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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Apr 14. 2016

워킹맘, 나는 정말 바쁜걸까?

워킹맘 시간관리 part.1

1. 시간이 부족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2. 시간이 더 필요해서 잠을 줄였다.
3. 하루 동안 ‘하려고 했던 일’을 다 끝내지 못했다.
4. 가족과 친구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쏟지 못해 미안하다.
5.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해내려고 하기 때문에 항상 스트레스를 받는다.
6. 일상에 갇힌 느낌이다.
7. 야근을 할 때 가족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8. 나 자신이 일중독인 것 같다.
9. 여가를 즐길 시간이 없다.
10. 남편(혹은 아내)이 이제 나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시간연구자인 사회학자 존 로빈슨이 만든 '시간 부족 설문지(Time Crunch Scale)'입니다. 10가지 항목에 예/아니오로 대답하게 되어 있습니다. 로빈슨은 이 항목들로 사람들이 느끼는 바쁨의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저는 10개 중 8개 항목에 '예'라고 답했습니다. (나 자신이 일중독인 것 같지는 않고, 야근은 아이들이 잠든 뒤에 하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니오'라고 답했지요)


질문을 들여다보니 '스트레스를 받는다' '미안하다' '느낀다' 주관적 항목입니다. 진짜 시간이 부족한 걸 측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느끼는, 주관적인 시간을 측정합니다.


10개 중 8개에 '예'라고 답한 저는 스스로 엄청 바쁘다고 느끼는 것이지요.


시간연구학자들은 먼저 주관적인 바쁨을 벗어나야 객관적으로 시간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주관적인 바쁨에서 벗어나려면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하더군요. 시간이 부족해서 ‘해야 할 일’을 다 하지도 못하는데 리스트 적을 시간이 어딨어!라며 조언을 무시했는데 이책 저책에서 항상 같은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머리 속에 떠오른 '해야 할 일'을 적어봤습니다.



- 웅이 결이 봄옷 정리.
- 남편 겨울 양복, 코트, 스웨터 드라이크리닝 맡기기
- 물티슈 주문하기
- (웅이 간식) 수박 (결이 간식) 딸기 토마토 주문하기
- 결이 먹을 소고기 주문하기
- 화장실 청소
- 내일 아침에 먹을 식빵 사기
- 웅이 어린이집 맞벌이 증명 서류 신청
- 결이 새 책 넣을 공간 마련하기
- 엄마가 부탁한 보냉가방 알아봐서 주문하기
- 형님과 시어머님 생신 준비 상의하기


물론 웅이 어린이집 가방 챙기기, 청소하기, 설거지하기와 같이 매일 반복하는 일은 뺐습니다. 회사 업무도 뺏습니다. 그런데도 적지 않습니다. 목록을 보고 있자니 '해야 할 일이긴 하군. 그런데 저걸 언제 다 하지' 기운이 빠집니다. 다시 살펴 봅니다. 하루에 할 수 있는 양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제 '해야 할 일' 중 '오늘 꼭 해야 할 일'을 추려 봅니다.


봄옷 정리는 주말에 하면 되고, 결이 책을 넣은 공간은 아직 주문한 책이 도착하지 않았으니 오늘 당장 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화장실 청소도 몇 일 미루는 게 낫겠습니다.


여기에 적지는 않았지만, 회사에서도 4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업무는 '가능한 빨리'라는 마감 꼬리표를 달고 있지요. 문제는 내 기준의 '가능한 빨리'와 상사의 '가능한 빨리'가 다르다는 겁니다. 그동안은 가급적 상사의 기준에 맞추려다보니 거의 매일 재택야근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이 서로 빨리 끝내달라고 하니 일의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일을 끝내고도 찝찝합니다. '가급적 오늘 안에'가 아닌 현실적인 데드라인을 설정해야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마무리하려던 프로젝트 2개의 데드라인을 상사와 다시 조율해야겠습니다.


다음 단계는 '꼭 내가 해야 할 일' 추리기.


남편 겨울 양복, 코트를 세탁소에 맡기는 건 남편에게 하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내일 아침에 먹을 식빵도 남편에게 사오라고 하고요.


오늘, 꼭 내가 할 일로 추리니 '해야 할 일' 리스트가 3분의2로 줄었습니다. 마음의 짐도 3분의2 줄었습니다.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지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오늘은 꼭 물티슈 주문해야 해' '오늘은 꼭 소고기 주문해야 해' 혹시 잊을까봐 계속 되뇌었는데 리스트에 적어뒀으니 되뇌지 않아도 됩니다. 리스트를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가끔 한 번씩 보면 됩니다.


'오늘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뭐였지' 생각할 일도 줄어들었습니다. 불현듯 '화장실 청소도 해야하잖아' 떠오르지만, 몇 일 뒤에 하기로 적어놓은 걸 생각합니다. 시간이 정돈됩니다.





결혼하고 가장 재밌었던 일은 매주 일요일 저녁 남편과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것이었습니다. 일요일 저녁이기에 장보는 사람들도 적었고 마감떨이를 하는 게 많았습니다. 비싸서 엄두내지 못한 소고기를 싸게 사고 유통기간이 임박한 우유를 1+1으로 샀습니다. 남편과 신이 나서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넣고 계산대 앞에서 좌절했지요. 일주일 먹을 것을 사러 왔는데 매번 10만원을 훌쩍 넘겼거든요.


마감떨이한다고 신나서 산 것들을 일주일 뒤 상해서 버리길 반복하며 일요일 저녁 장보는 재미를 포기했습니다. 직접 가서 장을 봐야 한다면 사야 할 것 리스트를 적어갔고, 웬만하면 온라인에서 장을 봤습니다. 싸게 사지는 못했지만 썩어서 버려야 하는 재료는 줄었고 가계지출도 줄었습니다.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적고나니 그 기억이 납니다. 이 일도 해야 하고 저 일도 해야하고, 해야 할 일이 넘치니 일단 모두 '오늘 할 일 장바구니'에 다 넣었던 건 아닐까요. 하루는 24시간인 건 잊고 무조건 우겨넣고는 스트레스를 받았던 건 아닐까요. 그래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썩어 나간 시간이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해야 할 일 장바구니'를 최대한 비우고, 장바구니에 넣은 일은 우선순위를 정해 차근차근 끝내기로 다짐합니다. 오늘부터는 '오늘, 꼭 내가, 해야 할 일'만 '제대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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