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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Mar 27. 2022

해킹 피해 환불 원정대(Feat. 경찰서) - 4편

사회는 결코 한 마리 쥐가 좀 먹는 것이 아니다.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945


“그 말씀도 옳으신 지적입니다. 제가 책임자 입장에서 책임지고 실장과 상담원에 대한 재교육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녀가 이렇게 순순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먼저 선수를 치는 이유가 그녀가 착하고 현명하기 때문이 아닌 것을 나도 알고 그녀도 알았다. 본사의 고객 보호원 팀장은 자기네한테까지 문제가 올라오게 되면 단순 클레임이 아닌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전 상담원들과 고객 간의 통화 녹취내용을 모두 청취하고 문제를 파악하고 고객이 어떤 요구를 하는지, 그것이 회사에 문제가 될만한 내용은 없는지를 중심으로 문제를 파악하게끔 교육받은 이들이다. 지난 몇 년간 크게 작게 SK텔레콤과의 문제를 겪으며 나는 그들의 시스템과 그들의 문제 처리방식에 대해 익히 학습한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내가 해외에 있는 건 알죠?”


“네. 통화 녹취 확인하는 과정에서 파악하였습니다.”


“그럼, 내가 여태 국제전화로 이 일로 CS 상담원과 그 우기기 좋아하는 실장 때문에 여태 국제통화료가 펑펑 나갔다는 것도 잘 아시겠군요?”


“네? 아, 네. 그러시겠군요. 정 원하시면 지금이라도 끊고 제가 현지 전화번호로...”


“앞으로는 그래 주세요.”


“네. 현지 전화번호를 불러주시면...”


“단! 지금까지 이 수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겠습니다. 그것도 본사가 아닌, 앞서 상담원과 실장에게...”


“네?”

“내 말 못 알아들은 거 아니죠?”

“네? 그건...”


“처음부터 제대로 응대했다면 모를까 나를 이렇게 몇 시간째 하루 종일 진을 빼고 거기에 국제전화비까지 쓰게 했다면, 그게 전화비를 받아가는 통신사라면 당연히 그래야겠죠? 지금 팀장의 말처럼 그쪽에서 국제전화를 거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CS팀 실장에 사과 전화와 함께 전화비용에 대한 실비를 보상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애플사에 사용중지는 요청하셨나요?”


그녀가 의외의 문제를 들고 나왔다.


“사용중지라는 건 뭘 의미하는 거죠?”

“지금 저희 쪽에 요금 결제의 중지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여쭙는 겁니다.”

“뭐라구요?”


애플사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해킹에 의한 피해가 발생했으니 처리해달라고 했을 때, 그들은 해킹 범죄 피해라는 강조점을 듣고서도 요금 결제의 중지를 하지 않은 것이었다.


“일단 SK텔레콤 측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인 거 아시죠? 그러니 결제 요청 건은 당연히 SK텔레콤 측에서도 중지했어야죠. 내가 긴급전화로 해킹 피해가 발생했다고 했는데요.”


“그것도 저희 CS팀에서 처리가 미흡했습니다. 바로 제가 직접 처리해놓겠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말씀드린 건데요. 처음 해킹 피해가 있었다고 연락을 주셨던 2022년 1월 16일 일요일 이후, 17일 월요일에 9만 8천 원의 부가 서비스가 또 청구되었습니다.”


“뭐요? 어떻게 그런 일이... 어이가 없네. 정확하게 그러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확인 좀 부탁합니다.”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시스템에서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애플사에 해킹 피해로 사용하지도 않은 금액이 이상한 게임의 아이템 구입으로 200여만 원이 나갔다고 항의한 이후에도 애플사의 머저리 같은 상담원은 친절한 척 매뉴얼을 읽어댔지만, 48시간 후에 자신들 측에서 연락을 드리겠다는 안내를 하질 않나, 지금 들은 설명에 의하면 당연히 가장 먼저 막았어야 하는 결제를 그대로 놔두어 그 이틀 뒤에 해커로 추정되는 범인이 버젓이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으로 10여만 원을 또 결제했다는 것이었다.


“11월 9일에 소액결제를 신청하여 SMS로 인증을 받으셨고, 11월 29일 처음 해당 게임 아이템으로 구입하신 것을 시작으로 총 37회에 걸쳐 200여만 원 조금 못되게, 아까 말씀드린 1월 17일 월요일까지 결제된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왜 나는 두 달이나 지난 1월 15일이나 되어서 카드 결제 예정이라는 공지를 통해 알게 된 거죠?”


“정확한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구조가 처음 애플의 앱스토어 게임을 결제하면 그것이 부가서비스로 연계된 저희들에게 청구가 먼저 되고 그것을 저희가 한 달 단위로 사후 결제 방식을 취하고 있고, 아마 고객님이 사용하시는 카드사에 연계되는 방식이라 또 한 달이 미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무슨 말인지 대강 알겠습니다. 그러면 SK텔레콤 측에서의 문제도 있는 건데...”


