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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Feb 03. 2022

영국 맥주의 세계에 초대합니다.

세계 맥주 기행 - 14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752


영국 맥주의 세계

포터와 스타우트로 유명한 영국도 전 세계적인 라거 열풍에 힘입어 현재 데이터 상으로는 라거의 점유율이 높다.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영국을 대표하는 맥주는 에일(Ale). 앞서 맥주의 역사를 공부할 때 설명했던 것처럼 영국의 맥주 양조업자들은 홉(hob)이 들어간 건 맥주가 아니라고 폄하하여 오래전부터 홉이 들어가지 않은 맥주를 ‘에일’이라 부르고 홉이 들어간 맥주를 ‘비어’라고 구별했다. 물론 현대에 오면서 맥주의 구분이 정리되면서 상면발효 맥주를 ‘에일’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앞서 에일의 다양한 종류를 공부하면서 살펴보긴 했지만, 에일의 본고장 영국을 대표하는 에일은 역시 가장 대중적인 에일은 비터 에일(Bitter Ale, 통상 ‘비터’라고 줄여 부른다.), 되시겠다. 현대에 오면서는 ‘페일 에일’의 개념과도 통용된다. ‘비터’란 말은 영어로 ‘쓴맛’을 뜻하지만, 쓴맛이 도드라지기보다는 라거 계열의 맥주보다 향이 풍부한 편이다.

에일 맥주의 특징이라면, 병맥주로 판매되지 않는다는 점과 차갑지 않은 실온에 마신다는 점이다. 보통 ‘캐스크 에일(Cask Ale)’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데, 양조장에서 숙성을 거친 후 여과와 살균을 거치지 않고 캐스크(맥주통)의 형태로 펍에서 그대로 판매되는 에일을 말한다.


말 그대로 효모가 그대로 살아 있는 ‘진짜 생맥주’라고 하겠다. 한때 수익성과 케그 보급 증가로 인해 이러한 형태의 에일 맥주가 대부분의 펍에서 퇴출될 뻔한 위기까지 처했었는데, 에일을 지키기 위한 시민 단체인 ‘캄라(CAMRA: Campaign for Real Ale)’가 출범하고, 이들의 노력으로 인해 영국은 에일 맥주가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캐스크 에일’은 양조장에서 뿐 아니라 펍에서 나무통에 숙성시키기 때문에, 각 펍마다 나무통이 다르고 상태가 달라, 같은 맥주여도 각 펍만의 고유한 개성을 살릴 수 있다. 구조적 문제로 오염되기가 쉽고 품질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이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들이 나왔던 것이다. 무엇보다 청량감을 무기로 한 라거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케스크 에일은 낮은 탄산, 미지근한 온도 등이 특징적이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으로 본다면 어쩔 수 없이 외면받게 되는 경향도 부정할 수는 없는 흐름이라 하겠다.

 

영국을 대표하는 맥주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 뉴캐슬 브라운 에일(Newcastle Brown Ale, 요크셔)

1927년 처음 양조하기 시작한 영국 북부 에일의 대표적인 브랜드.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에일 병맥주 가운데 하나로 40여 개 나라에 수출된다. 현재는 하이네켄 산하 브랜드로 편입되었으나 원래 뉴캐슬 지방에서 만들었던 맥주이기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영국에서 ‘브라운 에일’이란 쓴맛을 억제한 에일 맥주를 의미한다. 영국의 펍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으며 현지에선 생맥주로도 판매된다. 견과류, 캐러멜, 과일 향(맛)이 나타난다. 홉의 맛은 약해 쓴맛은 드러나지 않고 달달한 끝 맛이 특징이다. 병의 로고나 디자인이 굉장히 투박하게 생겼다. 뉴캐슬 브라운 병에 붙어 있는 파란색 별 모양의 로고는 뉴캐슬 맥주 회사를 창립한 5인의 설립자를 나타낸다. 요즘 한국에서도 여기저기 많이 판매되는 것을 볼 수 있다.

