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 갈 때마다 엄마는 반찬을 한 보따리 씩 싸주십니다. 고맙지만 미안하기도 합니다.
"결혼해서 애도 둘이나 낳았는데, 엄만 이런걸 왜 챙겨..."
"넌 네가 다 큰 거 같지? 엄마 눈엔 항상 애기야. 맛있게 먹기나 해"
어떤 마음인지 알기에 엄마를 꼭 안고 '엄마 노릇하기 힘들다 울엄마' 했습니다. 엄마는 "엄마 노릇이 이런 거라는 걸 엄마도 몰랐지. 알았으면 엄마 안했을 것이여" 농담을 하시네요.
가끔 엄마가 '우리 엄마는 나한테 부모가 된다는 게 뭔지 왜 말 안해줬나 몰라'라고 하셨던 게 기억납니다. '부모가 된다는 게 뭔데?' 물으면 '너도 직접 겪어봐. 엄마도 말 안해줄란다' 라고 하셨죠.
외국 사이트들을 돌아보다가 "부모에 대해 엄마가 알려주지 않은 16가지"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엄마 타이틀을 단 지 5년째이지만 아직도 모르는 게 많네요.
1. 상상 이상의 체력저하를 겪게 될 것이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는 건 고문과도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정말 미칠 것 같아도, 죽을 것 같아도, 죽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때가 있었다는 것 조차 잊혀진다.
2. 자식은 어리면 어려서, 학교에 가면 학교에 다녀서, 졸업하면 졸업해서, 결혼하면 결혼해서 마음이 쓰인다. '자식은 평생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같다' '늙어도 자식은 자식이다'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진리이다. 그런데 그 진리가 진리라는 건 부모가 되어야 깨닫는다.
3. 아이들은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지켜야 하는 규칙, 허용되는 범위는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 규칙과 범위가 명확할 때 아이는 안심하고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4. '이런 아이면 좋겠다' 바랄 수는 있지만 어떤 아이가 태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이의 기질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결정된다. 기질은 바꿀 수 없다. 부모가 아이의 기질에 맞게 양육방식을 바꿔야 한다.
5. 아이들에게 진짜 아빠, 진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중요하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기분에 쉽게 전염된다는 걸 잊지 마라. 엄마가 웃으면 아이도 웃는다. 마찬가지로, 엄마가 우울하면 아이도 우울하다.
6. '네 아빠는 이런 사람이야' 아이에게 자랑하지마라. 부모의 직업이 무엇인지, 한 달에 얼마를 버는지 아이는 관심도 없다. 아이는 너의 사랑만 바라본다.
7. 너 자신을 돌봐라. 나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는데 누굴 돌볼 수 있겠나.
8. 자식은 성인이 되고 독립을 해도 부모의 조언이 필요하다.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아도 부모는 자식의 걸음걸이로도 알 수 있다. 자식의 신호를 놓치지 마라.
9. 다른 부모와 비교하지 마라. 가족마다 규칙이 다르고 각기 놓인 환경이 다르다. 부모의 성격도 다르도 아이의 기질도 다르다. 우리 가족에 맞는 방식이 다른 가족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고 다른 가족의 방식이 우리에겐 맞지 않을 수 있다.
10. 아이들이 부모를 밀어낼 때가 사실 부모가 가장 필요한 순간이다.
11. 너 자신이 가장 엄격한 심판관이다. 스스로에게 채찍질은 그만해도 된다.
12. 웃어라.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지 않나. 육아에도 웃음과 유머는 중요한 부분이다.
13. 아이들 때문에 놀랄 일이 많을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성격과 기질을 타고 나지만 지레 짐작하지는 마라. 아이들은 배우고, 자라고, 모험을 한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걸 이뤄내기도 한다. 그게 아이다.
14. 가끔은 아이들이 하고 싶은대로 하게 놔둬라. 먹고 싶은 만큼 아이스크림을 주고, 하고 싶은 만큼 게임을 허락해라.
15. 아이들은 주말에 더 일찍 일어난다. 주말에 늦잠자고 싶은 건 어른 뿐이다.
16. '대체 누구한테 배웠지' 찾을 필요없다. 부모인 너한테 배웠다.
마지막에서 뜨끔합니다. 웅이 결이에게 자주 하는 말이거든요. 맞습니다. 아이들은 엄마아빠의 거울인데 누구한테 배웠겠습니까.
가끔 웅이 결이가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될 때를 상상해 봅니다. 웅이 결이는 어떤 부모가 될까 궁금합니다. 만약 아이들이 부모가 된다는 게 뭐냐고 물으면 딱 하나는 말해주고 싶습니다.
엄마아빠가 너희를 키운 줄 알았는데,
너희가 우리를 부모로 만들어 줬더라.
부모는 되는 게 아니라,
자식이 만드는 것 같아.
부모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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