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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얼마 넣었니

다른 방식의 부조(扶助)는 없을까

by 롱혼 원명호

월요일이다. 아침부터 어제 일이 자꾸 생각나더니 결국 손가락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다.


카톡, 카톡

‘난 이번 아무개 결혼식에 20만 원 할려는데 넌 얼마 넣을 거야?’

‘그래도 맞춰야 할 것 같아서 그래’

도대체 왜 물어보는 것인지 서로 상황에 맞게 알아서 하는 것인데 맞추긴 뭘 맞춘단 말인가.


일요일 아내 친구딸 결혼식날이다. 아내는 친구들과 서로 연락들을 하며 소란을 피우더니 혼자 다녀오겠다고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데 그 이유가 황당하다. 축의금을 많이 못 넣었는데 둘이 가서 식사를 하면 욕먹는다는 것이다. 모든 것에 이해타산이 적용된다.


나도 지난달에 결혼식 두건, 상갓집 한건, 그리고 돌잔치 한건의 연락을 받았다. 세월을 쫓아 이리저리 섞여 살아오다 보니 그 흔적만큼이나 연락 오는 곳도 많다. 솔직히 부담이 된다. 만일 회사와 관련이 있다면 부조금을 적당히 넣으면 주고도 말 들을 것 같고 또 아예 모른 척하면 건너 건너 나중에 험담이 들려오니 참. 난감하다. 조화나 화환 또한 마찬가지다.


안 가면 안 왔다고, 적게 넣으면 적게 넣었다고, 둘이 가면 밥 먹으러 왔냐고, 말들이 많다. 이럴 바엔 차라리 일가친척과 아주 가까운 친구 이외에 얽힌 인연들은 가급적 좋은 글이나 작은 선물로 인사를 드리고 참석은 안 해도 무난했으면 좋겠다.


어쩌다 우리 경조사가 이렇게 서로에게 부담을 주는 애물단지처럼 되어 연락하는 사람도 연락받는 사람도 걱정하게 되었을까. 정말 순수하게 초청을 해도 이런 오해를 받아 불순하게 보이는 안타까운 사례도 봤다. 기왕 경조사에 관한 말을 글감으로 채택해 쓰고 있으니 솔직한 소신을 말해 보자.


부조금은 빚이다

빚에서 발단이 된다. 예전의 아름다운 상부상조의 전통 운운을 말할 필요도 없다. 방식만 다를 뿐 분명 경조사 부조금이 빚이라는 의미이다. 우리가 이만큼 받았으니 저쪽에도 이만큼 해 줘야지 하는 빚잔치를 서로 앞당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받은 것만큼 돌려주는 것에 이의는 없다. 그리 해온 의무감이 아직 살아있으니까


동창회나 개별 모임에 갑자기 얼굴을 내미는 친구가 있다면 분명 자녀 결혼식을 알리려 온 것이다. 이제는 아예 동창회 단체카톡이나 밴드에 자녀 결혼식이나 상가소식을 알리며 게좌 번화를 올려놓는다. 미리 받으신 분 빚 갚으라는 일종의 알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부조금의 기본금액이 자꾸 올라가면서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기본이 10만 원이라는 등 20만 원이라는 등 이제는 친구들 조차 30만 원 하더라 하며 근거 없는 기준을 자꾸 들먹이는 입방아들이 소란스럽게 평가를 하기도, 다투기도,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만남으로 사회적 연이 이제 시작되어 이 빚잔치에 참여를 하시게 된 분들은 난감하다. 미래의 부조를 돈으로 미리 빌려 주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언젠가 받고자 하는 대열에 서서 신경을 곤두세우며 피곤해할 것이다.


방법은 없을까?

세월이 바뀌어 각자도생이니 개인주의이니 AI시대니 하지만 아직 여기까지는 적용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동안 쌓아온 사회적 약속이라 하니 참여를 안 할 수도 없고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내가 먼저 안 주고 안 받고 하면서 다른 방식으로는 인사를 할 수 없을까. 그 굴레에서 신경 쓰는 망설임의 마음을 털어내 보게 말이다. 그러나 아직은 어려운가 보다. 나도 계속 눈치를 보며 오늘의 글감을 원망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것은 기준이 없는 부조의 방식(금액책정)과 부담의 문제에서 발생 하는것 이지 그 축하와 위로의 본질은 아름답다. 상갓집이나 결혼식장을 찾아가면 그동안 소식을 몰랐던 사람을 만나거나 어깨너머 소식을 듣고 오기도 한다. 그리고 본인의 건재함을 알려주고 오는 만남의 정겨운 장이 된다. 축하도 하며 위로도 하며 얼마나 좋은가. 마음이 편하다면 말이다.


그래서 이것에 대한 나의 소신은

피치 못할 꼭 필요한 곳이라면 부조는 당분간 할 것 같다. 다만 부담 없는 한도 내에서 하되 나중 내가 받는 것은 아예 잊기로 한다. 그리고 다른 방식의 아름다운 부조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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