 적시가 되어 있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세요, 제출된 날이 106년, 그러니까 사건이 발생한 2017년 8월 28일이에요. 자아 타임라인을 기억하지도 않으시겠지만, 정리해보면 저는 8월 5일에 검찰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조사를 받기 위해 갔다가 통역도 없어서 나중에 9월 6일에 변호사와 함께 검찰에 출두하게 됩니다. 그런데, 학교의 회의조차도 아직 결정되기 직전이라고 해서 저에게는 제공해줄 수 없다고 했던 기밀문서가 상대방, 학교가 아니라 여학생 쪽 변호사에게는 사본이 이미 넘어가 있어요. 여기 보면, 검찰에서는 자료를 대학 측에 요구하고 기밀문서이기 때문에 대학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버젓이 여학생 측 변호인이 이미 원본을 복사해서 자기네가 제출하는 증거자료라고 내고 있어요,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그래서 학교와 정치인과 타이완인들끼리만 똘똘 뭉쳐서 짜고 치는 고스톱을 벌인 거죠. 정작 내 변호권은 무시하고 그들에게는 모두 제공하고. 그런데 그 일이 있고 1년이 지나서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국회에 제출한 공문을 살펴보면, 이렇게 적혀 있어요. ‘대학 측의 설명에 의하면, 조사보고서는 그 어느 쪽에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으음....”

“이런 일을 당했으면,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재판부나 검찰에 압력을 가해달라거나 판결이나 처분에 항의를 해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 이건 대학 측이 처음서부터 잘못한 거고, 그 사이라도 아니면 지금이라도 대학 측이 잘못한 것에 대한 명백한 증거들이 있으니 지적하고 항의해서 바로잡을 수 있는 문제란 말이에요.”

“지금 말씀하시는 게, 대표부에서 하는 영사 조력 범위에 들어가는지는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에는 조금 부적절하구요.”

“저랑 취재진이 이번에 함께 타이완에 들어가기로 했구요. 저에 대한 신상공개도 어느 정도 감수를 해야 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주저해왔었는데, 이 상태라면 대한민국 외교부의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대한민국에 대한 조력을 받기로 했구요.”

“예.”


“제가 오늘, 어쭙잖은 협박이 아니라 과장님에게 방송이 결정이 되었다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사실은 계속해서 대표부에 부탁을 했었어요. 나는 방송을 하게 되면, 외교부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반길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부탁을 한 거예요.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도움을 줘서 이 일을 제대로 바로잡을 수 있게 도움을 달라고. 내가 만 2년, 햇수로는 벌써 3년째 지금 가족 하고도 찢어져서 이 고초를 겪고 있단 말이에요. 한창 일을 하고 연구를 펼쳐도 부족한 이 시기를 그 감옥 같은 그지 같은 나라에서 갇혀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결국 방송 터지면 누가 다치든 좋은 결과 없을 거 아니냐, 좀 도와달라. 명백하지 않냐!라고 몇 번을 매달렸어요. 그랬더니 영사가 허허 웃으면서 이렇게 말해요. ‘방송 여부는 교수님이 알아서 결정하시는 거죠. 잘 판단하셔서 결정하시고, 저희한테 말씀하실 필요 없으세요.’ 박 준기 부대표에 대해서는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을 통해서라도 항의를 또 할 거구요.”


“예. 알겠습니다.”


“자아, 최종적으로 지난번 나와 통화할 때도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조사해서 바로잡을 거다,라고 저에게 말씀하신 거 기억합니다. 그러면 그게 어느 정도입니까? 즉답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자꾸 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얘기는 해줘야죠? 언제쯤 제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지라도 알려주세요.”


“뭐 제가 지금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참 그렇구요. 자료를 직접 본 것은 오늘 처음이긴 하지만요.”

“난 이해가 안돼요. 왜 이런 자료는 공유되지가 않은 거죠? 정작 증거자료를 본부에 올리면 대표부에서 자신들이 일을 덮으려고 했다는 게 너무 명백해지니까?”

“하하, 그건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구요.”

“아, 예. 다 여기서 말하기는 어려운 거군요.”

“아니, 언제까지 답변을 주겠다는 기간도 정할 수 없다면, 내가 뭘 어떻게 더 합니까?”


