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결이가 많이 울었어요. 뽀로로 끝나니까 어찌나 크게 울던지, 달래지지 않더라고요.”
오늘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데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시터 이모님이 난감한 표정입니다.
“하나 봤는데 또 보겠다고 해요?”
“끝나면 또 틀어달라고 하고, 또 틀어달라고 해요. TV 앞에서 떠나질 못하네요.”
아침 출근 시간. 오빠도 엄마도 나갈 준비를 하면 결이는 시무룩해집니다. 꼭 안고 뽀뽀를 하며 인사를 하지요. 보통 웃으며 손 흔들어주는 결이도 유독 떨어지기 싫어하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땐 "뽀로로 하나 볼까?" 묻습니다. 역시 뽀통령입니다. 90도 인사까지 하며 흔쾌히 보내줍니다.
뽀로로를 보여줄 때마다 '만3세까지는 동영상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좋다' '동영상은 최대한 늦게 노출시켜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생각납니다.
동의합니다. 그래서 신혼시절 큰 맘 먹고 산 대형TV도 웅이가 태어난 뒤로는 대형 디지털 액자로 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엄마 아빠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길거리에도 광고 전광판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정답을 지키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게다가 결이는 둘째입니다. 5살인 웅이에겐 엄마와 약속한 '하루 30분 동영상 보는 시간'은 아주 소중합니다. 웅이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결이는 '소극적'으로라도 동영상에 노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최선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을 택해야지요. 결이 수준에 맞는 동영상을, 올바른 방법으로 보여 주기로 했습니다.
일단 뽀로로의 '스펙'을 봅니다.
타깃 연령: 2~5세 유아.
러닝타임: 편 당 5분. (유아의 집중력은 7분이라는 연구결과에 기반)
캐릭터 특징: 어린아이들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캐릭터들의 머리와 몸 비율을 1:1로 제작
결이 또래의 어린아이들에게는 파스텔톤 배경의 의성어 의태어가 많이 나오는 영상이 좋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뽀로로가 딱입니다.
어떤 동영상을 보여줄 지는 정했으니 이제 '올바른 시청 습관'을 길러줘야죠
1. 스마트폰으로 보여준다면 조작은 부모가 합니다. 스마트폰은 직관적으로 설계되어 아이들도 쉽게 다룹니다. 이 모습이 신기해 스마트폰을 쥐어주면 아이들은 쉽게 중독되고, 한 번 잡은 스마트폰을 절대 놓지 않습니다.
2. 동영상을 보여줄 때는 아이와 약속부터 합니다. 결이는 시간개념이 없으니 ‘5분만 보는거야’ ‘10분만 보는거야’가 통하지 않습니다.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딱 1편만 보는거야’ 등 에피소드 개수로 약속합니다.
3. 약속한 만큼 봤다면 아이가 직접 종료 버튼을 누르게 합니다. 결이와 뽀로로를 보다 보면 약속한 두 편이 끝났는데 결이가 아쉬워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이제 뽀로로 쉬러 간대. 우리 인사하고 다음에 만나자' 하면서 부모가 먼저 TV에 손을 흔듭니다. 그리고 '뽀로로 코 자게 TV 꺼주자. 깜깜해야 잠이 오지' 하며 결이가 종료 버튼을 누르게 합니다. 결이에겐 종료 버튼을 누르는 것도 재미입니다. 울음을 뚝 그치고 가서 누릅니다.
4. 직접 종료 버튼을 눌렀지만 미련은 남습니다. 결이를 안고 TV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갑니다. TV를 빨리 잊게 도와주는 거죠.
마지막은 제가 지켜야 할 사항입니다. 아이들이 동영상을 보는 동안 집안일을 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이나 TV를 볼 때는 항상 부모가 함께 해야 합니다. 아이 혼자 멍하게 보게 두지 말고 부모가 옆에서 아이에게 계속 말을 걸고 TV 속 상황을 설명도 해주며 쌍방 소통을 합니다.
육아서에서 그런 말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뽀로로를 보여주는 부모는 많다. 하지만 아이와 같이 뽀로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부모는 적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어제 본 TV 이야기를 하는게 재밌었습니다. 웅이 결이도 엄마아빠와 터닝메카드, 뽀로로 본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재밌겠지요.
아이 수준에 맞는 동영상을, 약속한 시간만큼, 부모와 함께 본다면 '차선책'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