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제가 대강 훑어봤는데, 대박이던데요. 한국은행들이 돈이 안돼서 진출하지 않은 걸 한국은행이 신용도가 낮아서 들어서지 못한다는 둥, 자기 멋대로 헛소리를 하질 않나, 특히 아예 표제어로도 나왔지만, 일본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관에 있는 시체를 무덤에 가져가지 않고 돈 받아내려고 앵벌이 한다라는 식으로 함부로 말하질 않나 아주 막 나가던데요.”
“그런데도 5.18 기념사업회도 그렇고 4.3 제주 재단에서도 그렇고 아주 대놓고 외교대 교수라고 사기를 치고 다니는 놈을 패널이랍시고 여비부터 호텔에 모시고 아주 난리들을 쳤죠.”
“아니, 어떻게 그렇게 이중적인 일본과 한국 양쪽에 다 돈을 뜯어낼 수가 있죠?”
“일본에서는 아주 좋은 선전꾼이죠. 일본인이 아니고, 한국어를 전공했고, 한국의 특파원을 했던 것은 사실이니까 한국에 대해 잘 아는 제삼자인 타이완 사람도 이렇게 한국을 분석한다, 하면서 프로파간다를 펼치기가 아주 좋은 거죠.”
“아, 정말....”
“그런데 공기자가 그럴 것도 없는 게, 그놈이 패널로 교수라고 사기를 치고 한국에서 용돈벌이를 할 때 그 기사를 써줬던 사람들이 모두 기자들이었어요.”
“네? 아, 그거요.”
공 기자가 애먼 머리털도 없는 머리를 또 긁적거리며 겸연쩍게 웃었다.
“사실 요 며칠 전에 J방송사의 추적 프로그램 피디가 타이완에 취재를 가기 전에 외교대학교 한국어학과 학과장에게 전화로 취재를 간다고 말했었는데... 이 파일이거든요? 얼마 안 되는데 한번 들어보세요. 카톡으로 보내드릴게요.”
“아, 네.”
귀에 얼른 레시버를 꽂고 짧은 통화를 들은 공 기자의 동공이 확 커졌다가 줄어들었다.
“어이가 없네요. 이건 정말 인정하는 분위기잖아요? 손 사장이 이쪽을 허락해줬대요?”
공 기자가 슬쩍 박 교수의 표정을 보며 의향을 떠보는 질문을 던졌다.
“일단 다음 주에 타이완으로 다시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가겠다고는 하더라구요. 그런데 공 기자도 알겠지만, 다 찍어놓고서도 엎어지는 것이 방송이니까요.”
“그거야 그렇죠.”
“공기자는 안 그렇다는 것처럼 말하네요?”
“네? 하하! 물론 저도 데스크랑 얘기를 해봐야겠지만, 저도 짠밥이 있고, 이제 사회부 정리하게 되면 당분간 현장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거 데스크도 아니까요. 큰 문제없이 이번 보도 한번 제대로 해보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데스크와 완전히 결정이 되는대로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오늘 외교부 애들이랑 힘드셨을 텐데, 이렇게 상세히 설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공 기자와 헤어지고 강남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역으로 향할 때는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바로 강 피디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바로 박 교수의 집 근처로 찾아오겠다며 지금 바로 출발하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서두르는 듯한 목소리로 택시를 잡으며 말했다. 뭐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급한 것인지는 몰랐지만, 한 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강 피디는 전에 만났던 카페에 허둥지둥 큰 몸집을 흔들어가며 바로 자리에 앉았다.
“일단 뭐 좀 마실까요?”
“네. 숨 좀 돌려요.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요?”
“잠시만요. 교수님은 뭐 드실래요?”
“난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네. 제가 받아올게요.”
강 피디가 큰 음료 잔에 시원한 음료를 받아 자리로 돌아왔다.
“전에도 말씀드렸었는데, 저희 데스크가 방송에 직접 MC로 나서는 그 양반인데요. 이 양반이 서울대 출신이긴 한데, 농대 출신이라서 좀 많이 꼬여있거든요. 그래서 서울대 출신들에 대해서 더 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어요.”
“네. 얘기했었죠. 그런데요?”
“이 양반이 괜한 시비를 걸면서, 교수님 건만으로 한 시간을 채울 수 있느냐는 거예요.”
한 호흡에 이야기를 모두 내뿜듯 말하고 앞에 가져온 큰 음료수의 절반쯤을 들이켜듯 마시고 그가 후우, 하며 숨을 내쉬었다.
“네? 한 시간을 못 채워요? 부족하다고 할지도 모를 판에?”
