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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Mar 09. 2023

그래도 괜찮겠지유

솔직하게 글을 쓰고 싶다

브런치 초보로서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 보면 나와 취향이 맞는 작가님들이 계신다. 뭔가 생각을 하게 되 진지해지고 하나라도 새겨들을 말이 있는 글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런 작가님들을 보면 대단하다. 어쩜 이렇게 고상하면서 깊이가 있을까, 얼마나 독서를 공부를 많이 했으면 이런 글이 나올까. 부러움과 인정의 배움으로 추종하며 즐긴다.


엔지니어의 논리 속에 살아왔던 내가 그런 류의 글을 써보려고 하면 작가님들의 글과 비교되면서 움츠려 들어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만 하다가 쓰지를 못하겠다. 솔직히 글쓰기가 힘들어진다.


가지고 있는 만큼 글을 썼다


어릴 적 국민학교에서는 매년 군에서 실시하거나 관내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백일장이 있었다. 늘 학교를 대표해서 나갔다. 특별히 책도 읽지 않고 그렇다고 글쓰기를 따로 배운 것도 없고 그저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써왔는데 상도주고 칭찬도 받으니 내가 글을 잘 쓰는가 보다 생각했다.


시내 큰 학교에 모여서 시험을 치르듯이 뚝뚝 떨어져 앉아 있으면 관리 선생님께서 칠판에 글 제목을 큼지막하게 “가 을” 써주면 사각사각 글을 쓰는 소리만 들린다. 딱딱한 의자에 늘 봤던 초록색 책상에 앉아 무슨 감정이 올라오겠는가 그저 알고 있던 평소 지녔던 메마른 감성에서 짜내는 글들만 맴돌며 쓰고 있다. 끝나면 오랜만에 시내 나왔다고 선생님께서 짜장면을 사주시겠다고 했으니 그에 대한 보답 정도의 정성을 들이며 동시를 적어 내고 나온다.


‘제목이 뭐야?

‘어떻게 썼어 보여줘 봐’


끄적였던 초안지를 드리고 선생님의 얼굴을 보면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짜장면이나 먹으러 가자’

무덤덤하시다. 분명 내가 잘 못쓴 것이다.

금방 글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짜장면을 먹으며 행복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썼다.

강원도 군부대 근처에 있던 터라 쌕쌕이라 불렀던 비행기가 흰 꼬리를 남기며 나는 모습을 많이 봐왔고 가을 하면 생각나는 것이 코스모스와 잠자리가 전부였다. 그럼 고추잠자리가 쌕쌕이가 되어 흰 꼬리를 그린다고 생각을 하며 메아리로 표현해 글을 썼던 것 같다. 그냥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보았던 그만큼을 가지고 표현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지금까지 기억하냐고?

어찌 된 건지 그 글이 ‘차석’으로 입상되었다고 상을 받았고 얼마 지나자 지방 방송국에서 시낭송 발표를 해달라는 연락이 와서 학교에서 연습을 하다 실수한다고 호된 꾸지람을 받았던 기억 때문에 아직 생생하다.


그때는 오히려 글에 대한 부담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본 대로 알고 있는 만큼 글로 표현하여 즐거웠는데 지금 뭔가 만들어야 한다는 욕심에 글을 쓰려는 부담이 짓누르면서 더 알아야 쓸 것 같은 모자람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차라리 고백을 한다


나의 내재된 능력으로는 그렇게 까지는 못쓴다고 대신 공부도 하고 노력은 하겠지만 어릴 때처럼 내가 가진 한도 내에서 감성만 충분히 살려 말하고 싶은 것을 길던 짧던 그냥 쓰겠다고 나에게 고백을 한다. 어느 외국 잘생긴 유명하신 분 께서 말을 해 주신다.


"20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쓸 거야

40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안 쓰게 돼

60대, 사람들은 애초에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달아"


나는 60대에 이제 막 들어섰으니 60대에 해당된다. 사람들은 애초에 나에게 관심이 없다. 내가 그런 줄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냥 어릴 때 나의 모습대로 있는 그대로 중얼거리듯 편안하게 놀며 글을 쓰자.


대신 지금껏 쌓아온 벽을 허 감각을 날카롭게 다듬어 보자고

그래도 괜찮겠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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