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틈틈이 Apr 19. 2016

내복 차림의 아이들, 워킹맘이라 아까운 순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결이에겐 두번째 웅이에겐 여섯번째 해외여행이었습니다.


휴가 전 날까지 재택야근을 했고 비행기에도 노트북을 들고 탔을만큼 바쁜 요즘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의 시간이 더 간절했고 그래서 여행은 더 특별했습니다.


아이들을 재우고,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을

봅니다. 한 장 한 장 어쩜 이리도 예쁜지요. 혼자 보기 아까워 친정엄마, 시어머니께

사진을 보냈습니다.



"우리 손주들 오랜만에 예쁜 옷 입고 사진 찍었네. 예쁘다 예뻐"


예쁜 옷? 오랜만에? 휴대전화 사진첩을 뒤로 돌려봅니다.



사진 속 웅이 결이는 대부분 내복 차림입니다. 아이들 커가는 게 아까워 매일 한 장이라도 사진을 남기려고 하는데 출근하는 날에는 아침 저녁에만 사진 찍을 기회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당연히 내복 차림입니다.


웅이도 결이도 매일 예쁜 옷 입고 산책도 하고 놀이터도 갔을텐데 사진속엔 그 모습이 없습니다.



3박4일 휴가지에서 남편과 제가 찍은 사진을 합치니 1000장이 넘습니다. 사진 속 웅이 결이는 호텔에서도 길거리에서도 낮에도 밤에도 반짝였습니다.


그래서 내복 차림의 아이들이 더 아깝습니다. 혹시 내가 일하느라 아이들의 반짝이는 순간을,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많이, 놓치고 사는 건 아닌가 해서요.


언젠가 한 선배가 "아이들은 4살까지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고 하더라. 아이들이 말썽부릴 때마다 어릴 때 했던 예쁜 짓 기억하면서 참는 거래. 근데 우린 그 예쁜 짓을 다 못 봐서 어쩌니" 씁쓸하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과 압축된 사랑을 나누면 된다'는 긍정에너지가 오늘은 이상하게 나오지 않네요. 워킹맘 마음주기가 마이너스로 내려온 날인가 봅니다.


웅이가 이유없이 뚱한 날 이런 말을 해줍니다. "기분이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어. 항상 기분이 좋을 수는 없단다. 가끔 기분이 별로일 땐 별로이게 둬. 그래도 괜찮아."


그쵸? 지금은 워킹맘 마음주기가 마이너스이지만, 갑자기 플러스 100이 될 지도 모릅니다. 억지로 마음을 돌리려 애쓰진 않으렵니다. 아까운 건, 아까운 거니까요.


# 틈틈이 이야기는 네이버 포스트 (post.naver.com/zinc81)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문해 주세요 ^^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도 때론 아이가 고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