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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Sep 02. 2018

워킹맘 7년차,  이런 응원이 필요합니다.

첫째 웅이를 낳고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가장 강하게 반대했던 사람은 엄마였습니다. 좋은 대학나와 번듯한 직장다니는 ‘엄마 딸’이, 능력있는 ‘한 명의 30대 여자’가 아깝다고 했습니다.


둘째 결이를 낳고 복직하겠다고 했을 때 가장 반대했던 사람도 엄마였습니다. 바쁘게 사느라 아이들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놓치는 ‘엄마’인 내가 안쓰럽고, 무엇보다 워킹맘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고 하셨습니다. ‘첫째를 낳고 엄마로만 살겠다고 했을 때 말리지 말 걸 후회된다’고 하셨습니다. 복직하는 날까지도 출근을 말리셨고 복직한 뒤로는 ‘언제 사표 낼 거냐’로 레파토리를 바꾸셨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친정에 갔는데 홍삼 두 박스를 꺼내오시더니 이리 와 앉으라고 하시더군요. 제 손을 꼭 잡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부터 엄만 내 딸 무조건 응원할거야. 직장 계속 다녀라 그만둬라 이야기하지 않을게. 네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살아도 응원할게. 대신 건강은 챙겨야 한다.”


‘이제 잔소리도 안 할 생각이냐. 엄마 딸 포기한거냐’ 농담을 했지만 엄마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궁금해졌습니다. 엄마는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을까요.


내 딸,
두 아이의 엄마,
직장인이 아니라
그냥 네가 보였어.
참 예쁘게, 열심히 살고 있더라.



엄마 말씀처럼 워킹맘 생활은 생각보다 힘듭니다. ‘애도 낳아봤는데 못할 게 뭐가 있어’라고 덤볐지만 애를 낳는 건 몸이 힘들었고,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는 건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듭니다. 몸이 힘들 땐 잘 쉬고 잘 먹으면 되지만 마음이 힘들 땐 응원이 그리웠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선 선수에게 ‘잘 해라. 이겨라’ 보내는 함성이 아닌 ‘잘 하고 있어’ 고개를 끄덕여주는 응원이 필요했습니다.


불안합니다. 불안하지 않은 척 하려고 하지만, 불안함을 애써 누르고 있지만, 사실은 불안합니다. 직장인인 나는 잘 하고 있는건지 엄마인 나는 잘 하고 있는건지, 열심히 한다고 하고 있는데 이 노력이 헛되진 않은건지, 흔들립니다. 나 스스로도 흔들리는데 나를 흔드는 것도 많습니다. 그럴수록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지 중심이 잡힌 건 아닙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했는데, 천 번을 흔들리기 전에 엄마가 됐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흔들리고 그래서 더 큰 응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주변에선 응원보다 조언을 많이 듣습니다. 흔들리는 게 보일테니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만하면 됐다. 너무 애쓰지 말아라.’ ‘너무 욕심내지 마. 하나만 잘 해도 된다.’ 안쓰러운 마음에 나온 조언이라는 건 알지만 그 조언이 마냥 달갑진 않았습니다.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생활을 이어가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힘들다고 그만두는 건 해결책이 아니니까요.



미국인 칼럼니스트 주디스 워너는 프랑스에서 첫 딸을 낳고 양육한 경험을 토대로 쓴 책 『엄마는 미친 짓이다』에서 프랑스에는 “엄마라는 새로운 세계를 항해하면서, 나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도와주는 사람들의 비공식적 네트워크”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 바탕에는 엄마에 대한 ‘인간적 접근’이 있습니다. 육아를 돕는 게 아니라 육아를 하는 한 사람인 엄마를 지지하고 돕는 겁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회사에서 어떻게 모유를 착유하는지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는 대신,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기 위해 몇 달 후에 모유 수유를 중단하는 것을 인정해 주는 친구들, 아이들을 잘 돌보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자기 자신을 잘 보살펴야 한다고 조언해 주는 소아과 의사, 그리고 혼자서 일을 처리하는 것은 나쁘다는 일반적 인식과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상황은 결국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상식”이 통합니다.


워너의 말처럼 워킹맘이 되고 가장 필요했던 건 ‘지원하고 도와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프로젝트 마감일인데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열이 난다고 전화가 걸려온 날, 나를 대신해 잔업을 떠안으며 “너랑 오래 일하고 싶어서 오늘은 네 일 내가 하는 거니 마음 불편해 하지 말고 어서 퇴근 해”라고 한 선배, 유독 피곤한 날이면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같이 책상 위에 커피와 손쪽지를 올려두는 후배, ‘힘내라’는 말이 아닌 ‘힘이 날 수 있게’ 지지하고 다독여주는 사람들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나를 엄마, 직장인을 넘어 한 사람으로 바라봐주는 응원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부터 우리를, 나를 한 사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선배, 나 지금 잘 하고 있어요?”  

복직했을 때

선배 워킹맘들에게 물었던 질문이고,

이제 후배들이 저에게 묻는 질문입니다.


선배들은 제 질문에

‘아이 키우면서 일까지 하는데, 그걸 물어야 알아? 둘 다 하는 것만으로 대단한거야.’

라고 답했었습니다.


그 답에 저는

‘집에서는 미안하다 직장에서는 죄송하다는 말만 달고 사는데 뭐가 대단하냐. 입에 발린 말 할 필요 없다’

고 툴툴댔었죠.


그랬던 제가 이제 후배들의 같은 질문에 비슷한 답을 합니다.  

“잘 하고 있어. 엄마로는 부족한 것 같고 직장인으로 뒤쳐지는 것 같겠지만 이제 시작이잖아. 일과 육아를 동시에 내 삶으로 품는 과정이니 지금은 둘 다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거야.”

정말입니다. 둘 다를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잘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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