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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은 아니다

함께하는 즐거운 식사는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것으로

by 롱혼 원명호

'잘 지내지, 이번에 어머니께서 명란젓갈을 담갔는데 한통 보내줄게'

친척 형님께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명란젓을 담갔으니 조금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감사하다. 이렇게 까지 챙겨주시다니 명절 때 그저 감사 인사를 드린 것이 전부인데 죄송할 뿐이다.


며칠 후에는 아내가 믿고 보는 라방을 통해 어렵게 구했다며 부산 대저 토마토 일명 짭짤이 토마토를 형님댁에 선물로 보내드렸다고 하면서 확인차 전화를 드렸더니 미국에 간다는 것을 아시고는 또 아이들 갖다 주라고 명란젓갈을 하나 더 보내시겠다고 하셔서 괜찮다고 해도 막무가내 셔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택배가 왔다. 이번에는 명란젓갈에다 종이로 잘 포장된 청란, 일명 청계알이 함께 왔다. 낯설다. 파란색을 띠는 귀여운 조그만 알이다. 그런데 아내가 손사래를 친다. 아마 청란과 어떤 사연이 있는가 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차지가 되어 감사하게 잘 먹고 있다.


아내의 선입견 속에는 예전에 청란을 먹었는데 갑자기 아파서 혼이 났다면서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린다고 했다. 사실 그렇다 음식의 호불호는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나도 어릴 적에 소고기를 못 먹었다. 제사를 지내고 나면 탕국 속의 소고기를 아버지 그릇으로 몰래 옮기다 혼이 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 대부분의 육고기를 못 먹었던 것 같다. 이상하지 않은가 남들은 없어서 못 먹는다는 소고기를 멀리 하다니. 대신 생선은 엄청 좋아했었다. 아마 그때 특별한 기억으로는 동네마다 집에서 키우던 돼지를 큰 행사가 있으면 직접 잡아먹는 시절이었다. 그것을 본 후로 안 먹게 된 것 같았다. 다행히 커서는 그런 의미는 아무것도 아니다는 생각의 깨침이 있었는지 육고기를 잘 먹고 있다.


이렇듯 각자 사람들 마다 일반적이지 않은 음식의 편향이 있다. 이를 왜 그러냐고 따지거나 핀잔을 줄 필요는 없다. 단지 그에게는 그만한 사정이 있을 뿐이다.


오늘 점심에는 '텔레기 수제비'를 먹으러 갔는데 우리 이사님이 그 속에 들어 있는 민물 새우를 다 꺼내신다. 아니 이 맛 난 것을 왜 이러시지 생각하는 데 역시 예상대로 앞에 앉으신 성격 급한 대표님의 지적이 시작된다. 음식을 먹을 줄 모른다며 진심은 국물이며 그것으로부터 시작되는데 하며 요란스럽다. 하지만 민물새우를 건저 내는 그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다. 사람의 음식 기호를 강요해서는 안된다. 그것을 인정하고 무덤덤히 넘어가주는 것이 서로 편한다.


회를 못 먹는 사람, 육고기를 못 먹는 사람, 굴을 못 먹는 사람, 시금치를 싫어하는 사람, 햄버거를 기피하는 사람 등등 다양한 음식의 기호는 사람 이름 많큼이나 다른 각각의 취향이다. 모든 것에 자신이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그러고 보니 대표님도 튀긴 음식은 안 좋아한다며 피하시는 것을 본듯하다.


이제는 어느 정도 사는 수준이다. 먹는 것을 가지고 요란을 떨 필요는 없고 생각한다. 편하게 즐겁게 함께 먹을 때는 각자의 음식에 호불호를 인정하고 보고도 못 본 척 그냥 넘어가주자 못 먹는 술을 강제로 권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함께하는 즐거운 식사는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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