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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Mar 31. 2016

"워킹맘은 엄마도 아니"라는 옆집 할머니께

출근길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 (어린이집에 가는) 웅이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덜크덕’ 옆집 문이 열렸습니다. 이런, 망했습니다.


“애기 엄마 오늘도 출근하네. 애가 하나도 아니고 둘인데 얼마나 벌겠다고 그려… 그러다 애 잘못되면 평생 후회하지. 낳기만 한다고 에미가 아니여.”


웅이를 낳고 회사에 다닐 때부터 만날 때마다 같은 말씀을 하시더니, 결이를 낳고 또 복직을 하자 아예 붙잡고 걱정을 하십니다.


어르신의 말씀에 딱히 반박하기도 뭐해서 어색하게 웃긴 하지만, 듣기 괴롭습니다. 더군다나 웅이도 듣고 있습니다. 엄마가 일하는 게 잘못이라는 말은 적어도 웅이 앞에서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웅이가 못 듣게 슬쩍슬쩍 귀를 막아 보지만 소용없습니다. 할머니는 적극적으로 “아야, 엄마랑 하루 종일 있고 싶지 않나?” 물어보십니다. 엄마가 일하는 걸 잘 받아들인 웅이는 “괜찮아요. 어린이집에 가면 엄마같은 선생님이 있어요” 대답하지만 할머니는 그대답도 마뜩찮아 하십니다. “저봐라. 저봐라. 선생님이 엄마란다. 쯧쯧쯧”


‘오프라인’에서만 겪는일은 아닙니다. 워킹맘이라고 '대놓고' 글을 올리다보니 온라인에서도 비난을 자주 받습니다.


‘아이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아이가 아른거려서 일이 손에 잡히냐’

‘다른 사람에게 맡길 꺼면 아이를 낳지 말지’

‘일 아이 두 마리 토끼를 잡다가 둘 다 놓친다’

단골 댓글입니다.


아이보다 일이 소중하냐고요? 반대로 묻습니다. 아이와 일을 비교하는 게 말이 됩니까?


물론 아이를 무척 사랑합니다. 열달을 품어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진통 끝에 안은 아이입니다. 젖 물리고 기저귀 가느라 밤새 깊은잠 자본 적 없어도 아이가 있어 행복하고, 매 순간이 소중합니다.


아이에게 엄마는 절대적이라는 거, 특히 아이가 어릴 때는 더 절대적이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 곁에서 안정적인 사랑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주양육자로 손색 없습니다. 주양육자가 엄마가 아닌 것보다 주양육자가 감정 기복이 심하고 아이에게 충분한 애정을 쏟지 못하는 게 더 문제 아닐까요.



옆집 할머니는 “김에 밥만 싸서 먹여도 아이들은 잘 자란다”고 하셨지만 옛날 이야기입니다. 결혼과 동시에 빚이 생겼으니 갚아나가려면 이 악 물어야죠. 게다가 요즘은 쌀도 김도 비싼걸요.


아이 먼저 키우고 다시 취업하라고요? 그게 쉬우면 경력단절 여성들이 왜 있겠습니까. 엄마가 되었다고 일터에서 사회인으로 인정받고, 부모님께 자랑거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게 행복한 엄마도 있지만, 일할 때 행복한 엄마도 있습니다. 모든 육아서에서 아이에게 필요한건 ‘그냥 엄마’가 아니라 ‘행복한 엄마’라고 강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이는 3살까지 하는 예쁜 짓으로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는데 그걸 놓치는게 아쉽지 않냐고요? 아쉽죠. 아이가 첫 발을 떼는 순간, 윙크한다고 두 눈 질끈 감는 순간에 함께 하지 못한 건 무엇보다 아쉽습니다.


비록 첫 순간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아이가 하루 종일 열심히 연습했다가 퇴근한 엄마가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두 눈 질끈 감는 어설픈 윙크를 세번 연속 보여주니 고마울 뿐입니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게 벼슬도 아니지만, 욕 먹을 일도 아닙니다. 임신한 날부터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하던 날까지 단 하루도 빼지 않고 워킹맘과 전업맘 사이에서 고민했습니다. 엄마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각자의 사정과 이유를 충분히 고려해 선택했을 테니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할머니, 웅이 결이를 보세요. 잘 웃고 잘 울고 잘 노는 개구쟁이들입니다. 현관문 너머로 들리는 아이들 웃음소리, 익숙하지 않으세요? 엄마가 회사에 다녀도, 평범하고 행복한 가족입니다.




할리우드 배우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기네스 펠트로는 한 인터뷰에서 워킹맘들에게“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일과 육아 사이에 균형을 잘 맞추라고 하지만, 가족마다 균형의 정도는 다르다”면서요. 일과 육아의 비중이 50:50에서 균형을 찾은 가족이 있는 반면 60:40, 혹은 20:80이 균형잡힌 생활인 집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어떻게 생각해도 엄마들이 해야 할 일은 그저 무시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직접 겪어보니 그 말이 정답입니다. 나와 내 가족, 내 아이를 고려해서 내린 이 결정이 옳다고 믿고 나아가는 뚝심은 아이에게도 큰 가르침이 될 것 같습니다.


# 틈틈이 이야기는 네이버 포스트 (post.naver.com/zinc81)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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