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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Mar 11. 2016

워킹맘 '마녀의 시간' 극복하는 법


<워킹맘의 저녁 일과> 


 6시 30분 퇴근. 빼먹은 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다. (가방을 두고 퇴근했다가 지하철역에서 카드가 없음을 깨닫고 다시 회사로 돌아온 적이 있다.)


 6시 35분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가끔 이 시간도 아깝다. 운동도 할 겸 계단으로 내려간다. 지하철을 타면 잠깐 인터넷을 한다. 주로 생필품 주문과 카톡에 밀린 메시지에 답하기.


 7시 20분  집에 도착.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에 아이들이 '엄마다' 외친다. 문 열자마자 가방을 던지고 아이들을 안는다. 가스레인지에 불을 올리고 옷을 갈아입는다. 웅이는 주방에서 쫑알거리고 결이는 싱크대와 내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 안아달라고 두 팔을 벌린다.


 8시 00분 베이비시터 이모님과 저녁을 먹은 결이에게는 간식을 주고, 웅이 나 남편은 저녁을 먹는다.


(... 이제부턴 시간개념 없음) 웅이가 저녁을 거의 다 먹으면 과일을 준비한다. 아이들이 과일을 먹는 동안 남편과 재빨리 저녁 먹은 뒷정리.


웅이 어린이집 알림장과 베이비시터 이모님의 메모장을 펼쳐 특별히 아이들에게 확인해야 할 것이 있나 체크. 별 일 없었으면 이제부터 본격 놀이(애착회복) 시간! 손인형을 끼고 침대에서 구연동화도 해주고 볼풀장에서 공놀이도 한다. 거실 매트를 돌돌 말아 터널놀이. 아이들이 집중해서 놀면 슬쩍 빠져 세탁기를 돌리고 장난감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8시 40분  결이 눈꼬리가 슬슬 내려간다. 졸리다는 신호다. 웅이는 아빠와 목욕하라고 욕실에 보내고 결이는 침대로 데리고 간다.


 9시 20분  결이가 잠들락 말락. 잘 준비를 마친 웅이도 침실로 온다. 웅이가 잠들 때까지 무한 자장가 부르기. (웅이보다 내가 먼저 잠들 때가 많아지고 있다. 친절한 웅이는 ‘엄마 나 아직 안 자’라며 나를 깨운다)



미취학 아동 자녀 둘을 둔, 30대 워킹맘의 평범한 저녁 일과 입니다. 매일 같은 일과를 반복하며 같은 생각을 반복합니다. '빡쎈' 3시간을 앞둬서 일까요.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스트레스 지수가 서서히 올라갑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연구에 따르면 워킹맘들은 대부분 직장에 있는 시간인 한낮에 가장 행복하고, 오후 5시 30분에서 7시 30분 사이에 기분이 최악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5시 30분부터 7시 30분은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데려오고, 피곤한 아이들에게 숙제를 시키고, 저녁을 먹이고, 목욕을 시키고, 자잘한 청구서와 집안일을 처리하고, 짧은 시간에 아이와 긴밀한 교감을 하려고 애쓰는 시간(단행본 '타임 푸어' 중에서)" 이거든요. 한 마디로 하루 중 해야 할 일이 가장 많은 시간입다. 책은 이 시간을 '마녀의 시간(witching hour)'이라고 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오후 6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가 '마녀의 시간' 입니다. 24평 집이 얼마나 넓다고 종종걸음으로 왔다갔다,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려니 우왕좌왕,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렀다가 웃었다가… 할 일이 많으니 1초라도 쪼개서 쓰려는 내 열심이 대견했는데,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해보니 시간의 압박에 쫓기고 있습니다. '엄마가 마녀가 되는 시간'이라 '마녀의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후 6시30분부터 9시30분을 다시 생각합니다. 저녁식사 즈음은 해가 지고, 하루 피로가 몰려오는 때입니다. 저 남편 웅이 결이, 모두가 나른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떼를 부리기 쉽고 엄마아빠도 화내기 쉽습니다.


마녀가 출몰해 세상이 사악한 기운으로 뒤덮이는 시간.

가족 모두가 예민해져 쉽게 짜증이 나는 시간, 그래서 '마녀의 시간'인가 봅니다.


그런데 이 시간은 우리 네 가족이 모여 살 부빌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그 시간이 '마녀의 시간'이라니요. 이렇게 둘 수는 없습니다. 선배 워킹맘들에게 현명하게 보낼 수 있는 팁을 알려달라고 물었습니다.


퇴근 시간을 즐겨라. 내 에너지가 충분해야 아이들에게도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다. 퇴근길엔 '해야 할 일' 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집에 도착하자마자 10분은 무조건 아이들에게 집중해라. 10분간 충분한 사랑을 받은 아이는 엄마가 저녁 준비를 해도 옆에서 바라볼 수 있다.
휴대전화는 보지 마라. 어차피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는 일을 할 수 없다. 부장의 카톡 메시지 알림을 본 순간 마음만 불편해질뿐이다.
저녁식사 준비 시간을 줄여라. 주말에 미리 재료를 손질해두거나 몇 가지 국을 끓여 소분해서 냉동해 둬라. 꼭 직접 요리할 필요도 없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반찬을 배달해주는 업체도 많다.
아이들도 식사 준비를 거들게 하라. 수저 옮기기, 식탁 닦기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다.



우선 퇴근길 습관부터 바꾸기로 했습니다. 지하철에서 '인터넷 살림'을 하는 대신 책을 듣습니다. 책 읽기는 제 유일한 취미거든요.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건 불가능하니 전자책의 TTS(Text to Speech, 본문 읽어주기 기능)를 활용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눈을 감고 책을 들으니 마음이 좀 편안해 집니다.


지하철에서 집에 도착하기까지 도보 10분. 아이들이 얼마나 보고 싶었나를 생각합니다.  "엄마 괴롭히는 사람을 무찌"르라며 웅이가 준 장난감 칼을 떠올리고 가장 좋아하는 딸기가 두 개 남아도 주저 없이 엄마에게 한 개 나눠주는 결이를 생각합니다. '엄마 에너지'도 충전 완료.


집에 도착. 현관문을 열기 전 코트부터 벗었습니다. 집에 들어가면 주방도 가지 않고 옷도 안 갈아입고 웅이 결이를 꼭 안고 있을 텐데, 물감놀이를 하던 중일지도 모르니까요. 니트는 빨면 되지만 코트가 더러워지면 곤란합니다.


거실 가득 늘어져있는 장난감도 무시할 겁니다. 치워도 아이들은 또 어지를 테니까요. 아이들 잠든 다음에 한꺼번에 치우는 게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해야 할 일 리스트도 다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정말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려고요. 일단, 이 정도면 적어도 '마녀의 시간'에 엄마가 '마녀'가 되는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 틈틈이 이야기는 네이버 포스트 (post.naver.com/zinc81)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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