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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Mar 25. 2022

샴페인(Champagne) - 돔 페리뇽 2

샴페인(Champagne)의 세계 - 3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939


3. 수석 와인메이커, 리샤 지오프로이 임명 ~ 현재

돔 페리뇽의 수석 와인 메이커인 리샤 지오프로이

1990년, 돔 페리뇽은 수석 와인메이커로 리샤 지오프로이(Richard Geoffroy)를 임명했다. 리샤 지오프로이는 빈티지 샴페인의 생산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권한이 막강했다.


리샤 지오프로이는 1954년 샹파뉴 지방의 심장부에 위치한 샤도네이(Chardonnay) 종 포도 재배지인 베르튀(Vertus)에서 태어났고, 샹파뉴 지방에서도 양질의 샤도네이가 생산되는 것으로 유명한 꼬트 데 블랑(Côte des Blanc)에서 대대로 포도원을 운영해온 가문의 자손이다. 리샤 지오프로이는 의학을 공부해 1982년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이후 랭스(Langs) 소재 국립 와인 양조학교(École Nationale d’Oenologie)에 입학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리샤 지오프로이는 국립 와인 양조학교를 졸업한 이후 미국 나파 밸리(Napa Valley)와 호주 도메인 샹동(Domaines Chandon)의 기술고문을 거쳐 돔 페리뇽의 수석 와인메이커, 즉 셰프 드 꺄브(Chef de Cave)가 되었다. 리샤 지오프로이는 현재까지 오빌리에 수도원에서 돔 페리뇽의 새로운 빈티지의 샴페인을 만들며 17세기 피에르 페리뇽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리샤 지오프로이는 “피에르 페리뇽이 살았던 오빌리에 수도원은 단순히 기술적인 차원을 넘어 영적인 곳이다. 이곳에서 산책을 하면 저절로 영감이 찾아오며 공간과 내가 혼연일체가 되면서 돔 페리뇽의 시대를 초월한 정수를 추구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는 목표 이외에 그 어떤 생각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리샤 지오프로이는 매년 생산되는 포도가 돔 페리뇽 샴페인으로 숙성할 수 있는지 테이스팅을 통해 가능성을 점검하며, 어떤 블렌딩(Blending)을 통해 어떤 개성을 지닌 와인을 만들어낼지 결정한다.

돔 페리뇽은 1921년 빈티지 샴페인을 출시한 이후 2014년 현재 2004년 빈티지까지 출시했다. 지금까지 돔 페리뇽은 1921년 이후 2004까지 총 38차례 빈티지 샴페인을 생산했다. 이처럼 돔 페리뇽은 매년 샴페인을 생산하지 않고, 작황에 따라 생산을 조절한다.


예를 들여, 1989년 당시 돔 페리뇽은 숙성 상태, 부케(Bouquet, 포도주의 향미) 및 산도 등을 점검해 좋은 샴페인으로 숙성될 잠재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샴페인을 생산하지 않았다. 반면 2004년 빈티지는 작황이 좋았던 해로 7년을 숙성했는데도 신선도를 유지해 훗날 장기 숙성을 거친 에노테크로 만나볼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매우 크다.


돔 페리뇽의 새로운 기술 및 발명

돔 페리뇽은 보다 강하고 튼튼한 유리병과 탄산가스가 잘 압축될 수 있도록 하는 코르크 마개와, 이를 고정하는 철실을 고안해 샴페인으로 숙성되던 와인이 폭발하는 현상을 막았다. 이 외에도 돔 페리뇽은 샴페인을 만들기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고 새로운 블렌딩을 고안했으며, 부드러운 포도 압착 방식을 통해 적포도 품종으로도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기법을 개발하는 등 샴페인 기술의 진보를 일구어냈다.


1. 톡 쏘는 맛이 강한 ‘샴페인’ 맛을 만들어내다


샴페인은 이미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부터 만들어져 온 것으로 와인 안에서 탄산가스가 발생하여 기포가 있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익는 현상 또한 와인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와 로마 인들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인지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했고, 막연히 달의 변화나 선과 악의 정령 활동에 기인한 것 등으로 오해했다. 하지만 피에르 페리뇽은 이러한 현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샴페인을 탄생시켰다. 거기엔 재미있는 일화가 숨겨져 있다.


피에르 페리뇽이 미사에 쓸 와인을 고르기 위해 수도원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와인 저장고에 갔을 때 마침 와인병이 폭발했다. 겨울 동안의 추위 탓에 발효를 멈췄던 와인이 날이 풀리며 다시 2차 발효를 시작했고, 병 속의 효모들이 탄산가스를 만들어내는 데에다가 높아진 병 속 온도와 탄산가스의 압력이 맞물려 유리병이 터진 탓이었다. 저장 중 탄산가스를 이기지 못하고 터지는 와인병은 거의 폭탄을 방불케 하여 당시 모든 이는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고, 미리 예방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피에르 페리뇽은 이 와인을 마셔 본 뒤 훌륭한 와인이라고 생각했다. 피에르 페리뇽은 ‘별처럼 아름다운 맛이 입에 가득참’을 느꼈고 동료 수도사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형제님. 어서 와보세요. 저는 지금 은하수를 마시고 있어요!(Brothers, Come Quickly! I’m Drinking Stars!)”