“죄송하지만, 애플사와 문제를 직접 해결하시는 동안 고객님에게 귀찮은 연락이 가거나 요금을 중지해놓은 건으로 또 다른 부서인 요금 체납부서에서 압박전화 같은 것으로 고객님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도록 제가 업무 협조를 구하는 것 외에는 직접적으로 도움을 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원인이 되는 행위는 명백하게 애플사와 연계된 앱스토어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니까요.”


그녀의 말은 최대한 본사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녀를 추궁해서 처음 소액결제를 SMS 문자만으로 승인 처리하고 나몰라라 하는 부분을 따질 수도 있었지만, 어차피 애플사를 족쳐서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게 하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에 한 발 양보해주기로 생각하고 전화를 끊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경찰서를 통한 정식 범죄신고 접수 사실원을 끊는 것이었다. 말로 100번 해킹 범죄 피해라고 해봐야 무뇌충 상담원들에게는 압박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어이가 없고 화가 났던 것은 해킹 범죄 신고를 애플사에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지를 진행하지 않아 다음 날까지도 금액이 청구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주말인 일요일 딸아이가 혼자서 경찰서를 가기가 그렇다고 아이 엄마까지 관할 지역 경찰서인 수서경찰서를 찾아갔다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경찰서에 도착한 딸아이에게 황당한 연락이 왔다.


“일요일이라서 6시 이후에는 아무도 없다는데요?”


“경찰이 무슨 일반 회사야? 이런 정신 나간 짭새들이 있나! 바로 들어가서 신고 접수하겠다고 당직 나오라고 그래!”


날카로워져 언성이 높아졌다. 딸아이는 아빠의 날카로움을 알기에 바로 들어가서 입구에서 무슨 일이냐고 막는 경찰에게 바로 전화를 바꿔줬다.


“해킹 범죄로 신고하겠다고 갔는데, 일요일 오후 6시가 넘어서 사무실에 사람이 없다고 월요일에 나중에 신고하라고 당신이 그랬나?”


“네? 실례지만 누구신지....”


입구에서 일반인들에게 고압적인 자세로 굴던 그 경찰은 예의 경찰 간부들에게 굽신거릴 그런 자임에 틀림없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지금 해킹 범죄 피해가 발생해서 신고하러 간 피해자에게 어차피 지금 신고 접수해도 월요일에 담당자가 출근해야만 일처리가 가능하다고 안내한 정신 나간 경찰이 당신인가? 지금 이 통화는 녹취 중이요. 대답 잘 생각해서 하시오. 내가 당신네 서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를 해야 정신 차릴 거라면 도와드리지요.”


“아! 아닙니다. 지금 당직에게 전화해서 사고 접수하라고 하겠습니다.”


우물쭈물 전화를 끊고 아내와 딸아이는 그들에게 안내를 받아 당직에게 가서 신고 접수를 하기 시작했다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빠! 해킹 범죄의 신고는 사기라는데요?”


“누가 그래? 그 앞에 그렇게 설명한 사람 바꿔줘 봐.”


어이가 없었다. 일반 사기와 해킹 범죄는 범주가 다르다. 아무리 바보 같은 순경이라 할지라도 경찰학교에서 업무분장을 통해 경찰에서 사이버 범죄수사대를 꾸리고 있으며 보이스 피싱이나 해킹 범죄를 단순 사기로 나눠 경제수사팀에 분할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이해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경찰 머리가 정상적이 아니라는 점을 나는 늘 깜빡깜빡했고, 대한민국의 강남 한복판 알짜 사건을 다룬다는 그 경찰서의 당직이라는 녀석은 ‘사기’라고 적기는 하지만, ‘해킹 범죄 피해’라고 적었으니 업무를 분장하는 곳에서 알아서 월요일에 사건을 담당 부서에 전할 거라면서 자신의 삽질을 슬쩍 덮으려 들었다. 그렇게 ‘사기’라는 내용으로 범죄 신고 사실원을 받아서 왔다.




다음 날, 그렇게 당당하던 SK텔레콤 CS팀의 실장은 머리를 조아리며 다신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진심이나 영혼은 1도 담겨있지도 않은) 사과를 꾸역꾸역 하며 국제전화비에 대한 실비 보상은 바로 처리해드리겠다고 계좌번호를 물어왔다.


그리고 애플사에 항의 전화를 하는 과정에서 처음 전화를 받아 해킹 범죄임에도 바로 결제를 중지하지 않은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두 번째 이의신청이 기각되었다는 통보아닌 통보를 확인해야만 했다. 선임상담원이라는 상담원들의 줄반장 언니와 연결하여 항의했지만, 그 밥의 그 나물인 것을 재확인할 뿐이었다. 경찰에 이미 신고를 접수했으니 경찰 측을 통해 항의하면 되겠느냐고 다시 항의하자 이제 20대 초중반일 무뇌충 선임 상담원 언니가 대답했다.