“그게, 가장 좋은 거는, 선생님이 답변을 그렇게 바라신다면 저희 뭐 국민신문고도 있고, 저희 직원에 대한 비위를 신고하는 신고센터도 있고,”

“제가 지금 묻는 건, 이렇게 얼굴까지 대면하고 한 두해 묵힌 문제도 아닌데, 최소한 과장님이 저에게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증거가 많이 나왔다고 하니 제가 녹취파일이라도 받고 조사를 좀 더 깊이 있게 해 보겠습니다, 라는 말씀이 안 나와서 여쭤보는 겁니다.”


“필요하면 그때 가서 말씀드릴게요.”

“그 필요하다는 건 언제쯤이 될까요?”

“그리고 그 자료들을 본인이 제출하겠다고 했는데, 대표부에서 안 받겠다고 한 거예요?”


“정확하게 마지막으로 얘기합니다. 지난번에 감사실과 통화했던 내용에도 나오지만, 그게 그때 과장님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이렇게 말하면 대답을 합니다. 그러면 그 자료들 모두 제출하시라고, 그래서 국민신문고의 경우 녹취파일이 시간이 길어서 크니까 50메가 이상이 되면 아예 첨부해서 보낼 수가 없으니 요청해주시고 이메일 주소라도 알려주셔야 제가 첨부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음에도 다음 후속 안내가 전혀 없었구요,. 대표부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는 게, 박 부대표에 대한 비위 문제이니까, 지금 정 영사 말고 전임이던 박 영사 있어요, 이대 나온 친구.”


“예. 압니다.”

“그 친구가 대놓고 그렇게 말합니다. ‘제 상위자에 대한 비위를 저에게 말씀하시면 제가 감사권도 없지만, 안 다한들 제가 그걸 어떻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라고 말해요. 물론 지금 말하는 통화내용도 모두 녹취가 되어 있고요.”

“네.”

“어떻게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합니까? 윗사람이 잘못한 걸 아랫사람이 확인하고 상신을 못해요, 외교부는?”

“그런데 그 50 메가라는 게 무슨 대화 내용을 말하는 겁니까?”

“통화내용과 대화 내용.”

“무슨 통화내용이요?”


“아까 말씀드렸던 그 내용이요, 파일이 총 3개가 있는데, 첫 번째가 제가 처음 미팅을 가졌을 때, 학교 측에서 조사를 조작하고 증거를 은폐한 정황을 정리한 3장짜리 문건을 드릴 테니 이걸 대한민국 외교부 명의로 성평회 측에 정식으로 항의하고 재조사를 요청하는 내용으로 전달해달라,라고 하자, 예 알겠습니다.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대화가 나오는 그날의 대화 녹취, 두 번째가 보냈다고 하는데 말이 없어서 총장실에 쳐들어갔더니 그런 종이 오지도 않았다고 해서 그 앞에서 전화 걸어서 사실관계 따져 물으니까 다시 확인하자, 예 전달했습니다라고 거짓말한 부분, 마지막 파일이 검찰에 갔더니 통역도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나오면서 바로 항의 전화했더니 자기네는 영사 조력을 진력을 다했네 뭐네 국회에 문건 만들어내 놓고서는 황당하게 그 검찰청이 어디냐고 다시 저에게 되묻는 황당한 통화내용, 이렇게 세 개입니다.”


“음. 공관에서 온 부분이나 그런 걸 다시 확인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부분을 어떻게 한다고 하는 부분을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는 없구요. 그리고 사실 민원 전담 직원이 지금 이렇게 옆에 있는데, 상위자라는 이유로 제가 여기에 와서 대면하는 게 그렇게 좋은 것만 같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이 직원의 업무도 있는 건데, 다음부터 혹시라도 연락을 주실 일이 있으시면, 여기 신문고 담당자도 있고 하니까 여기 감찰관이 장기 민원에 대해서는 따로 관리를 하고 계시니까, 어쨌든 오늘 전화를 일부러 주시고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 제가 직접 내려오기는 했는데 일단 저희가 공관에도 확인하고 다시 정리를 좀 해보고 그 이후에 저희가 연락을 드릴게요.”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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