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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Apr 12. 2016

워킹맘 전쟁, 25가지 마지노선

우리 회사 사무실은 좋게 말해 '오픈 스페이스'입니다. 부서 사이에 벽도 없고 앉은 자리에서 고개만 살짝 들면 마주앉은 동료와 눈을 마주칠 수 있습니다. (사생활이 없지요 ^^)


오후 4시, '당 떨어질' 시간이 되면 슬쩍 의자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봅니다.


'00는 곧 출산예정일인데 아직 출근하는구나.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힘들텐데 대단하네'

'ㅁㅁ선배는 아이가 아프다던데, 좀 괜찮아졌으려나...'


멀리 동료 워킹맘들이 보입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출근해 그 자리를 지켜주는 게 괜히 고맙습니다.


외국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매일 전쟁을 치르는 워킹맘들이 스스로를 위해 챙겨야 할 25가지를 정리한 글을 봤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무기를 든든히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출력해서 동료 워킹맘 책상에 슬쩍 올려둡니다. 그리고 '온라인' 동료들을 위해 여기에 정리해 봅니다.




1. 휴가 챙기기


우리나라는 법으로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과 달리 한국 직장인의 연차사용률은 60% 안팎이지요.


분명 법으로 보장되어 있고, 회사에서도 휴가를 쓰라고 하는데도 휴가원을 내는 건 가슴이 벌렁거리는 일입니다. 그럴 땐 휴가의 장점만 생각하세요. 휴가를 잘 쓴 직장인은 덜 우울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고 합니다. 당연히 일 효율성도 높아지지요. 더 좋은 직장인이 되기 위해 휴가를 쓰는 겁니다!


눈치 보느라 휴가를 포기해봤자, 내가 지난해 휴가 5일을 쓰지 못한 걸 기억하는 사람은 나 뿐입니다.



2. 소셜미디어와 거리두기


소셜미디어는 시공간의 제약없이 친구들의 근황을 알고 수다를 떨기에 딱 좋은 공간입니다. 그만큼 중독되기 쉽습니다.


지난해 한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자주 하는 경우 페북에 올라온 타인들의 행복한 모습과 나를 비교하는 '소셜 비교'를 하게 되고,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고 합니다.


친구 페이스북에 올라온 임금님 수랏상 뺨치는 저녁식탁 사진을 보며 한숨쉬지 마세요. 특별히 한껏 솜씨낸 날일 겁니다. 누구나 소셜 미디어에는 함께 나누고픈 특별한 순간을 올리니까요.



3. 아이들과 '함께' 하기


퇴근길 카톡이 울립니다. 아이들을 재우고 있는데 또 카톡이 울립니다. 직장 상사는 부하직원들이 하루 24시간, 장소에 상관없이 카톡에 답하길 바랍니다. 그것도 가능한 빨리요.


하지만 퇴근한 뒤에는 아이가 직장보다 우선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의 절반 이상은 부모가 휴대전화를 너무 자주 본다, 그래서 부모와 충분히 대화를 할 수 없어 불만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휴대전화가 생겼을 때 부모처럼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 할 겁니다. 그때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이라도 휴대전화를 내려 놓으세요.



4. 15분 먼저 일어나기.


워킹맘에게 잠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면서 15분이나 먼저 일어나라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거든요. 밑져야본전이라는 마음으로 15분 일찍 일어났습니다. 조용히 커피를 마실 수 있었고, 조용히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딱 15분 먼저 일어났는데 평소보다 마음이 50%는 더 충전된 느낌이었습니다.


일전에 같은 주제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전 지금도 아침에 10분 일찍 일어나 멍~ 때리고 있습니다.



5. 주말에는 몰아 자기.


신생아를 둔 부모의 흔한 소원은 '하루 밤이라도 푹, 통잠 자기' 입니다. 워킹맘 소원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졸린 눈 부비면서 재택야근, 밀린 집안일 하지 않고, 졸리면 자기.


우리 몸도 잠들기 전 준비단계가 있습니다. 서서히 이완되어야 잠에 쉽게 빠져들 수 있습니다. 밝은 빛 아래서 집안일을 하고 재택야근을 한 뒤 새벽에 침대에 눕습니다, 온 몸이 천근만근인데 정신은 말똥말똥한 이유입니다.


주말에 몰아서 자는 게 수면부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푹 자고 싶다면 주말에라도 늦잠, 낮잠을 즐기세요. '정신적 수면 부족'은 해결할 수 있습니다.



6. 아이에게 엄마의 '일' 보여주기.


아이에게 엄마의 직장은 엄마를 빼앗아간 괴물, 엄마의 일은 수시로 엄마를 컴퓨터 앞으로 가게 만드는 악당입니다. 한 선배는 5살난 아들이 출근시간마다 "내가 엄마 회사 부숴버릴꺼야!" 한다며 속상해 했습니다.


아이에게 엄마가 매일 출근하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 엄마가 어떤 일을 하는지 보여주세요.


당신의 일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일을 열심히 했을 때 어떤 보람을 느끼는지, 직장에서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려주세요. 그리고 아이가 자라 일을 하게 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상상할 기회를 주세요. 아이가 당신을 롤모델 삼을 수 있게 당신의 일을 보여주세요.



