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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웅이의 첫 새학기 증후군 앓이

"한 밤 또 한 밤 지나면 괜찮아질꺼야"

by 틈틈이

"웅아 신발 신어야지"


웅이는 현관에 앉아 뜸을 들이는 중입니다. '어린이집 늦겠다 어서 신어' 말해도 밍그적 밍그적. 입을 앙 다문 게 아무래도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모양입니다. 5살이 되어 반이 바뀐 여파가 아직인가 봅니다.


"엄마, 나 이제 바다반 아니래. 5살이라고 햇살반 가야 한대. 교실도 바뀌고 선생님도 바뀌고 친구들도 바뀌었어. 싫어. 나 그냥 바다반 계속하면 안 될까?"


지난해 어린이집에 입소한 웅이에겐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는 '새학기'입니다. 새교실도 새선생님도 새친구들도 며칠 지나면 익숙해지고 즐거워진다는 것, 아직 모릅니다. "낯설지? 그래도 오늘은 어제보다 재밌을 걸? 새 교실에는 새 장난감도 엄청 많대~" 호기심을 자극해도 웅이의 눈은 흔들립니다.


등원길도 축축 늘어집니다. 기분좋게 등원해야 기분좋은 하루가 될텐데, 웅이 마음을 돕고 싶습니다.



일단 웅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동원했습니다.


"에반(터닝메카드)이 햇살반 교실이 궁금하대. 우리 에반 데리고 어린이집에 갈까?"


웅이는 에반을 손에 꼭 쥐고 신발을 신었습니다.


"에반이 햇살반 선생님을 무서워하면 어떻게 하지?"


아마 웅이가 선생님이 무서운 거겠죠. 웅이는 자신의 마음을 에반을 통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럴 수 있어. 에반도 선생님을 처음 보니까 어색할 거야. 그래도 에반은 웅이랑 같은 교실에 있으니까 안심할 걸. 웅이도 선생님이랑 친구들이 낯설면 가방 안에서 웅이 지켜보고 있는 에반 생각해 봐."


낯선 교실, 낯선 선생님, 낯선 친구들 사이에 힘든 웅이에게 익숙한 에반은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에반은 어린이집 입구까지만 웅이 손에 있습니다. 어린이집에 개인 장난감은 반입금지거든요.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오면 서로 가지고 놀겠다고 다툴 확률이 많아 아예 반입금지를 원칙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웅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경우 등원길에 가지고 간 장난감은 어린이집 입구에서 엄마에게 주거나 가방에 넣고 하원할 때까지 꺼내지 않기로 약속합니다. 에반은 가방 안에 숨어서 웅이를 지켜볼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에반으로는 좀 부족합니다. 웅이 발걸음이 아직 무겁습니다. 느릿느릿 거북이걸음입니다.


두 번째 작전은 그림자밟기 놀이입니다.


"웅아, 엄마 그림자네. 웅이가 엄마 그림자 밟아봐!"


웅이보다 서너 걸음 앞섭니다. 그림자를 따라잡으려 웅이가 빨리 걷습니다. 살짝 뜁니다. 웅이도 따라 뜁니다.



뛰었다가 멈췄다가. 웅이가 그림자를 밟으면 "아야. 엄마 아프다. 빨리 도망가야지" 재빨리 앞서고. 웅이가 따라잡으면 뒤로 빠져서 "여기있지롱~" 놀리기도 합니다. 웅이가 웃으며 뜁니다. (웅이는 많이 신났는지 지나가던 아저씨가 제 그림자를 밟자 웅이가 "우리엄마 그림자 아파요! 밟지 마세요!" 소리지르기도 했습니다. 제가 배꼽사과했지요)


마지막 작전.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전 늘 하지만 오늘은 더 세게, 더 꽉 안고 이야기합니다.


"웅아, 선생님도 교실도 처음이라 낯설지? 엄마도 웅이처럼 어린이집 다닐 때 그랬었어. 근데 한 밤 또 한 밤 지나니까 조금씩 괜찮아지더라. 웅이도 그럴 거야. 그리고 햇살반 교실에 재밌는 교구들이 숨어서 웅이가 찾아주길 기다리고 있데. 우리 어떤 교구가 숨어있는지 찾아볼까? 엄마 퇴근하고 오면 어떤 교구랑 놀았는지 이야기해줘~"




제가 화장실에 가면 화장실 문 앞에 쪼그려 앉아 기다리던 아기였는데, 참 많이 자랐습니다. 아직 제 눈엔 아기인데 거쳐야 하는 일들이, 이겨내야 하는 일들이 늘어가네요. 항상 힘껏 응원하는 엄마 아빠가 있다는 것, 웅이가 잊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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