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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Mar 30. 2016

둘째가 망설여지는 당신에게

솔직히 말합니다. 둘째를 낳은 걸 후회한 적 많습니다.


삼남매 중 둘째, 유독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저는 우리 가족이 5명이라는 게 참 든든했습니다. 엄마 아빠외에 나를 무조건 믿어 줄, 응원해 줄 사람이 둘이나 더 있다는 건 무척 힘이 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결혼을 하면 셋은 낳지 못해도 최소한 둘은 낳아야지 했습니다.


주변에서 '아이가 둘이되면 하나 일 때보다 두 배 힘든게 아니라 네 배는 힘든 것 같다' '둘째를 낳고 부부싸움 한 날이 안 한 날보다 많다'고 말해도 '에이, 그래도 둘이 더 행복할껄요' 자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한 적 많습니다.



2014년 육아정책연구소에서 펴낸 '1명의 영유아 자녀를 둔 취업모의 후속출산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0-5세 영유아 자녀를 둔 워킹맘 중 32.4%만 둘째 계획이 있다고 답했지만,


게다가 첫째가 아들인 경우 둘째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5.4%에 그쳤다지만(첫째 웅이는 아들이지요),


둘째를 낳겠다는 마음은 단 한 번도 흔들린 적 없습니다. 언제 낳을까를 고민했지 낳을까 말까를 고민한 적은 없었습니다


(보고서는 아들 엄마들이 둘째를 꺼리는 결과에 대해 보고서는 '아들은 딸보다 키우기 어렵다는데 또 아들 낳을까봐'라는 부모들의 딸 선호 현상에 조부모님들의 '아들 하나는 있어야지' 기대도 충족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계획대로 웅이와 두 살 터울로 둘째를 임신했고 결이가 태어났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둘째는 응가만 해도 예쁘다'더니 매 순간이 기특했습니다. 



후회는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이 다가오자 시작됐습니다 .


아이가 둘이 되니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것 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우는 아이 둘을 떼어놓고 회사에 갈 자신도 없었고 아이 둘을 키우는 것만으로 벅찬데 회사 일까지 할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회사에 애 둘 선배들을 떠올려 봤습니다. 


'한 명, 두 명, 세 명, 네 명... 더 있나?'

'얼마 전에 A선배가 그만 뒀다고 하던데, 아이가 둘 이었지. B선배도 그만뒀다고 들었어. 그 선배도 아이가 둘이었어...'


점점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100점은 아니어도 70점 엄마는 되고 싶은데 복직까지 하면 30점이 될 것 같습니다.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복직을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30점 엄마입니다. 퇴근 후 아이와 함께하는 2시간, 차분하게 아이들을 품고 싶은데 두 녀석의 엄마쟁탈전에 정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가 둘이라 일하는 게 덜 미안하다'하던 한 선배의 말에 동감하고 있습니다.


오늘 웅이는 열이 나 어린이집에 가지 않았습니다. 결이는 보통 제가 출근할 때 시무룩하거나 우는데, 오늘은 엄마가 출근 인사를 하는데도 팔을 파닥파닥 흔들며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웅이 뒤를 졸졸 따라 다닙니다. 오빠가 집에 같이 있는게 퍽 좋은 모양이니다. 


이모님이 말씀하시길, 결이가 엄마를 찾을 때마다 웅이가 "괜찮아. 오빠가 있잖아" 했다고 하더군요.  



웅이 또한 언제부턴가 결이를 챙깁니다. 동생이 생긴게 싫은지 '결이 버리자' 입버릇 처럼 이야기하던 웅이는 외출해서 누가 결이에게 다가오면 "안돼요. 내 동생이에요!!" 크게 소리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댁에 놀러 갔을 때 할아버지가 '결이는 두고 가라' 농담하시면 '엄마 아빠 나 결이는 같이 살꺼에요' 화도 냅니다.


놀이터에 가면 해 질 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떼쓰는 결이도 웅이가 '이제 집에 가서 놀자'고 손을 내밀면 군말않고 오빠 손을 잡고 집에 옵니다. 툭하면 5살 오빠한테 안아달라고 두 팔 벌리고 다가갑니다. 18kg 웅이는 9kg 결이를 끙끙거리며 안아줍니다.


둘 사이는 엄마가 없으면 더 끈끈합니다. 회사에서 종종 집에 설치한 cctv를 보는데 제가 집에 있을 땐 엄마 쟁탈전을 벌이느라 투닥거리는 두 녀석이 cctv 안에선 참 다정합니다. 블록도 싸우지 않고 잘 나눠 가지고 놀고 가장 좋아하는 딸기도 나눠 먹습니다.


엄마가 없는 시간, 둘은 서로에게 많이 의지하는 것 같습니다. 선배들이 '아이 둘이 집에 같이 있으니 덜 걱정된다'던 말의 뜻을 이제 알겠습니다. '애가 둘이면 놀이터에서도 둘이 놀아. 근데 혼자면 애가 3살이어도, 5살이어도 엄마가 같이 놀아줘야 해' 라는 말에도 동감합니다.


워킹맘이어서 둘째 낳은 걸 후회했는데, 워킹맘이라 둘째를 낳기 참 잘 한 것 같습니다. 아이가 둘이 되니 몸은 4배 힘들지만 마음의 짐은 1/4로 줄었습니다. 웅이의 말처럼 웅이에겐 결이가, 결이에겐 웅이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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