“그게요. 교수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사건이 얽혀있고 교육부나 그 여학생서부터 여러 가지가 다 있어서 그렇게 느끼실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야마만 보면 또 그게 아닐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요?”
박 교수의 말투가 날카로워져 강 피디에게 꽂쳤다.
“그래서 일단 저는 제가 생각하고 있는 그림을 기획안으로 들이밀었죠. 지난번 무전취식녀 건도 있고, 타이완에 계속 문제가 터졌었고 또 터지고 있다,라고.”
“그랬더니요?”
“기획안을 보더니 자꾸 나중에 얘기를 하자고 미루는 거예요, 열 받게.”
“그래서요?”
“어제 늦은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데스크랑 아예 독대를 했거든요, 술까지 마시면서. 그런데 이번엔 사장 얘기를 하는 거예요. 사장이 미투를 기획해서 인터뷰로 떴는데, 역 미투와 관련한 보도를 우리 방송사에서 하게 되면 앞에 띄웠던 게 뭐가 되느냐고 저에게 면박을 주는 거예요.”
“경찰이 사람을 구한 보도를 하고 나면, 경찰 비리는 터져도 그 방송사는 취재를 안 해요?”
박 교수의 날카로운 질문이 다시 한번 강 피디의 말문을 막았다.
“무슨 말씀 하시려는지 압니다. 그런데 저야 월급 받고 위에서 결제 도장받아서 일하는 사람인데 위에서 결제를 안 해주면 제가 아무리 하고 싶다고 해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짠밥이거든요. 아직 10년 차도 채우지 못했는데요.”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가 뭔가 얘기를 꺼내려고 눈치를 본다라는 느낌이 박 교수에게 들었다.
“그런 얘기를 직접 얼굴 보고하려고 한 달음에 달려온 건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하셨는데요?”
“그게... 제가 교수님에게 부탁을 좀 드리려구요.”
“부탁이요?”
“네. 사실 지난번에 얘기 나누다가 잠깐 언급하셨던 그 S 방송사의 기자가 헛소리를 했다는 그 버닝 썬의 린 사모 있잖아요.”
박 교수가 린 사모라는 말을 듣는 순간 미간이 구겨지며 인상이 굳었다.
“데스크가 린 사모를 촬영하는데 협조해주면 내 보도를 내겠다고 하던가요?”
“아니, 뭐 꼭 그렇게 까칠하게 반응하실 것 같진 아니구요. 저는 정말로 이게 뉴스가 된다고 생각하니까 제가 먼저 교수님에게 연락을 드렸던 거고, 그래서 이걸 그대로 덮고 싶지가 않아서 이것저것 궁리하다가 어제 술 먹다가 얘기를 꺼내본 거예요. 그런데 데스크가 완전히 눈을 반짝거리더라구요. 제가 버닝썬 피해자랑 인터뷰를 성사시키면서 시청률이 최근에 가장 높게 나왔었거든요.”
“그 사건의 린 사모나 그 여자의 남편에 대해서 조사하는 게 내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다고 1시간짜리로 꾸민다는 거죠?”
“그게, 같이 가지 않고 별개로 가는 거죠. 취재는 한꺼번에 들어가서 하긴 하지만, 린 사모 먼저 나가고, 교수님 건은 그다음으로 나가고...”
박 교수가 아무런 말없이 얼굴 틈으로 꽂혀 있던 빨대를 흔들고 음료를 그대로 들고 마셨다. 아무런 대꾸도 없이 음료를 먹고 탁하는 소리와 함께 시선을 강 피디에게 던졌다.
“강 피디가 내 입장이면 지금 그 어설픈 거짓말을 덥석 물 거라고 생각해서 지금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네? 아, 교수님 또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필요는... 거짓말이라니요. 저도 나름대로 이 아이템을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내가 아무리 방송을 몰라도 그렇지, 타이완 방송사도 아니고 그 여자랑 그 남편에 대해서 취재하고 나서 그것도 버닝썬이 주제가 돼서 찍는 거면서 그 뒤에 타이완 미투 무고 사건을 다뤄요? 같은 프로그램에서?”
박 교수의 뼈 때리는 질문에 강 피디의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강 피디가 처음부터 그 건을 잡겠다고 그런 짓을 할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믿어요.”
“그럼요. 제가 무슨 사기꾼도 아니고 방송 한 주 채우겠다고 그렇게까지 지저분하게 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게요. 그런데 그쪽 사장이라는 사람도 그렇지만, 데스크의 논리가 정말로 어이가 없네요. 10년 차인 강 피디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게 내가 너무 쉽게 풀려서 바로 나갈 것처럼 얘기가 나오는 것부터가 좀 그렇긴 했어요.”