“제가 그래도 선임상담원인데, 이런 일을 한 두 번 경험해봤는데요. 이제 두 번이나 기각되셨기 때문에 저희 측에서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 정 원하시면 이 전화가 회사에서 녹취 중이라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알려드릴 수는 없구요. 경찰이 아니라 공공기관을 통해서...”


“소비자원이나 공정거래위를 말하는 거군요?”


“어? 아시네요? 네. 그런 공공기관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하시면 저희 상담원이 아닌, 다른 부서에서 담당자가 그 건을 받아서 처리하게 됩니다. 저희는 그저 기술 상담을 하도록 교육받은 상담원이라 제대로 된 응대가...”


“그러면 제대로 된 응대를 할 수 있는 CS팀을 따로 둬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게... 저어....


“됐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더 하겠소? 그런데 내가 조사를 좀 해보니, 이의신청이라는 걸 하면 서버 조사부터 이의신청을 받아들일지 말지에 대해 미국의 애플 본사에 보내면 A.I가 그냥 판정하고 그 결과를 상담원들이 앵무새처럼 받아 읽기만 한다고 확인했는데요. 사실입니까?”


“아, 그게 저어, 그러니까....”


“사실이군요. 알겠습니다. 내가 경찰을 통해서든 공공기관을 통해서든 애플사측에 문제를 제기하지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서 어떤 공공기관을 통해 항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를 검색하고 사례에 대해 공부했다. 그리고 그나마 가장 효과적이라고 예상되는 '그곳'을 낙점했다.


마침 설 연휴가 코 앞 인터라 일을 진행할 수 없었었다. 연휴 기간 일주일 가까이 그들에게서도 당연히(?) 연락이 없었다. 연휴라고 근무를 하지 않는 곳이 없건만, 특히 통신사는 손 팀장이 자신이 근무일이 아닐 뿐이라며 양해를 구했고, 현지 폰으로 직접 연휴가 끝나는 이틀 뒤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니 그렇다 손 치더라도 경찰은 지들이 회사원이라고 착각을 하더니만 이제 대놓고 회사원 행사를 하며 연휴에는 업무 자체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렇게 속을 삭히며 연휴가 다 끝나고 나서 경찰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담당을 찾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경제범죄팀의 여자 경위가 사건 담당자라며 느긋하게 전화를 받았다.


“왜 이 사건이 경제팀에 있는 거죠? 그리고 지금 사건 접수한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진척사항이 뭐가 있나요?”


“이제 사안을 파악하려고 하는데요. 어떤 급한 도움이라도 필요하신 가요?”


대한민국 경찰이 정신 나갔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욕을 위한 욕이 아니다. 해킹 범죄 피해는 지금 내 경우처럼 다행히 내 통장에서 돈이 인출되는 것은 여기저기 통화해서 막긴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시급을 다투는 문제이고 그 부분에서 경찰은 당연히 빠른 선조치를 이행하도록 경찰청의 매뉴얼에도 나와 있다. 하지만, 현장의 경찰은 그저 책상에 쌓여 있는 수많은 일거리에 불과할 뿐이며, 연휴를 다 즐기고 돌아와 다시 마주한 업무의 연장일 뿐이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합니까? 해킹 범죄인데 사이버 수사대에 업무분장을 하지 않은 정신 나간 경찰도 경찰이지만, 지금 최 경위가 사건을 제대로 파악이라도 했다면 당연히 이 사건은 사이버 수사대에 바로 갔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기, 그게 제가 수사하다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사이버 수사대에 정보를 요청하면 되는 거고...”


“됐고. 정 그렇다면, 아까 나한테 어떤 도움이 필요하냐고 했죠? 애플사에서 이게 해킹 범죄로 인한 피해라고 2주도 전에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A.I한테만 물어보고 자기네가 범죄피해 금액에 대해 환불을 거부한다고 버팁니다. 담당 경찰이라고 하셨으니 직접 전화를 걸어 이것이 정식으로 사건이 접수된 해킹 범죄 피해금액이니, 환불하는 것이 맞다는 사실관계 확인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경찰이 돈을 받아들이는 곳이 아니라서요. 그건 좀...”


“내가 언제 돈 받아달라고 하던가요? 범죄 피해 금액이니 그걸 청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관계 정리만 해달라구요. 내가 전화를 걸어봐야 공신력이 없다고 믿질 않으려 드니 담당 경찰이 직접 전화해서 어차피 서버 정보나 수사를 위해서 공조를 구해야 할 거 아닙니까? 그러니 최대한 빨리 그 부분에 대한 환불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해달라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전화번호가...”


“이것 봐요! 당신 경찰 아냐? 경찰이 해당 IT회사의 범죄 피해 발생에 대해 항의하는데 그 전화번호를 피해자한테 물어? 지금 나랑 장난해?”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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