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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김치만두가 좋아

점심 메뉴선택 좀 해주세요

by 롱혼 원명호

점심시간이 되자 오늘도 어김없다.


‘뭐 먹으러 갈까?’

‘전 아무거나 좋아요’

‘그냥 사장님 드시고 싶은 것 가시지요’


사실 나도 뭐를 먹을지 정하는 일이 제일 어렵다. 하지만 시원한 답변이 안 나오니 어쩔 수 없이 내가 정해야 한다. 매번 점심 메뉴를 정하기가 힘들며 피곤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오늘은 단호하다.


'안돼 오늘은 뭐 먹을지 자네들이 정해봐?'


제발 누가 식단을 정해줬으면 하는 기대로 쓱 둘러보니 서로들 눈치들만 오고 간다. 그런데 갑자기 만두를 먹으러 가자는 의외의 소리가 나온다. 만두? 분식집으로 가자는 이야기다. 그래 갑시다. 이렇게라도 정해주니 고마워하면서 뜻하지 않게 분식집으로 갔다.


여기서는 아까와는 달리 스피디하게 결정들을 해 나간다.


‘고기만두요, 저도 고기만두요’

‘난 김치만두’


김치만두가 좋아


갑자기 만두 이야기가 나오니 생각이 난다. 나는 만두에 있어서 만큼은 확고하게 김치 만두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고기만두를 배척할 정도이다.


지난달 아내가 유튜브 라방을 보더니 고기만두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만들어 주겠다고 하길래 걱정을 했다. 역시나 적어둔 레시피를 보면서 정성껏 만두를 빚어 찜통에서 모락모락 김이나자 ‘맛 나겠지?’ 하며 묻는데 걱정이 된다. 배가 부르다 할까 어떻게 할까 하며 고민을 할 틈도 없이 점심으로 아내가 만든 고기만두를 먹었다. 성의 표시로 연실 맛있다고 하면서 두 개를 먹고는 멈추었다. 아내는 다음에는 김치만두 해 줄게 하고는 냉동고로 만두가 들여보냈다. 그 정도 이다.


이렇듯 나는 만두에 대해서 호불호가 분명하다. 다들 마찬가지로 찍먹, 부먹 하듯 음식의 상세 선택에서는 호불호가 분명할것 같다.


당당하게 점심 메뉴를 정해 주자


어쨌든 오늘은 직원이 골라준 점심이라 더 맛있고 기분이 좋다. 잘 먹고 자리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다 보니 궁금해진다. 왜 매번 점심 메뉴 고르기를 힘들어할까, 아니 그들은 고를 생각 조차 하지 않을까


아마 메뉴를 정하기 힘들어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취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에 만일 내가 이것 먹자고 했는데 평들이 나쁘면 어떡하지, 아니면 뭐 그런 것을 먹냐고 핀잔 들으면 어떡하지 등등의 부담을 고려해서 어려워진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은 기우였다. 사람들은 골라진 메뉴에서 상세선택의 자유를 원할 뿐 인것 같다.

백반집에 와서는 '아 여기 모두 제육볶음요' 하듯 하지만 말라는 이야기다.


일단 정해진 메뉴 에서의 상세 선택을 각자에 맡기면 모두들 즐겁게 쉬워하는 것 같다. 두부집에 간다면 순두부, 얼큰 순두부, 비지등 선택이 쉽고 자신도 있다. 이것은 내가 고를 권한을 갖고 있으니 쉬운 것이다. 오늘 선택한 김치만두의 주문이 쉬웠던 이유다.


결국 각자의 음식 취향은 음식 종류가 아니라 선택된 메뉴에서의 상세선택에 따르는 것 같다. 그래서 상세선택만 일방적으로 정하면 안되는 것이다. 순댓국이라면 고기만, 순대만, 일반순댓국, 그리고 매운맛, 순한 맛. 만두라면 김치만두, 고기만두, 튀김만두등 알아서 고르라 해야 한다.


그럼 이제부터 누구라도 당당하게 점심 메뉴를 정해 주자. 우리가 걱정하던 것과는 다르게 그 메뉴를 가지고 따지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차피 그들은 묵시적으로 따르겠다고 했으니 소신껏 정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 선택된 메뉴에서 각자 취향에 따라 상세 선택의 자유를 주면 모두들 만족할 것 같다.


중국집, 돈가스, 찌개, 파스타, 고기등 먹고 싶은 음식 종류만 소신껏 정해주라 오히려 주관이 있어 보이며 똑똑해 보일 것이다. 거기에 상세선택을 각자의 옵션으로 주면 배려심까지 가진 사람으로 돋보일 기회이니 이제부터 안심하시고 편안하게 점심메뉴를 당당하게 선택해 주세요, 플리즈~


이 글을 누군가는 읽을 테니 나도 덕분에 좀 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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