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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Feb 12. 2022

잠자는 자세로 알아보는 커플 관계 분석 - 2

당신과 함께 침대를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765

 

7. 팔 베개를 하고 자는 스타일

남자가 여자에게 팔 베개를 해주는 영화에서 많이 보았음직한 자세이다. 하지만 해본 사람들은 다 알지만, 현실적은 그다지 숙면을 취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단 남자가 근육질이면 베개로 삼기에 너무 높고, 여자가 체격이 있으면 그 머리 무게에 남자가 팔이 저리기 시작해서 도저히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현실의 장벽이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플의 체형이 자연스럽게 그 형태를 받쳐주는 경우, 그것을 감수하고 약간의 변형을 주어 이 형태는 유지하되 서로 편하게 잘 수 있는 자세를 찾기도 한다.


예컨대, 단순 팔베개가 아니라 베개 안쪽으로 남자의 팔을 넣는다던가, 여자가 팔이 아닌 남자의 가슴 쪽으로 안기듯 기대며 자는 형태도 이 형태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자세는 외형적인 모습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보호본능이 상당히 강하게 발현된 모습이다. 아주 드문 예이기는 하지만 안기는 쪽이 남자인 경우도 있다.


어느 쪽이든 안기려는 쪽이 심리적 의존도가 강하고 그것이 심리적으로 굉장한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잠을 자는 무의식의 수면상태가 그 본연의 자세를 찾게 만드는 것이다. 팔이나 가슴을 베고 눕는 사람의 심리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안고 팔베개를 해주는 상대 또한 그런 안정감을 찾고 싶어 하는 파트너를 위로하고 감싸주려는 마음이 무의식 중에 발현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계속 이렇게 형태를 취하지는 않더라도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고 난 뒤 서로의 마음을 통해 여운을 안고 있는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에 취하는 자세로도 유명하다.(이러한 이유 때문에 주로 영화에서 커플의 베드신에서 자주 이 자세가 등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8. 코를 비비는 스타일

실제로 강아지처럼 파고들어 코를 비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상대에게 가깝게 안겨 잠드는 자세를 말한다. 위에서 살펴본 팔베개 스타일의 변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훨씬 더 가깝기 때문에 코가 닿을 정도로 밀접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이 스타일의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이 스타일의 자세는 서로 간의 신뢰와 보호의 궁극적인 표현에 다름 아니다. 특히 평상시에 이 자세를 하지 않다가 이 자세로 바뀌는 경우는 큰 싸움이나 시련을 겪고 난 다음 다시 애정전선에 불이 붙은 관계에서 흔히 보이는 자세이다. 기대듯이 엎드려 안으며 자는 쪽을 안아주듯 감싸주는 이의 심리는 자신감과 자기 확신을 의미하며 파트너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내적 외적 힘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상대에게 전달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파트너에게 의지하는 사람은 본래 의존적인 성향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일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상대방에게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심리가 드러난다. 평상시 충분히 독립적인 성향을 보이면서도 왜 잘 때 파트너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수면상태의 무의식이기 때문에 의식적인 평상시 태도와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감안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9. 부둥켜 꼬옥 끌어안고 자는 스타일

심리적으로도 그렇지만 육체적으로도 단 1초도 떨어져 있기 싫을 정도로 막 시작한 새로운 관계일 경우가 많은 눈에 콩깍지가 완전히 걸려있는 상태, 되시겠다. 사실 팔베개보다 이 자세는 서로 너무 힘겨운 아크로바틱에 해당하는 자세라고 할 정도로 정상 수면이 가능할까도 싶다.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으나, 실제로 이런 자세로 자는 커플들이 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친밀한 사이임을 증명할 것 같은데, 심리적으로 보면 모든 것이 충족되어 충분하지 못한 부분을 계속 확인하고 쥐고 싶어 하는 부분이 반영된 스타일이다. 만약 함께 침대를 사용한 지 6개월을 넘긴 후에도 여전히 이런 스타일로 자고 있다면, 그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형상일 수만은 없다. 두 사람 모두가 지나치게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스타일은 친밀감과 관계에서의 성장에 대한 욕구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 말인즉은, 처음 시작하여 불붙은 6개월도 그렇지만, 더 성숙한 동반자 관계에서, 다른 스타일로 진화(?) 혹은 변화할지라도 그날의 혹은 단기적인 심리 상황에 따라 잠자는 스타일이 다시 이 스타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즉, 어느 한 스타일로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커플의 수면자세는 그 당시의 심리상태를 무의식을 통해 그대로 반영한다는 의미이다.

