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틈틈이 Mar 18. 2016

워킹맘, 당신도 '최고 엄마'입니다

"비가 오면 김치부침개 냄새가 나는 거 같아. 어렸을 때 엄만 비 오는 날 항상 김치부침개를 해줬거든. 학교에서 수업 들으면서도 '빨리 집에 가서 부침개 먹어야지' 했었어."

"난 비 오면 할머니 손잡고 버스 정류장에 엄마 마중 나갔던 기억이 나. 엄마 우산 없을지도 모른다고 할머니 졸라서 마중 나가면 엄마가 많이 좋아했어. 엄마랑 슈퍼마켓에 들러서 과자도 사고 이야기하면서 집에 오는 그 시간이 참 좋았어."


워킹맘의 딸로 자라 워킹맘이 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멍해졌습니다. 전업주부의 딸로 자라 워킹맘이 된 저에게는 친구의 말이 충격이었거든요.


"갑자기 비가 오면 엄마가 교문 앞에서 우산 들고 기다리잖아. 그런 기억은 없어?"

"우리엄만 회사에 있는데 어떻게 와. 언제 비 올지 모르니까 난 교실에 우산 두고 다녔어."

"엄마가 오는 친구들 안 부러웠어?"

"부러울 때도 있었지. 근데 난 우산 있는데 뭘. 비 오면 엄마 마중 나갈 생각에 설레었지."



전업주부. 자식이 인생의 전부였던 엄마의 딸로 자란 저는 한 번도 엄마를 마중 나간 적이 없습니다. 엄만 항상 내 주변에 머물렀고 손 뻗으면 닿는 곳에 있었습니다. 우리 삼남매는 자라는 동안 단 한 번도 열쇠로 문을 열고 집에 들어온 적이 없습니다.


아침밥에 후식까지 챙겨주고 학교 갈 때면 문 앞까지 나와서 자식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 흔들어주던 엄마. 겨울이면 남편 자식 발 시릴까 봐 거실 한쪽에 신문지 깔고 신발을 들여놓았던 엄마.


그런 엄마의 자식으로 태어난 게 참 고마웠습니다. 결혼하기도 전에 "엄마, 난 내 자식한테 엄마처럼 못 해줄 것 같아서 벌써 미안해" 했었습니다.


네, 엄마는 '좋은 엄마'의 표본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낳고 회사에 다니며 아이들에게 더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워킹맘의 딸로 자란 친구도 "우리엄마의 딸로 태어나 행복하다"고 하네요. 내 기준의 좋은 엄마와 참 다른데 말이죠.



“엄마가 요리할 때면 엄마가 문어 같았어. 된장국 끓이면서 카레도 만들고 생선도 굽는 거야. 시간이 없으니 한 번에 세 끼를 준비했던 거지. 뭐든 뚝딱뚝딱 해내는 게 참 신기하더라."

"엄마는 내 생각을 많이 물어봤었어. 어렸을 때는 '주말에 뭐 하고 싶냐' 조금 커서는 '무슨 학원에 다니고 싶냐' 엄마 혼자 정한 건 거의 없었어. 낮시간에 엄마가 집에 없으니까, 엄마 눈 피해서 내가 딴짓 안 하게 하려면 억지로 시킬 수 없었을 거야. 그래서 난 결정할 기회가 많았던 것 같아."


친구는 엄마가 지금의 롤모델이라고 합니다. 워킹맘의 자식으로 자란다는 게 어떤 건지 잘 알기에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아이에 대한 믿음도 크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캐슬린 맥긴 교수팀은 ‘아이들은 일하는 엄마에게서 많은 것을 얻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4개 선진국의 성인 5만 명을 조사한 결과, 워킹맘의 딸들이 전업맘들의 딸보다 6% 소득이 더 높았고, 관리직을 차지하는 비율도 전업맘의 딸들보다 3% 높았다고 합니다. 워킹맘의 아들은 전업맘의 아들보다 어른이 돼 가족과 자식을 돌보는 데 두 배 이상 많은 시간을 썼다고 합니다.




어제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는데 웅이가 쉬를 하고 있었나 봅니다.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바지도 올리지 않고 어그적어그적 뛰어와 안기는데 어찌나 예쁘던지요. 웅이를 안고 있으니 '이 아이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나를 어떤 엄마로 기억할까' 궁금해졌습니다.


난 친정엄마처럼 손 내밀면 닿는 곳에 있지도 않을 테고, 아침부터 7첩 반상을 차려주는 날도 손에 꼽을 텐데… 쌔했던 마음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은 다독여졌습니다. 웅이 결이에게 나도 나쁜 엄마는 아니겠구나. 아이들은 내가 생각지 못한 워킹맘 자식으로 자라는 장점을 찾아낼 수도 있겠구나. 싶어 졌습니다.


친정엄마에게 파고들어 “우리 엄마가 최고야” 할 때면 엄만 항상 그랬습니다.


“네 엄마라 좋은 거지.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라. 다들 자기 엄마가 최고라고 하지”


어깨가 으쓱합니다. 부족한 나를 ‘최고 엄마’로 꼽아줄, 우리 웅이 결이가 생각나서요.


# 틈틈이 이야기는 네이버 포스트 (post.naver.com/zinc81)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문해 주세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