 

• 풀러스 런던 프라이드(Fuller's London Pride, 런던 서부)

1845년 설립된 풀러스는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 회사, 되시겠다. 런던 템스 강 근처에 양조장을 가지고 있으며, 영국의 전통적인 맥주 스타일인 런던 에일을 만드는 회사로 유명하다. 캐스크로 팔리는 런던 프라이드는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캐스크 비터로, 실제로 런던의 펍에 가면 런던 프라이드의 생맥주 꼭지가 가장 많이 눈에 띈다.


해외로 수출되는 병맥주는 열처리된 것으로 맛이 다르다. 일반적인 라거보다 향이 풍부하고 진하며, 탄산이 덜하다. 처음 마시면 아마 스타우트나 밀맥주를 마실 때의 느낌 정도만큼의 몰트와 홉의 밸런스가 절묘한 편. 첫맛에 몰트의 달달한 과일 맛이 느껴지고 홉에서 나오는 꽃의 풍미와 마멀레이드의 맛이 느껴지는 듯할 무렵 홉의 쌉쌀함으로 마무리된다. 이 맛을 100% 음미하기 위해서는 첫 잔을 안주 없이 마실 것을 추천한다.

 

• 브루독(Brew Dog, 스코틀랜드 애버딘셔)

2007년 제임스 와트(James Watt)에 의해 프레이저 브로에 설립된 마이크로 크래프트 브루어리. 2012년 엘론으로 본사와 양조장을 이전했다. 현재는 스코틀랜드 최대 규모의 크래프트 브루어리.

 

조금 의외라고 할 정도의 실험적인 라인업을 내놓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기본적으로는 브루독의 대표적인 맥주인 펑크 IPA(Punk IPA)나 테스코와 제휴하여 한국 홈플러스에도 수입되고 있는 하드코어 IPA(Hardcore IPA)처럼 대중적인 맥주도 물론 양조한다.


그러나 비아그라가 들어간 맥주를 만든다던가 알코올 도수가 30도가 넘어가는 맥주를 만들더니 42도짜리 맥주까지 만들고, 이 때문에 언론에서 비난이 쇄도하자, 그것을 조롱하는 듯 1도짜리 맥주를 만드는 등 기행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세를 치르는 또라이(?) 브루어리로 악명이 자자하다.

 

영국산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미국의 유명 크래프트 브루어리인 ‘스톤’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미국적인 맥주를 양조한다는 배경이 있다. 영국 크래프트 사정은 미국에 비해 다양한 모험적인(?) 시도를 하는 일이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인디아 페일 에일의 현재 메타가 종주국인 영국산보다 더욱 강한 미국산을 추천하는 현실에서 브루독은 강렬하고 홉이 강조된 아메리칸 스타일의 인디아 페일 에일을 추구하는 몇 안 되는 유럽 브루어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던 영국 에일 보존협회인 캠라(CAMRA)와 관계가 굉장히 안 좋다. 오너 입장에서는 전통을 지킨다는 미명 하에 너무도 적은 맥주 스타일만을 강조하는 데 과도하게 초점을 맞춰 영국 브루잉에서의 혁신을 독단적으로 저지한 것에 그들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약간 독특한 점이라면 비건(채식주의자)용 맥주라는 점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도 있다.

 

◦ 펑크 IPA(Punk IPA)

브루독의 기본 메뉴이자 주력 맥주로 IBU가 35로 IPA 치고는 낮은 편에 속해 IPA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진입장벽을 낮춘 대중성 있는 맥주이다.

 

• 테넌트(Tennents,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셀틱의 스폰서로 유명한 스코틀랜드산 맥주. Tennent's Lager(은색 캔)과 1885 Lager(금색 캔)이 주력이지만 이외에 IPA, 스타우트 등도 판매한다. 위스키를 숙성시킨 오크통에 숙성했다는 Beer Aged with Whisky Oak나 9%의 높은 도수를 갖는 Scotch Ale도 한국에 수입되어 쉽게 접할 수 있다.

