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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대범해지는 키오스크

당연히 다가오는 기계의 세상, 모르면 배우자

by 롱혼 원명호

요즘 어디를 가던 떡 하니 버티고 서서 감히 손님한테 뭘 할 것인지 먼저 말하라고 버티고 서있는 키오스크를 자주 본다. 모두들 꼼짝도 못 하고 시키는 대로 누르고는 그 흔한 고맙다는 소리조차 못 듣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


키오스크란 무엇인가 서로에게 정보 전달하는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볼 수 있고 입력할 수 있게 만든 무인 정보 단말기이라고 했다. 처음에 프랜차이즈 매장에나 있던 것이 이제는 웬만한 식당 테이블마다 하나씩 놓여 우리들을 관리하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세상 속으로 파고 들어온다. 그는 앞에 서있는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다. 원하는 것을 누르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꾸도 안 한다. 어쩌란 말이냐. 나이가 많다고, 잘 모른다고 용서되지 않는다. 키오스크는 냉정하다.


왜 갑자기 키오스크 이야기를 하느냐고, 오늘 인천공항에 배웅차 다녀오는 길인데 제2청사 대한항공 부스의 모든 프로세스를 모두 키오스크로 하는 것을 보고 왔기 때문이다. 체크인에서부터 짐을 부치는 것까지 모두 키오스크가 장악을 해버렸기 때문에 할 말이 있어서다. 사람은 겨우 보안요원과 도우미정도가 서성일뿐이다. 갈수록 태산이다. 냉정한 키오스크는 당당할 뿐 절대 봐주는 법이 없다. 요령과 아량은 전무하고 오히려 잘못하면 No, No 거절은 하면서 인간적인 대화나 설명 없이 나무라기만 한다. 큰일이다.


COVID-19 대유행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졌기에 키오스크 필요성이 대두되었는데 이때만 해도 재미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것이 갑자기 늘어나더니 이제는 업종 불문하고 들어앉아 우리가 친숙해야만 하는 존재로 우뚝 섰다.


물론 고객 대응하는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인력을 감축시킬 수 있고 고객의 대기시간을 줄이고 명확한 고객의 니즈로 오해 없는 대응을 내어 놓을 수 있으니 말이다. 만일 잘못되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고객의 선택의 잘못일 뿐이다. 이런 냉정함이 싫어서 일부러 고객 직접대응 매장으로 갔었는데 그것도 점점 줄어들며 하다못해 동네 마트에 까지 키오스크 앞에 일렬로 서서 일일이 산 물건을 보여주며 확인받고 계산까지 직접 하고 있다. 기계의 말을 잘도 듣는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오늘 공항에서 처럼 거절 당하면 참 난처하다.

기계는 말을 못 하는데 어쩌란 말인가, 대한항공 발매와 짐을 부치는 훌륭한 시스템을 장비도 넉넉하게 잘 갖추어 놓았다. 모두들 키오스크 앞에 서서 셀프체크를 하고 티켓팅을 해야 다음 프로세스로 갈 수가 있는데 여기서 자꾸 No, No 거절을 하더니 사람을 찾아가라 한다. 이유도 모르겠다.


두리번거리며 사람을 찾는다 그러면 단 하나의 간이 창구가 보여 그 앞으로 가면 국적 불문하고 무언가 잘못된 사람처럼 풀이 죽어 줄을 서 있다. 그러면서 직접 사람이 대면으로 발권을 해준다. 앞사람은 뭔가 문제가 있는지 상담이 길어지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더 초조해하며 답답하게 기다리다. 다행히 얼른 티켓을 받아 들고 짐을 부치러 또 다음 키오스크로 가야 한다. 가기 전에 궁금하여 물어본다.


‘뭐가 문제였나요?’

‘모르겠는데요?’


그렇다고 한다. 이제는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짐을 부치는 키오스크 앞에 서서 그가 시키는 대로 티켓과 여권을 보여주고 짐을 올려놓으면 바코드의 출력과 부착으로 끝이 난다. 모두 다 직접 해야 한다. 편리한 것 같기도 불편한 것 같기도 잘 모르겠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아마 조만간에 세상 모든 곳곳에서 키오스크들이 사람을 지시하고 명령하며 통제하고 있을 것 같다. 사람과 대면이 없으니 좋을 수도 있지만 급속한 변화로 아직 기계에 숙달되지 못하신 분들은 아마 친절한 다른 사람들을 따라다니던지 조용히 지내셔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이유도 모르게 진행이 안될 때 난감하니 아직은 미리 감정 조절의 대비를 해야 한다. 기계는 냉정하니까


그러나 어쩌겠는가 시대의 대세가 그렇다면 따라야지 않겠는가 기술이 더 발전되어 더욱 편리하게 전 부문에서 키오스크를 당연 이용하게 될 것 같다. 그때까지 모르면 화풀이 대신 열심히 배워서 냉정한 기계에 상처를 받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도 이상하다. 그렇게 지엄하다던 인간이 자신에게 명령하는 기계에는 이렇게나 공손하게 대할 줄이야 심지어 거스름돈을 던지듯 뱉어내도 묵묵히 집어 들며 감사해한다. 어쩌다 이렇게 바뀌었을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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