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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Dec 19. 2019

‘엄마, 회사 가지 마.’
아이의 성장통을 대하는 자세

“웅이는 엄마의 출근을 참 의젓하게 대하는 것 같아요. 부러워요.”


가끔 달리는 댓글입니다. 이제 여덟 살이고 제가 출근하기 싫다고 하면 “회사는 좋을 때만 가는 곳이 아니야.”라고 따끔(?)하게 조언하는 녀석이니 맞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의젓했던 건 아닙니다. 이 포스트는 둘째 결이가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하며 시작했으니, 웅이가 태어나 육아휴직을 하고 복직한 직후 15개월의 이야기는 없습니다. 대부분 훌쩍 자란 웅이만 알고 계실 겁니다. 그래서 개인적적으로는 ‘우리 아이도 제가 출근할 때 웅이같다면 사표생각이 덜 할 것 같다.’는 댓글에는 꼭 대댓글을 남기려고 합니다.


웅이는 ‘엄마껌딱지’ 지수가 높습니다. 지금도 다른 건 몰라도 잠은 엄마 손을 잡아야 자고, 두 살터울 결이보다 더 자주 ‘엄마’ ‘엄마’ 찾습니다. 결이는 오빠가 같이 있어 그런지, 제가 복직할 때 수월하게 적응했던 반면 웅이는 결이만할 때 제가 아침에 옷을 갈아입을 때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했었습니다. 잠 잘 시간에는 자고 일어나면 엄마가 출근한다는 걸 아는 녀석이 침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거부한 날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를 돌아보면 그 순간을 거쳐 잘 자라 준 웅이가, 그 순간을 버텨낸 저 자신이 짠하면서도 기특합니다.


회사에 다녀온다는 인사에 말 그대로 꼬옥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저도 떼어놓기 싫어서 집앞 놀이터에서 놀아주다 도망치듯 출근하던 날, 같이 지하철을 타고 회사 앞에서 헤어지던 날은 ‘너한테도, 나한테도 참 못 할 짓이다.’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었습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마음이 시큰합니다. 어떻게 버텨냈나 생각하면 마음이 묵직하고요.




#‘걱정 질문’ 대신 ‘대안 질문’

머리 속이 복잡했습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회사를 다녀야 하나?’로 시작된  질문은 꼬리를 물고 물어 ‘사표를 내야하나…’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읽었던 책 중 이런 질문을 ‘걱정을 위한 질문’이라며 ‘걱정 질문’으로 분류하더군요. ‘걱정 질문’은 걱정을 확인시켜줘 불안감만 높입니다. 책은 대신 ‘대안 질문’을 하라고 했습니다. 걱정되는 점을 묻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하면 웃으며 출근할 수 있을까’처럼 걱정을 해결할 방법을 묻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질문을 바꾼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습니다. ‘걱정 질문’을 할 때는 점점 마음이 무거워지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보였는데 ‘대안 질문’을 하니 소소한 방법들이 생각났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아이와 노는 시간을 갖고 출근을 한다거나, 웅이가 가장 좋아하는 쌀놀이를 제가 출근한 직후 해줘 아이의 관심을 돌리는 것 등이요. 


그리고 저 자신을 향한 질문도 바꿨습니다. ‘사표를 내야하나’ 질문 대신 ‘사표를 내면 해결될까? 사표를 내면 생기는 문제는 없나?’를 물었습니다. 사표를 내면 해결되는 문제가 있는 반면 사표를 내면 생기는 문제도 있더군요. 경제적인 문제, 나 자신과의 약속 등 복직을 하기로 결정한 이유들이 생각나더군요. 



#우리 만의 ‘성장통’

출근길 웅이가 힘들어할 때면 워킹맘을 하기로 한 이상 한 번은 겪고 넘어가야 하는 , 워킹맘 아이가 한 번은 겪고 넘어가야 하는 우리들의 ‘성장통’이라고 여기기로 했습니다. ‘성장통이니 참고 넘어가!’가 아니라 ‘이 시기를 잘 통과하면 그만큼 성장할 거야’믿기로 했습니다. 엄마인 제 역할은 아이가 우리의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적응할 수 있게 돕는 것. 


조금 더 자라 “엄마, 회사 안 가면 안 돼?” 물었을 때는 “어디보자. 오늘이 수요일이니까 목요일, 금요일 , 두 밤 지나면 엄마 회사 안가는 토요일이네! 토요일에 우리 뭐 할까?” 주말을 기대하게 하고, “지민이 엄마는 회사 안가는데 왜 엄마는 회사 다녀?”물으면 “웅이 아프면 어디 아픈지 봐주시는 의사선생님 여자야 남자야?” “여자” “의사선생님도 웅이만한 아들이 있대~!” “그래?” “지민이 엄마처럼 회사에 다니지 않는 엄마도 있고, 엄마랑 의사선생님처럼 회사에 다니는 엄마도 있는 거야.” 답했습니다. 


제가 담담하게 대할수록 아이의 적응 속도가 빨라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엄마가 흔들리는 게 느껴졌기에 아이가 더 크게 흔들린 거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워킹맘의 첫번째 고비,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할 때 두번째 고비,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세번째 고비라고 합니다. 그 세 시기를 모두 통과하고 돌아보니 저에게 가장 큰 고비는 웅이가 ‘엄마 회사 가지 마.’ 몸으로 눈으로 입으로 말하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 때 힘을 준 건, 너무도 예쁘게 웃는 아이 사진을 보여주며 “얘도 웅이처럼 그랬어.”라고 했던 한 선배의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썼습니다. 

웅이도 그랬었다고요. 

내가 먼저 마음을 단단히 하고 

아이를 도울 때 아이도 단단해지더라고요. 

그러니 힘 내세요.


부모가 되어 마주한 감정과 고민들에 대한 17가지 성장문답, 아래 책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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