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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Mar 15. 2016

이제 막 복직한 워킹맘들에게

"나쁘지 않으면 완벽한 것이다"

힘들죠? 정신없죠? 마음은 무겁고 몸은 피곤합니다. '아메바는 자기 몸를 쪼개서 복제도 잘 하던데, 나도 팔 하나 뚝 떼어서 나를 하나 더 만들어 회사랑 집에 한 명씩 두고, 다리떼서 한 명 더 만들어 하루 종일 재우면 좋겠다' 말도 안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보다 아이가 힘들죠. 전 괜찮아요."


괜찮다, 괜찮다 하고 있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괜찮은 척이죠. 출근길 아이가 울 때 아이보다 더 크게 속으로 울고, 회사에선 하루라도 빨리 공백을 메우려고 누구보다 더 애쓰고 있잖아요.


집도 회사도 당신에겐 일터라 편히 쉴 곳이 없습니다. 회사에서는 회사라 방긋방긋, 집에선 아이들 때문에 방긋방긋. 울고 싶어도 울 곳도 없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마음이 많이 무겁던 어느 날, 깜깜한 퇴근길에 털썩 주저앉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솔직히 말하면 한두번이 아닙니다)



아마 당신은 30대 초중반일 겁니다. 회사에서는 경력 5~10년차이지요. 실무를 가장 많이 담당 할 연차입니다. 그런데 출산과 육아로 공백이 생겼습니다. 내 입지를 단단히 해야 할 시기에 공백을 가졌으니 마음이 바쁩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 친구는 "동기들이 하나둘 승진하는데 나는 임신을 했다. 출산휴가 3개월 쉬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다. 육아휴직은 포기할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육아휴직을 쓰고 복직한 친구는 "복직한 날 부장이 '1년 쉬었으니 실적으로 보여줘야지' 했다. 부담감에 숨이 막혔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일에만 집중할 수도 없습니다. 당신은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엄마의 사랑과 손길이 절대적인, 어린 아이의 엄마니까요.


일이 아무리 많아도, 주변에서 아무리 눈총을 줘도 눈 딱 감고 칼퇴근해야 합니다. 화장실가는 척 슬쩍 퇴근하려고 코트를 입지 않고 회사를 나서는 날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라도 아이가 기다리는 집에 가야합니다.


당분간은 집도 회사도 양보하지 않을 겁니다. 아이들에게서 어느 정도 눈을 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앞으로 2년입니다.


선배 엄마들은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시간일 거라고 말합니다. 물론 각오는 했지요. 그렇지만 각오를 했다고 지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어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미안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 저도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 끝에 복직한지 이제 3개월. 저도 지금 그 시기를 지나고 있고 현명하게 보낼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거든요.


3개월 전과 달라진 점은 여유를 갖자고 스스로에게 계속 이야기하는 겁니다.


'이렇게 바쁘게 사는데, 할 일이 왜 줄어들 지 않지. 하나 하나 끝내도 여전히 수백개가 남아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 발을 동동거릴 때 한 선배가 그랬습니다. "넌 애 키우면서 일까지 잘 하려고 하니. 애 키우면서 일 하는 것 만으로 대단한거야"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근데 그 말이 두고두고 힘이 됩니다.  100점은 아니어도 어쨋든 하고 있잖아요. 지금은 하루살이일지라도, 살아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기로 했습니다.


'왜 이렇게 매일이 전쟁같을까' 지쳤던 마음도 '지금은 치열한 시기이고, 난 그 시기에 있으니 치열한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편해졌습니다.


출산 육아로 인한 공백도 다시 생각해 보니 공백만은 아닙니다.


아이를 낳기 전과 지금의 나.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습니다. 애를 낳아 보니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싶은 고통도 한 때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열이 펄펄 끓는 아이 밤새 한 잠도 못자고 간호한 다음날도 이유식 만들고, 아이 목욕 시키고, 놀이터에 가고 집안일 하고. 그런 하루 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견딜 수 있는 정신력도 생겼습니다. 아이안고 빨래 정리하면서 전화하는 건 '멀티태스킹' 축에 끼지도 못하지요. 엄마에겐 그냥 일상입니다.


가장 걱정되는 건 당신의 열심입니다.


할 일이 많을수록 마음이 분주해지고 시간의 압박에 시달릴 겁니다. 하루 24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잠 안자고 밥 안먹으며 시간을 아끼는 수밖에요.


하루이틀하고 끝날 엄마노릇 아닙니다. 하루이틀 다니고 그만 둘 회사 아닙니다. 길게 보세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입니다. 끝까지 달리려면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합니다.


미국에는 '워모비조스(WoMoBiJos, Workind mothers with Big Jobs)'라는 단체가 있다고 합니다. 바쁘게 일하는 엄마들의  모임이라는 뜻인데요. 이 단체의 회원들은 자신의 일은 사랑하지만 사회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노동자'가 되려고 전력질주하지 않고, 자녀와 가정을 사랑하지만 '좋은 엄마' 컴플렉스에 얽매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들은 '나쁘지 않으면 완벽한 것이다'는 생각으로 생활한다고 합니다.


'엄마 당신'은 나쁘지 않습니다. '직장인 당신'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완벽합니다.


그리고 첫 월급을 받으면 보약부터 한재 해 드세요. '그 돈 아껴서 애들 옷 사주겠다'는 생각은 접고요. 건강해야 엄마노릇도 직장생활도 욕심껏 할 수 있습니다. 힘내세요!


# 틈틈이 이야기는 네이버 포스트 (post.naver.com/zinc81)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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