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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Apr 21. 2016

"물티슈 한 장 만큼만 청소하기"

워킹맘 시간관리 part.2

'해야 할 일' 목록을 적으며 '주관적인 바쁨'을 어느 정도 정리했습니다. 이제 '객관적인 바쁨'을 정리할 차례입니다.


바쁜 건 사실입니다. 시간빈곤계산법에 따르면 저는 일주일에 34시간이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생활필수시간, 즉 먹고 자고 쉬는 시간이 34시간이 부족합니다. 이 시간을 늘리려면 '근로시간(유급+무급)'을 줄여야 합니다.


우리 회사는 단축근로제도가 없습니다. 회사에 다니는 이상 오전 9시반 출근 오후 6시반 퇴근은 의무입니다. 그렇다면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서 '근로'를 줄여야 합니다. 퇴근 후에는 주로 가사와 육아에 시간을 쓰고 있으니 이 부분을 재정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사 + 육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생각해 봅니다. 우선 아침. 아이들을 좀 더 늦게 깨우면 저도 조금 더 잘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오전 7시40분에 아이들을 깨우고 8시40분에 집을 나섭니다.


한 시간 동안 아침을 먹이고 세수 양치질시키고 옷을 입히죠. 아이가 둘이다 보니 한 시간으로도 빠듯합니다. 가끔 웅이도 결이도 아침에 응가할 때가 있는데 이런 날을 8시40분에 집을 나서지 못합니다. 음... 아이들을 늦게 깨우는 건 포기.


그리고 저녁. 오후 6시반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7시15분. 저녁 준비해서 저녁 먹고, 대강 정리하고, 아이들과 놀고 씻기고 9시에 결이를 재우고 9시45분쯤 웅이를 재웁니다. 두 아이가 모두 잠들면 10시반.


아이들은 7시15분부터 대략 10시까지 엄마아빠와 함께 합니다. 3시간이 채 안되네요. 퇴근 후 3시간은 엄마와 부대끼고 살냄새 맡게 해주려고 합니다. 이 시간은 줄이기 보단 오히려 늘리고픈 시간입니다. 그러니 정리 대상에서 제외.



가사


남은 건 아이들이 잠든 뒤 시간입니다. 이 시간엔 가사와 재택야근을 하고 있죠.


사실 복직할 때 남편과 가장 많이 한 고민은 웅이 결이를 돌봐줄 베이비시터를 입주형으로 구할 것인가 출퇴근형으로 구할 것인가였습니다.


지인들은 아이가 둘, 주변의 도움은 최소화하려면 가사를 완전히 맡길 수 있는 입주형 이모님을 구하라고 했습니다. 입주형 이모님은 평일에는 24시간 우리집에 상주하시니 야근을 해도 걱정을 덜 수 있고 집안일에도 신경을 안 써도 되니까요.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 따르면 화이트 컬러 중산층 취업주부들은 가사일을 외주하며 개인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사를 외주한 만큼 개인 시간이 더 생긴다는 것이죠. 가사를 외주하려면 입주형 이모님이 최적입니다.  


반면 이모님이랑 하루 종일 같이 생활해야 하니 부부의 사적 시간 공간에 제약이 따릅니다. 24평 집에서 이모님이 쓰실 방 하나를 마련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또 아이들이 잠들면 취미생활을 즐기는 남편도 반기지 않았습니다.


비용적으로도 쉽지 않습니다. 출퇴근 이모님보다 한 달에 30만원 정도 더 드려야 합니다. 우리집에서 상주하시니 생활비도 한 달에 2,30만원은 더 들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출퇴근 이모님을 구할 때보다 50만원을 더 지출해야 하니, 한 달에 베이비시터 이모님께 200만원이 훌쩍 넘게 지출하게 됩니다. '둘이 벌어도 남는 게 없다'를 넘어 '둘이 벌어도 마이너스'인 상황이 됩니다. 입주형 이모님은 무리입니다.


지금 웅이 결이를 돌봐주는 이모님은 출퇴근형입니다. 결이가 이제 만20개월. 눈을 떼면 사고가 나기 쉬운 월령입니다. 그래서 이모님께 가사는 결이 식사만 부탁드렸습니다.


청소와 빨래, 설거지가 우리 부부의 몫입니다. 횟수를 줄여볼까 합니다.



지금은 빨래를 격일로 합니다. 하루는 세탁기를 돌리고 하루는 빨래를 걷어 접는 식이지요. 이제부턴 일주일에 두 번만 세탁기를 돌릴 생각입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도 빨랫감을 모았다가 세탁기를 일주일에 한 번만 돌려 전력낭비를 줄이자는 '계몽' 포스터가 붙어있습니다!)


청소는 딱 물티슈 한 장으로만 하려고 합니다. 신혼 초에는 일주일에 한 번 청소기 돌리고 손걸레질하면 집이 반짝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만 청소해도 어느 정도의 청결을 유지하며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아이가 있으면 하루 종일 청소해도 집이 더럽습니다. 더러운 걸 참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아이가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국수가락 먹듯 빨아 먹기 시작하면 청소에 집착하게 됩니다.


이제 결이도 바닥에 떨어진 건 먹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아듣고, 머리카락을 주워서 후지통에 버릴 정도로 컸으니 청소도 횟수를 줄입니다. 걸레를 빨아서 온 집안을 손걸레질 하는 대신 물티슈 한 장으로 가능한 범위만 청소하겠습니다. 주로 웅이 결이가 활동하는 공간 위주가 되겠지요. 주말에 남편과 대청소를 하니 어느 정도의 청결함은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성학자이자 가수 이적의 엄마인 박혜란 선생님은 '먼지에게도 시간을 주면 자기들끼리 뭉쳐서 돌아다닌다. 그 때 티슈 한 장 뽑아 집어서 버리면 된다'고 했습니다!!)


빨래와 청소을 조정하면 하루에 30분~1시간은 가사에 쓰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빈곤자에게도 조금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b


# 틈틈이 이야기는 네이버 포스트 (post.naver.com/zinc81)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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