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 즐거웠어?"
"아니. 속상했어. 친구는 선생님한테 칭찬 스티커 받았는데 난 못 받았거든. 나도 받고 싶었는데..."
올해 8살. 첫 조카가 드디어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첫 조카라 참 애틋합니다. 조카도 그 마음을 아는지 엄마한테도 말하지 않는 ‘비밀’ 이야기를 저에게만 들려주곤 합니다. 입학하고 얼굴도 못 본 게 마음에 걸려 전화를 했더니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네요.
‘아직 어린아이인데, 찾아보면 칭찬할 부분이 하나씩은 다 있을 텐데….’ 선생님이 야속합니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쓴 글을 보니 왜 모두에게 스티커를 주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선생님은 글에서 “아이들 모두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상처받고 속상한 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는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첫걸음이다. 무지갯빛 세상에서 진짜 세상으로 한 걸음씩 옮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진짜 세상을 맛보는, 어른이 되는 첫걸음. 그래서 그는 학부모들에게 4가지를 부탁했습니다.
누구나 자기가 한 일은 책임져야 합니다. 직장인이 일을 하지 않으면? 해고됩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숙제를 하지 않으면 벌을 받습니다.
'아이가 너무 피곤해서 숙제를 하지 못했어요' '알림장을 놓고 와서 숙제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변명하지 마세요. '다음부턴 이런 일 없게 할 테니 한 번만 봐주세요'라는 말도 하지 마세요.
아이를 위한 변명이 아닙니다. 숙제를 하지 않았는데 벌을 받지 않으면 아이는 할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배우게 됩니다. ‘진짜 세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부모가 언제까지 아이의 대변인일 수는 없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면, 아이가 직접 선생님께 말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과 의사소통이 충분히 가능한 나이입니다.
아이가 혼날 게 뻔하니 부모 된 마음은 편치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혼나며 배우는 것도 있습니다. 숙제를 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경험한 아이는 가방을 싸며 숙제를 잊지 않았나,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겁니다.
"신발 신겨 주세요"
"엄마가 알림장을 안 챙겨주셨어요"
"화장실 휴지가 너무 딱딱해요. 엄마한테 다른 거 달라고 하면 안돼요?"
초등학교 1학년은 오전 9시까지 등원해 오후 1시에 하원 합니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고, 교실에선 뛰어다니지 않습니다. 초등학생이 된 이상 익혀야 하는 습관들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은 집에서도 혼자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신발을 신겨주지 말고 아이가 혼자 신발을 신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가방도 아이와 함께 챙기세요. 아이들이 직접 준비물을 챙겨야 가방 어디에 넣었는지, 가지고 왔는지안 가지고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엄마가 매번 가방을 챙겨주면 아이들에게 가방은 '내가 필요한 게 다 들어있는 신기한 상자'가 됩니다.
물론 아이가 혼자 가방을 챙기는 습관이 들 때까진 옆에서 도와주세요. 습관이 되면 엄마는 일이 줄어들고 아이는 자기주도성을 기를 수 있습니다.
모든 아이에게 상장을 줄 수는 없습니다. 상장, 도장, 메달은 말 그대로 '상'입니다. 아이는 상을 받을 일을 했을 때, 기쁘게 상을 받아야 합니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을 열심히 했을 때 승진하고 보너스를 받습니다. 밤샘 근무하며 열심히 일한 직원과 근무시간에 인터넷 쇼핑하고 게임을 한 직원 모두 보너스를 받는다면 누구도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 겁니다.
아이들도 같습니다. 노력의 대가로 상을 받는 겁니다. 상을 받지 못한 아이는 속이 상해 울어버릴지도 모르지만, '다음엔 더 열심히 해야지' 마음먹을 겁니다.
급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마 학교 밥 맛없어서 안 먹었어'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밥을 주진 마세요. 급식을 먹지 않아도 집에 가서 밥을 먹을 수 있다면 아이들은 급식을 더 먹지 않습니다. 급식을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다는 걸 알아야 급식을 먹으려 합니다.
밥을 먹었는데 또 배가 고프다고 하면, 아이에게 '선생님 밥 더 주세요'라고 말하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엄마가 되니 아이가 넘어져 울때, 잘못 없는 땅을 때리며 '때찌 때찌' 하게 됩니다. 내 아이가 다치고 속상해 하는 걸 지켜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물론 '천천히 걷자. 서두르면 넘어질 수 있어' 알려주고 혼자 일어나 길 기다리는 게 정답인 건 알지만 '때찌 때찌'한 뒤에 생각날 때가 많습니다)
변명하지 마라,
모든 걸 다 해주지 마라,
상장을 기대하지 마라,
점심을 다시 주지 마라.
한 마디로 아이의 일은 아이에게 맡기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말입니다. 이 글을 쓴 선생님은 “아이를 아이답게 두라”고 했습니다.
아이답다는 건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아이의 첫 단체생활. 처음이니 실수하는 게 당연합니다. 실수하게 두세요. 실수를 하며 배우고 자랍니다. 잠깐 속상하더라도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세요.
사회심리학자인 에릭 에릭슨은 인간의 발달을 여덟 단계로 나누고 단계마다의 발달과업을 제시했습니다.
8살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이자 8단계 중 4단계인 학령기에 들어가는 때입니다. 학령기의 발달과업은 해야 할 일을 꾸준히 참으면서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인내력, 근면성을 기르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8년차 부모'의 발달과업은 아이가 해야 할 일을 하기 싫어도, 스스로 할 수 있게, 한 걸음 물러나 끝까지 응원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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