이 일화는 훗날 별이, 돔 페리뇽 샴페인의 맛을 상징하는 표현이 되도록 했다. 이후 피에르 페리뇽은 샴페인 연구에 몰두했고, 그가 일생을 바쳐 연구한 샴페인 제조법은 오늘날 샴페인 제조법의 기반이 되었다. 덕분에 그가 사망하고 난 뒤에도 샹파뉴 지역에서 샴페인 제조 기술은 100여 년 간 계속 발전하여 샹파뉴 지역의 특산물이 되었고 이는 프랑스의 상표법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고 있다.


샴페인이라는 이름은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된 피노 누아(Pinot Noir), 피노 뫼니르(Pinot Meunier), 샤도네이(Chardonnay) 품종의 발포성 와인에 대해서만 쓸 수 있다. 기타 지역에서 생산된 발포성 와인은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이라고 부른다.

별을 상징화한 돔 페리뇽의 비주얼

2. 병 숙성 및 코르크 마개


겨울이 특히 추운 와인 산지 샹파뉴 지역에서도 봄이 되면 와인에 탄산가스가 생기는 일이 잦았고, 이로 인해 와인을 보관하는 셀러에서 병이 폭탄처럼 폭발하는 사고가 잦았다. 이에 피에르 페리뇽은 코르크 마개와 철실을 활용해 와인의 폭발을 막는 보관법을 고안해 대처했다고 전해진다.


피에르 페리뇽 이전의 대부분의 와이너리(Winery, 와인을 만드는 양조장)에서는 드럼통에 와인을 넣어 판매하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피에르 페리뇽은 이를 병에 담아 판매했다. 1694년 9월 29일에 피에르 페리뇽이 남긴 기록 ‘저는 경에게 세계 최고의 와인 26병을 드렸습니다’에서도 피에르 페리뇽이 병 단위로 와인을 판매했음을 알 수 있다. 피에르 페리뇽이 숙성 단계에서부터 병을 사용했기 때문에 숙성 과정에서 병이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코르크 마개와 이를 병에 고정하는 철실을 고안해냈다.

피에르 페리뇽은 1690년경, 스페인의 수사들이 코르크 마개로 물통을 막았던 것에서 힌트를 얻어 코르크 마개를 와인 병을 막는 용도로 사용했는데 이를 통해 와인의 숙성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피에르 페리뇽이 코르크 마개를 개발하기 이전에는 보통 나무에 마 소재에의 천을 두르고 여기에 올리브기름을 묻혀서 썼는데, 코르크는 이보다 더 튼튼하게 병 입구를 막아주었을 뿐 아니라 와인과 기름이 섞이지 않아 샴페인의 신선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한다.


3. 부드러운 착즙(Gentle Pressing)

1670년, 피에르 페리뇽은 포도즙을 천천히, 느리게 짜내는 포도 압착기를 개발했다. 프랑스 브루고뉴 지방의 적포도인 피노 누아 품종도 피에르 페리뇽이 개발한 포도 압착기를 사용해 천천히 짜내면 포도 껍질에 있는 색소가 과즙을 물들이지 않아 붉은색이 아닌 무색의 투명한 포도즙이 채취된다.


이러한 피노 누아 품종으로 화이트 와인 제조법을 완성한 것이 피에르 페리뇽이었다. 또한 피에르 페리뇽은 포도에서 즙을 한 번만 짜냈다. 첫물이 끝물보다 고소하고 달며 향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드럽게 한 번만 짜내는 피에르 페리뇽의 착즙 방식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돔 페리뇽의 모든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4. 블렌딩(Blending)

1670년, 피에르 페리뇽은 여러 품종의 포도즙을 섞어 와인을 만들면 맛이 더욱 깊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피에르 페리뇽은 다양한 포도 품종에서 짜낸 즙을 혼합하여 샴페인을 만들었는데, 이러한 블렌딩 기법은 오늘날까지도 샴페인 제조의 근간이다. 지금도 돔 페리뇽 샴페인은 밭 단위로 수확한 포도즙을 한꺼번에 숙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8개의 유서 깊은 그랑 크뤼(Grand Cru) – 아이(Aÿ), 부지(Bouzy), 베르즈네(Verzenay), 마이(Mailly), 슈이(Chouilly), 크라망(Cramant), 아비즈(Avize), 르 메닐(Le Mesnil) 와 오빌리에 프리미에 크뤼(Hautvillers Premier Cru)에서 생산되는 최상급 포도를 매해 9월경에 선별하여 11월에서 12월 사이에 약 100여 가지의 블렌딩을 시도해본다.


돔 페리뇽은 샹파뉴의 17개 포도밭에서 언제든 원하는 포도를 선별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돔 페리뇽은 블렌딩을 통해 40년, 50년까지 숙성 가능한 포도주 인지 판단한 뒤 숙성 여부를 결정한다. 저장 과정에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돔 페리뇽의 철학인 만큼 블렌딩 과정 이후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방치된 숙성 과정은 돔 페리뇽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근간이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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