 

10. 상대방에게 다리를 걸치고 자는 스타일

영어로는 레그 허그(Leg Hug) 자세라고 부르는 이 스타일은 여러 가지를 심리상태를 복합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사실은 두 사람의 코멘트를 통해 개별 정보를 조금 더 얻어내야만 정확한 심리상태를 분석해낼 수 있다. 다리 걸치고 자는 게 뭐가 그렇게 복잡할 것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예컨대, 한 사람의 과다한 자의식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형태로 다리를 걸치는 형태도 있고, 부둥켜안는 대신에 피부가 닿고 있다는 느낌을 공유하기 위해 다리만(?) 엉켜놓는 형태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 사람만 포옹하는 형태로 다리가 엉켜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너무도 당연히 상대에 대한 긴밀한 접촉과 연결을 갈망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팔을 걸치고 자는 스타일은 없는데, 다리를 걸치는 것에 대해서 심리학적으로 미묘한 부분이 많다는 이유는, 신체 중에서 다리가 갖는 심리 표출의 사인이 가장 정직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렇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데 있어 심리의 가장 궁극적인 움직임의 부분은 다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즉, 머리에서 혹은 가슴에서 이루어지는 심리는 곧 움직임으로 연결되는데 그러한 복잡다단한 구조 때문에 다리는 신체의 그 어느 부분보다 심리에 대한 신호를 가장 솔직하고 빠르게 받아들이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 아니라 둘 다 자기 의지에 의해 얽혀 있으면 둘 모두가 열정적이고 감정적이며, 성적으로도 연결된 의식이 굉장히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커플의 삶 자체가 조화롭고 균형 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

 

레그 허그의 미묘한 분석 한 가지를 더 소개하자면, 의식을 가진 평상시에는 애정표현이 서툴거나 양면성을 보이는 상대일 경우, 혹은 감정적으로 부딪히며 싸웠을 뿐 격앙된 감정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깨뜨리고 싶지 않고 유지하려는 심리를 표출하는 경우도 많다. 무의식 중에 다리만 걸치는 것은 접촉이 크게 격식을 차리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표현이 나온 것이다.

 

11. 그냥 각자 엎드려 자는 스타일

이 자세는 상대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한다는 사인을 강하게 주는 스타일이다. 기본적으로 엎드린다는 자세가 갖는 심리적인 표현에는 자신의 몸 전면부룰 보호하겠다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의식한 상태에서 누적되었던 불안, 정서적 불안정, 대인 관계의 취약성 또는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은 물론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통제력이 부족한 것에서 오는 불안 등을 총체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변형된 형태로 베개를 껴안고 잔다거나 엎드려서 베개를 머리 위로 올려 소음이나 밝은 빛을 차단하려는 자세도 마찬가지고 엎드려 자는 자세에서 출발한 것으로 본다. 상대에 대한 접근과 대화를 원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표현하거나 말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 무의식 중에 그 생각들이 표출될 것이다.

 

특히, 성관계와 전혀 무관한 상반신에 대해 한정된 자세이고, 상대에 대한 친밀감을 보여주는 자세도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상대에 대한 성적인 관계에 있서도 신뢰도 부족한 경우 나오기도 하는 자세이다. 무엇보다 남성도 남성이지만 여성의 경우 가슴이 눌려 엎드려 자는 자세는 허리와 가슴에 부담이 많이 가서 여간해서는 지속하기 어려운 자세이기 때문에 굳이 왜 불편한 자세를 취하게 되는지 원인 분석을 빨리 할 필요가 있다.

 

12. 바르게 누워서 자는 스타일

야한 베드신이 아닌 통상적인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부부의 일반적인 잠자리에서 대화 씬이 나올 때 주로 보이는 스타일이다. 흔히 군인들이 일렬로 하늘을 가만히 보고 누운 자세라고도 표현하는데, 파트너 모두 양팔을 옆으로 꼿꼿이 세우거나 가만히 손을 가슴에 올리고 바른(?) 자세로 자는 자세이다. 사실 이 자세는 유아기적 성장과정과도 상당 부분 연관이 있다. 어려서부터 바른 자세와 바른생활을 강요(?) 받는 식의 교육으로 자의 반 타의 반에 의해 만들어진 틀 안에서 생활하는 것이 익숙한 스타일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자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성장기 당시의 심리 형성과정에 대한 분석을 배제하더라도 이 스타일은 상당히 독립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자세이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가 이 자세를 유지한다는 것은 이미 서로 간의 관계에 있어 상대방과의 심리적인 문제나 상태에 관계없이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수면은 취한다는 분리 의식이 이미 이루어진 상태인 셈이다.


이는 이미 서로 간의 친밀감은 형성되었지만 그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하는 어중간한 부부들에게서도 쉽게 보이는 형태이다. 즉,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너무 익숙하고 편하기 때문에 무의식에서조차 분리가 이루어지는 해탈의 커플일 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 함께 침대를 사용할 뿐이지, 냉전 중이거나 심리적으로 여지를 주지 않고 유대관계에서 튕겨나가려는 반항의 표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살펴본 12가지의 스타일 말고도 사실 여러 수면 형태가 더 세분화되어 분석된 연구들이 많이 나와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단지 단서와 해석일 뿐이지 진단이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세요. 만약 여러분의 관계나 침대를 함께 쓰는 방식을 통해 부부관계나 커플의 심리가 걱정되는 수준이라면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의 곁에 있는 파트너에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두 사람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 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상대에게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똑같은 이유로 상대의 마음과 생각을 묻고 듣고 받아들이도록 하세요. 무조건 수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생각과 마음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훨씬 더 마음의 키가 자라는 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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