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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ina 임아영 Dec 25. 2021

IT스타트업 홍보총괄이 어쩌다 드라마 홍보를 맡았어요?

또르르.. 저도 그게 굉장히 궁금합니다만 어쩌다보니 홍보를 하고 있어요ㅋ

필자는 한 Tech 스타트업의 홍보를 총괄하고 있다.


총괄하고 있단 말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내 밑에 누가 있을 수도 있지만, 홍보팀의 팀장이자 팀원이 당신 한 명 - 즉, 회사에서 나의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때에도 총괄하고 있다는 말을 쓸 수 있다.


필자의 경우가 이 경우다.

10년 차 스포츠 테크 스타트업이지만, 마케팅과 홍보를 책임지는 MPR팀은 불과 작년 하반기에 생겼다. 그리고 필자가 지난 2021년 3월 조인했다.


그동안 글로벌 홍보대행사와 국내 3대 홍보대행사에서 유통, 뷰티, 병원 홍보, 헬스케어 등 주로 말랑말랑하고 소프트하거나 전문적인 홍보 영역을 다루면서 늘 IT기업의 홍보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특히, PR 중에서도 언론홍보로 커리어를 시작한 나는, IT 쪽 보도자료를 한 번쯤 써보고 IT, 통신 등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는 미디어와 릴레이션십을 쌓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누구의 터치도 없이 내가 홍보를 A부터 Z까지 혼자 오롯이 해보고 싶었다. 누군가의 피드백이 물론 필요한,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은 7년 차의 PR Employee였지만, 꽤 꼼꼼하다는 소리도 듣고 있었고 주도적으로 선제적으로(ㅎㅎ) 오롯이 언론홍보부터 소셜미디어 운영까지 해내서, 내가 주도한 IMC 프로젝트를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 나는 잘할 자신이 있고, 내가 잘하니 나의 퍼포먼스를 보고 또 다른 PR 전문가들을 추가 채용해주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스타트업 PR 총괄 자리에 지원했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참 순진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왜 그랬니, 과거의 나년.. 정말 반성한다.) 평소 긍정 회로가 잘 돌아가는 탓에, 면접에서부터 홍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임원을 보고 피했어야 하는데 나는 "이 부분은 잘 모르시니까, 내가 알려드려야지"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IT 스타트업 홍보총괄로 입사했는데, 지금 와서는 이 선택이 과연 내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오해는 말라. 필자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저 IT 분야로 홍보를 확장하겠다는 생각으로 입사하면 너무 답답한 일도 많이 겪고, 상처도 많이 입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PR 체계를 세웠다. 내가 대행사에서 했던 일들을 바탕으로 인하우스 홍보팀에 맞게 체계를 잡기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그래도 3개월 만에 뉴스 모니터링부터 기자님들에게 드릴 회사 굿즈, 미디어 리스트 만들기, 보도자료 배포를 비롯해 현재 엉망으로 운영 중이었던 소셜미디어를 진단하고 해당 소셜미디어 중 일부에 대한 전략과 전술을 세워 운영하기 시작했다. 조직문화가 없고 우리 회사에 대한 정보가 없는 탓에, 과감하게 나의 부캐인 블로거인 점을 내세워서 7년 차 PR Professional은 그렇게 예비 지원자, B2C 최종 소비자 등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우리 회사를 알리기 시작했다. 더불어 링크드인과 트위터까지 조금 더 디테일하게 재정비하며 한국/일본/영미권 고객을 대상으로 제로베이스의 예산을 바탕으로 홍보를 시작한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러던 와중 갑자기 회사의 기술을 가지고 드라마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소리가 들리며, 임원은 나에게 해당 드라마에 대한 언론홍보를 부탁해왔다. 드라마 론칭 불과 3개월 전에. 워낙 그동안 대행사에서 많은 브랜드를 론칭하고, 또 다양한 분야의 언론홍보를 해왔기에 드라마에 대한 언론홍보도 그렇게 쉬운 줄 아셨나 보다.


IT분야의 보도자료와 유통, 뷰티, 헬스케어, 병원 홍보의 보도자료 결이 각각 다른 것처럼, 드라마의 언론홍보를 위한 보도자료의 결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위와 같은 보도자료와 매우 다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기자 성향도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에게 안 되는 일은 없다. 일이 안되면 '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보고 그때도 안되면 또 다른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이 나의 업무 스타일이다. 끈기와 패기라고 표현한다면 감사하지만, 처음부터 "안돼요"라며 말하며 거절하는 것은 정말 내가 할 수 없는 업무일 때만 - 정말 힘들고 할 수 없는 업무일 때만 쓰는 말이다. 정말 아닌 경우 정중하게 거절하는 이유를 말씀드리며 거절한다. 꼰대들은 이런걸 참 싫어하드만. 까라면 까는 스타일이지만 나의 건강을 위협하거나, 내가 번아웃 상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이거나, 정말 업무순위 조정이 필요하다면 정중히 타협을 요청한다.


그렇게 나는 드라마 공개 불과 3개월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태어나서 한 번 도 해본 적이 없지만,

매우 흥미로운,

마케팅 홍보 예산을 1원도 줄 수 없다는 절망적인 피드백과 함께

지난 2021년 8월, 카카오TV 4D추리극 드라마 '미스터 LEE'의 드라마 PR담당자, 임아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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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브런치 작가 카리나입니다.

직장 내 꼰대 이야기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저의 브런치를 많이 구독해주셨을 텐데요, <홍보하는 사람> 카테고리에서는 '홍보'에 대한 실무적인 이야기도 다루지만, <고장난 직장인> 카테고리처럼 직장생활의 애환도 다룰 예정입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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