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검무적 May 28. 2021

위닝일레븐 2018

축구는 인생의 축소판?!

작년 여름이 끝나갈 즈음 아들 녀석의 바람직한 여가생활을 위해 뒤늦게, 정말로 뒤늦게 PS3를 커펌해서 완벽한 풀 버전으로 완비를 하였다.

아직 완비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매일같이 오락을 하며 노는 것은 아니지만 아들과 함께 컨트롤러를 잡고 뭔가 함께 하며 가르쳐주고 배우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 달 정도 빠져 있으면 어느 정도 한 게임에 물리는데....

무쌍 오로치에서 시작해서 마인크래프트도 PS3로 머리를 올렸다.


그리고 바로 이 게임......

PS방을 찾는 90% 이상의 목적이라는 바로 이 위닝일레븐을 시작했다.

FIFA19와 이 게임이 하드에 들어있는데, PS3에서는 위닝 최신 버전의 마지막이 2018이고 이후 2021까지 뭐 특별히 새로워질 것도 없다고 하여 시작해보았다.

처음엔 아들과 연습하고 시합을 했던 것이....

최근 내 막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들의 이름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로 진행하는 이른바 비컴 어 레전드

유럽에 축구 유학을 떠난 18세의 아들이 38세 은퇴하기까지의 레전드가 되는 여정을 그린다.

반복되는 축구 게임이 뭐 특별한 것이 있겠는가마는...

누군가 말했던 축구에는 인생이 있다고 했던가?

새벽에 자지 않고 유럽 축구를 보는 녀석들이 유난스럽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던 내가....


아들의 캐릭터로 변신해서 유럽리그를 휩쓰는 재미는 상당했다...

처음 18세에 이름 없는 잉글랜드 리그의 3류 팀에서 시작해서 잉글랜드 리그에서 기본기를 다 떼고....

이탈리아 AC밀란으로 옮기면서 두각을 내어 밀란을 이탈리아 리그 우승 및 유럽리그까지 모두 우승하며 최고의 팀으로 만들고 클럽 순위를 한껏 올렸다. 물론 득점왕과 어시스트 왕 및 MVP는 덤.

처음 18세에는 국가대표도 떨어졌던 캐릭터가 1년 만에 주장급으로 성장했다.

그렇게 2년이 채 안되어 스페인 마드리드 팀으로 가서 스페인 리그를 우승하고 중간에 편입되었음에도 호날두와 함께 득점왕으로 시즌을 마친 것이 19살.... 세계 최우수 선수로 드디어 등극.

그렇게 20살이 되면서 위 사진의 인물들이 속한 FC 바르셀로나, A.K.A 바르샤로 220억의 연봉으로 안착한 것이다.


다 늙은 아재의 게임 리뷰나 쓰자고 이 글을 쓴 게 아니다.

이 게임을 하다 보니, 그 옛날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다마고치가 어떤 기획의도였는지가 느껴졌다.

뭐, 요즘 게임이 다 그렇겠지만 자신이 캐릭터에 용해되어 마치 가상세계를 누비는 것과 같은 쾌감을 갖게 만드는 묘한 마약 같은 구석이 있다.

그런 점에서 유럽 최상위 리그의 최상위 팀에 편입이 되면....

200억이 넘는 연봉을 받는 21세의 청년임에도 원하는 공격수의 자리를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감독은.

그도 그럴 것이 그 팀엔 원래 스타플레이어가 있고 내가 그 자리에 들어가게 되면 그는 쉬거나 다른 포지션으로 강등되어야 한다.


인생도, 현실도 그렇다.

내가 모든 것을 꿰뚫고 저 사람보다는 내가 훨씬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것은 그저 자신만의 상상이거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허망한 자신감으로 상대에게 비출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축구는 11명의 플레이어가 그라운드를 누비는 방식이다.

내가 골을 넣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나에게 어시스트를 해줘야 하고, 하다못해 내가 처음부터 골을 드리블하며 끝까지 가다가는 중간에 골을 빼앗기거나 뛰느라 에너지가 소비되어 골의 정확도가 턱없이 떨어지게 된다.

나를 제외한 10명의 캐릭터는 컴퓨터에 의해 움직이지만 이 게임의 디자이너들이 기획했듯이 결국 인간의 원래 플레이를 기반으로 하여 움직인다, 즉, 내가 생각한 것보다 턱없이 창의적인 플레이를 나를 위해 해주는 플레이어는 없다는 말이다.


세상에서의 조화....

노자에 나오는 화광동진 같은 어려운 말을 인생의 목표라고 말하는 내 입장에서도....

그건 참 어려운 일이다.

아니, 참 엿같은 일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