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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Mar 13. 2016

레고에 비친 '전업아빠'와 '워킹맘'

웅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얼마 전까지 미니 자동차였습니다. 잠깐 공룡에 관심을 보이더니 요즘 가장 좋아하는 건 레고입니다. 손가락 한마디만한 블럭을 가지고 칼도 만들고 총도 만들고 집도 병원도 만듭니다.


그리고 레고 만들기보다 더 좋아하는 건 레고 카타로그 보기입니다. 레고를 사러 가면 꼭 출시 예정 카다로그를 집어옵니다. 그래서 저 또한 레고 신상품에 관심이 많아졌죠.

그러다 우연히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Fun at the park'를 봤습니다. 공을 가지고 노는 아이, 자전거를 타는 아이.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할머니. 피크닉 나온 가족. 공원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풍경들이 레고로 재현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안에 레고에서 처음 선보인 인물들이 있다네요.


워킹맘과 전업아빠, 휠체어를 탄 아이가 주인공입니다.


정장에 서류가방을 든 워킹맘, 유모차를 밀고 있는 전업아빠. 강아지와 함께 공원에 나온 휠체어를 탄 아이. 보이시나요?


외신을 찾아보니 소렌 토르프 라우르센 레고시스템스 회장은 이 시리즈를 내놓으며 “우리 주변의 모습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워킹맘에 전업아빠라니. 성역할 고정관념을 깬 레고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그런데 다시 보니 궁금해집니다. 이 피규어들이 '진짜 워킹맘'과 '진짜 전업아빠'를 반영한걸까?


전업아빠를 봅니다. 수염을 잔뜩 기른, 더벅머리 아빠는 빨간 셔츠와 청바지를 입었습니다. 유모차가 없었으면 그냥 전형적인 '힙스터'의 모습입니다. 외신에서는 이 아빠를 '힙스터 대디(hipster dad)'라고 표현했습니다.


'힙스터'라는 단어가 낯설어 찾아 보니 "1940년대 미국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속어로 유행 등 대중의 큰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부류"를 뜻한다고 하네요. 더 찾아보니 "힙스터들이 추구하는 비주류는 애초에 목적부터가 주류와 자신들을 구별짓기 위한 것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워킹맘 엄마는 꼬리가 올라간 안경을 쓰고 머리를 틀어올렸습니다. 검정 정장에 갈색 서류가방을 들었네요. 누가봐도 회사에 출근하는 모습입니다. 근데 피규어의 머리를 떼면, 남자입니다. 남성화된 여성의 모습입니다. 여성이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남성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 여자 상사가 떠오릅니다.


전업아빠, 힙스터, 비주류.

워킹맘, 남성화된 여성


물론 직장생활을 하려면 모성보다는 남성성을 드러내는 게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전업아빠가 소수인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부부 열 쌍 중 네 쌍이 맞벌이인 시대입니다. 육아휴직을 한 남성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쉽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는 레고가, '이제서야' 내놓은 전업아빠 워킹맘 피규어가 '어제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 것 같아서요.


레고는 1978년 처음으로 미니피규어를 선보였고, 지금까지 7000종 이상을 출시했습니다. 그 7000종 안에는 다양한 아빠 다양한 엄마의 모습도 담겨있습니다.


레고에 바랍니다. 힙스터 전업아빠와 갈색 서류가방을 든 워킹맘은 앞으로 내놓을 다양한 전업아빠와 다양한 워킹맘 중 하나이길요.


# 틈틈이 이야기는 네이버 포스트 (post.naver.com/zinc81)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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