 

• 영스 더블 초콜릿 스타우트(Young's Double Chocolate Stout, 베드포드셔)

스타우트 스타일의 맥주로, 양조 시 맥아의 잔당을 많이 남기는 스위트 스타우트(Sweet Stout)로 구분되며 기네스와 같이 잔당을 적게 남기는 드라이 스타우트(Dry Stout)와 구분된다. 초콜릿 풍미의 몰트와 진짜 초콜릿을 집어넣었기 때문에 더블 초콜릿 스타우트라고 불리며 실제로도 은은한 단맛과 함께 커피와 비슷한 느낌의 진한 다크 초콜릿 풍미를 맛볼 수 있다. 캔과 병맥주 버전 둘 다 출시되는데, 캔 버전이 기네스와 같은 방식의 질소 위젯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더 부드러운 초콜릿의 풍미를 강조시켜주니 마시게 된다면 캔맥주를 추천한다.

 

• 올드 스펙클드 헨(Old Speckled Hen, 서포크)

정통 잉글리시 에일 맥주. 런던 프라이드와 마찬가지로 매우 달콤한 보리향을 내는 진중한 스타일의 잉글리시 페일 에일이며 홉의 씁쓸함과 진한 몰트 향의 균형이 절묘한 페일 에일이다. 기네스와 마찬가지로 병맥주에는 탄산이 들어가 있으며 캔에는 캔 밑바닥에 질소 발생장치가 들어있어 잔에 맥주를 따르면 기네스 폭포와 같은 질소가스의 대류를 구경하는 잔재미를 볼 수 있다.

 

• 바스(Bass, 스트랫포드셔)

200여 년이 넘은 맥주 브랜드로 ‘예술가들이 즐긴 맥주’라는 광고 카피를 내세우고 있으며, 실제로 에두아르 마네의 명화 <폴리 베르제르의 주점>에도 등장하는 빨간 삼각형 라벨의 맥주를 확인할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가 이 바스 맥주를 소재로 한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보통 맛이 강한 것이 특징인 에일이지만 아메리카 라거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맛이 옅은 편이다. 실제로 안호이저부시 인베브에 인수되었는데 그 전에는 맛이 좋았는데 인수되고 나서 대중성과 대량생산이 원인이었는지 맛이 변해서 사람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코버스 스타우트(Corvus Stout, 윌트셔)

영국식 흑맥주. 스타우트 계열의 흑맥주로 후술 할 아일랜드 흑맥주, 기네스와 양조 방식이 비슷하다. 맥주 라벨 표지에 검은색 까마귀가 그려져 있다.

 

• 코브라(Cobra, 스트랫포드셔)

인도계 영국인 이민자에 의해서 개발한 맥주라서 인도 맥주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엄연히 영국 맥주에 속한다. 프랑스 크로낭부르 1664나 페루 쿠스케냐, 불가리아 자고르카와 아리아나, 오스트레일리아 크라운 라거, 일본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트처럼 맥주 라벨 스티커가 맥주병 목 부분에 부착되는 것이 특이하다.

 

아일랜드 맥주의 세계

아일랜드는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에 비해 그 인기와 다양성에 밀리는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독자적인 맥주 문화를 향유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나라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흑맥주 대표 브랜드 기네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맥주 세계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나라이기도하다. 기네스 양조장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맥주 양조장이고 맥주는 아이리쉬들의 주류 소비 비율에 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주류이다.

 

볼륨의 차이가 압도적이지만, 아무래도 아일랜드 양조문화는 벨기에의 수도원 맥주 문화와 비슷한 포지션에 위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뿌리 깊은 역사의 에일을 주력으로 하는 영국의 영향을 받아 ‘흑맥주’와 ‘레드 에일’이라는 특수한 부문의 맥주가 양조장과 펍들에서 꾸준히 개발되고 제조되고 이어져오면서 기네스, 머피스, 킬케니, 스미딕스 등의 다양한 명성 있는 브랜드들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였고, 최근엔 기네스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라거 마크인 하프의 마케팅이 유럽 내에서 대성공함에 따라 라거 브랜드에서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아일랜드 맥주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 기네스(Guinness)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흑맥주 브랜드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흑맥주 중 하나. 1876년부터 중세시대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국가 문장으로 사용된 켈틱 하프를 심벌로 삼고 있다. 스타우트의 한 종류로 기네스로 인해 아일랜드의 스타우트가 포터를 압도할 수 있게 되었다. 워낙에 명성이 높아서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을 여행할 시 많이 추천되는 코스에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가 들어가 있을 정도.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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