“교수님. 여기서 그냥 접기엔 좀 그렇잖아요. 아직 들어가실 날이 며칠 남아 있으니까 저도 계속해서 기획안을 바꿔서라도 데스크랑 얘기를 해볼 테니 너무 그렇게 쉽게 접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그래도 강 피디가 학과장에게 전화까지 넣어주고 해서 상당히 분위기는 잡혔어요.”
“그런가요? 그렇게까지 만들어놨는데 이대로 접는 건 정말로 좀 그런데... 교수님은 린 사모 건을 도움을 주시는 게 많이 불편하세요?”
강 피디가 아쉬워하는 것이 린 사모 건을 취재하지 못해서 그러는 것인지, 박 교수 사건을 취재하지 못하기 때문인지 잠시 헷갈릴 정도로 강 피디는 강하게 박 교수에게 매달렸다.
“강 피디가 아까 그랬죠? 한 시간짜리 방송 때문에 양심 팔고 거짓말하고 그런 사람, 아니라구.”
“물론이죠. 제가 먼저 교수님에게 연락드릴 때까지만 해도 저는 린 사모 건은 교수님이 알려주시기 전이라 전혀 알지도 못했었잖아요.”
“그러면 잘 기억하겠네요. 내가 왜 S사 기레기에게 그 건은 포기하라고 했었는지...”
“네?”
강 피디가 조금 의외라는 표정으로 기억을 더듬듯 박 교수를 바라봤다.
“목숨 걸고 방송할 필요까지는 없잖아요? 전에도 말했지만, 그게 타이완에서 유통된 마약과 관련된 건이면 더더욱 그렇고...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지금 다른 방송사에서 방송된 내용만 취합하더라도 그쪽에서 한국의 비싼 아파트 같은 거 사고 술집에서 몇 억씩 쏘고 해서 돈세탁하는 것만은 사실이잖아요.”
“그렇죠.”
“그러면 강 피디가 그걸 취재하겠다고 타이완에 들어갔다가 타이완 어디 촌에서 돼지밥이 되어서 사료로 변해버릴 수도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서 취재할 용기가 있어요?”
“네?”
“몇 번을 말합니까, 타이완은 그런 곳이라고. 자기네 이익이 발생하고 그 불건전한 이익을 돈세탁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나라에서 자기 마누라가 사진까지 연예인이랑 찍은 게 다 드러나면서 광고가 됐어요. 그런데 그 의혹을 방송하자마자 그쪽에서 최고 로펌의 변호사 붙었다는 둥 여러 가지 사실관계가 입증되면서 차차 그쪽에 대한 이야기가 오히려 사그라들고 있어요. 그게 뭘 의미한다고 생각합니까?”
강 피디가 박 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변해 다시 질문을 던졌다.
“저희 방송이 고발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상 린치야 항상 감안을 할 수밖에 없죠. 사이비 종교를 취재할 때는 정말로 차 사고를 내겠다고 달려드는 광신도들도 있었구요. 그런데 그런 거 무서워하면서 방송 만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죠.”
제법 강단이 있는 방송쟁이처럼 강 피디가 목을 돌려가며 박 교수에게 괜찮은 척 어필해 보였다. 하지만 박 교수의 표정은 쉽게 환해지지 않았다.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굳이 한 시간짜리 방송 채우겠다고 그 시청률이 엄청난 로또가 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남의 나라까지 가서 목숨 걸고 진실을 묻어버리겠다는 사람들에게 맞설 필요는 없다고 봐요.”
“으음.”
“그러면 일단 같이 들어가는 건 고사하고 방송은 시작하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을게요. 혹시라도 내가 들어가는 날짜를 강 피디가 아니까 연락 줘요, 그럴 리도 없겠지만.”
“아, 이러려고 달려온 게 아닌데. 교수님!”
박 교수가 그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는 먼저 카페를 나섰다. 강 피디는 뭐라 박 교수를 달려가 잡을 명분이 서질 않았다. 그는 방송을 알았고, 이미 데스크가 어떤 꿍꿍이로 린 사모 건을 던졌는지도 모두 파악하고 있는 눈빛이었다. 결국 그렇게 J방송사의 취재 건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박 교수는 바로 카페를 나와 양재천 쪽으로 발길을 돌려 좀 걷기로 했다. 강 피디와의 만남 뒤에 취재 자체가 백지화되었다는 말을 아내에게 다시 전달할 기분도 아니었다. 벌써부터 뜨거워진 타이완의 열기에 비해 한국은 이제 슬슬 여름을 맞이하는 6월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이제 남은 건 그알과 절친이라며 나대던 신문사 기자와 공기자뿐이었다. 생각이 그 둘로 정리되었을 즈음 예정되었다는 듯이 전화벨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