7. 가끔은 폭발하기


화를 내는 건 분명 바람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이기에, 우리도 숨쉬며 살아있는 생명체이기에, 압력솥에서 증기가 빠지듯 가끔은 화를 내뱉어야 합니다.


우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긴장과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합니다. 아이들 앞이라고 참지 않아도 좋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당황하겠지만 엄마도, 어른도 슬플 때가 있고 울 수도 있다는 걸 배우게 될 겁니다.



8. 집에서도 '팀원' 임을 기억하기


회사에서 당신은 한 팀의 팀원입니다. 팀원이기에 다른 팀원들과 상의하고 일을 나누고 책임을 나누죠.


집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혼자 모든 걸 다 하려고 하지 마세요. 아이 곁을 오래 비웠다는 죄책감에 스스로에게 '마샤 스튜어트'를 강요할 필요 없습니다.


가사를 집안 팀원들과 나누세요. 밥상을 차릴 때 아이들은 반찬을 옮기고 남편은 설거지를 담당합니다. 엄마의 일을 돕는게 아닙니다. 가족이라는 팀의 일원으로 당연히 분담하는 겁니다.



9. 퇴근시간엔 마음도 퇴근하기


‘컴퓨터 중독’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니터를 오래 볼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수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몸만 퇴근하지 말고 마음도 같이 퇴근하세요. 일과 떨어져 있는 시간은 직장인들의 ‘방전’을 막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퇴근 후에 받은 이메일은 내일 아침에도 당신의 이메일 보관함에 잘 있을 겁니다.



10. 화장실에 숨기.


워킹맘들은 하루에 나를 위해 평균 17분을 쓴다고 합니다. 꼴랑 17분. 화장실에서 느긋하게 볼 일을 보기에도 빠듯한 시간입니다.


회사-집 쳇바퀴를 돌리느라 나 혼자만의 공간을 찾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럴 땐 화장실을 활용하세요. 일단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면 아무도 쉽게 문을 두드리지 못합니다. 화장실에서 책을 읽어도 좋고 마스크팩을 해도 좋습니다. ‘볼 일’만 보고 나오지 말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세요.



11. 직장에서 즐거움 찾기


완벽한 직장은 없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4명 만이 다니고 있는 직장에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일은 즐거운데 동료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동료와는 원만한데 일이 적성에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근무시간이 길어서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출근시간이 빠른 게 견디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한다면, 회사 안에서 즐거움을 찾으세요. 즐거움에 집중해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12. 걸그룹 만들기


회사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은 마음에 맞은 동료를 만나는 것입니다.


워킹맘들과 ‘걸그룹’을 만들어 보세요. 정기적으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조언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혼자인 그룹과 친한 친구와 손을 잡고 있는 그룹에 똑같은 전기자극을 주고 뇌를 스캔했을 때, 친한 친구와 손을 잡고 있는 그룹의 뇌는 혼자인 그룹보다 전기자극을 덜 위험하다고 인식했다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13. 괜찮은 척 하지 않기


‘괜찮아요’ ‘할 만 해요’가 입버릇이지 않나요? 매일 괜찮은 척 하면 진짜 괜찮은 줄 압니다. 가끔은 힘들다고, 하지만 노력하는 거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세요. 우는 아이 떼어놓고 출근했다고 죄인일 필요 없습니다. 힘들게 번 돈이니 아껴 써야 하는 건 맞지만, 남편 옷 사고 아이 옷 산 뒤, 매번 내 옷 앞에서만 지갑을 닫을 필요도 없습니다. 가끔은 지름신을 그대로 맞이해도 됩니다.



14. 주말 즐기기.


지난 주말에 뭐 하셨어요? 지지난 주말은요? 분명 아이들과 나들이를 했을 겁니다. 아이들과 주중에 함께 하지 못했으니 주말이라도 신나게 놀아야죠. 한 통계에 따르면 1960년대에 비해 요즘 여자들은 유급노동시간도 늘어났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늘어났다고 합니다. 대신 잠을 줄이고 본인의 여가시간을 모두 포기했다고 하더군요.


영화관에서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무엇인지 기억해 보세요. 친구들과 브런치를 먹은 건 언제인가요. 가끔은 진짜 주말을 즐겨보세요. 반나절이라도 혼자 쇼핑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세요. 남편에게도 같은 기회를 주세요. 혼자만의 여가 시간을 즐긴 부모는 분명 힘찬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줄 수 있습니다.


리스트에는 자기계발 하기.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운동하기. 이직을 두려워하지 않기. 가끔은 남편을 ‘주양육자’로 인정하기. 남편과 데이트하기. 죄책감버리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스스로를 품어주기’입니다.


워킹맘 10명 중 8명은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4명 중 한 명은 스트레스로 매주 적어도 한 번 웁니다. 잘 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세요.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그러니 그 정도면 훌륭하다고 토닥여 주세요.


정말입니다. 당신은 충분히 훌륭한 엄마이고, 직장인입니다. 오늘 하루도 힘내주어서 참 고맙습니다.


# 틈틈이 이야기는 네이버 포스트 (post.naver.com/zinc81)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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