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혼이 이끄는 대로 담백하게 살자
아침에 출근을 하니 관리부 직원들이 부산을 떨고 있다. FAX가 안 들어온다는 것이다. 우리는 FAX를 PC로 받는 환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 랜선이 끊어져 있다는 말인데 업체를 불러야 한다며 야단이기에 내가 참견을 하기 시작했다. 직원들 책상의 인터넷은 정상으로 동작되고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고 분명 FAX를 담당하는 PC의 랜선이 문제인 것이다. PC뒤를 돌려보니 랜선 하나가 돌아다니다. 기존에 꼽혀있던 것을 빼고 그 선을 꼽아 주니 잘된다.
관리부 직원들이 다들 한 마디씩 해주면서 대단하다고 엄살을 피운다. 피식 웃고 말았지만 사실 우리 주변의 모든 문제도 모두 기본에서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 엔지니어 실무일을 할 때의 경험을 되돌려 보면 잘 돌던 설비가 갑자기 멈춰 선 경우는 대부분 센서의 틀어짐 또는 홈 위치불량 심지어는 전원 코드가 빠져 있는 경우 등 기본을 안 지켜서 생긴 일들이 대부분이다. 기계를 잘 모르더라도 전원 공급의 외부에서부터 차근차근 기본 조건을 추적해 오면 되는 것이다. 잘 안다고, 많이 배웠다고 무작정 설비 해체부터 하고는 어려운 부품이나 찔러보는 즉 내부에서부터 외부로 나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하였다 뭔가 폼이 있어 보이고 또 당연한 기본은 지켰으리라는 믿음하에 괜한 소프트웨어나 뒤적이며 시간을 보냈었다.
하지만 경험이 말해준다. 평상시 원활하게 동작하다가 갑자기 멈춘 것은 대부분 외부의 기본적인 조건이 안 맞아 발생한 문제인 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그런 것 같다
평상시 편하게 지내오며 게으름을 고쳐 보겠다고 심리책을 읽어 보고 강연도 듣고 때로는 비싼 돈을 들여 치료학원에도 나가보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했더니 잘 고쳐지던가?
그냥 내가 이불 한번 걷어차면 되는 것인데, 외부적인 움직임이 우선인데도 내부에서 치유해 나오겠다니 아마 일시적으로는 치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내가 행동야만 되는 것이다. 보통 내부는 ‘의지’로 외부는 ‘행동’으로 표현하는데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대부분 아주 중증이 아닌 이상은 행동을 먼저 하면 해결되는 것들이다. 동의하시는가
이런 관계의 단순함을 내부로 끌어들이면 온갖 억측과 예전의 행동까지 결합되면서 아주 풀 수 없는 어려운 곳으로 빠져 버린다. 마치 기계를 수리한다면서 외부를 점검해 보지도 않고 멀쩡한 소프트웨어를 뒤섞여 놓아서 아예 망가트리는 것과 같다.
담백하게 살아가자
휴일 우연히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과 톨스토이의 동화 같은 이야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책이 손에 잡혔다.
교훈을 주는 동화 같은 이야기에 읽다가 중간 몇 번이나 덮을까 생각도 했다. 너무 가볍고 한 번쯤 어릴 때 들어 봤을 듯한 단순한 기본을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마 나의 내면에는 이해도 잘 안 되는 어려운 글들을 펼쳐야만 감명을 받고 뭔가 심오한 듯 느껴질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느낌이 왔다.
단순한 기본적인 가장 쉬운 이야기가 나에게 진실을 제대로 전해 주는 것이다. 지금 읽은 '갈매기의 꿈'도 그렇고 톨스토이의 동화 같은 이야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책도 그렇고 읽고 받아들이는 느낌이 담백하게 전달되어 온다.
오늘 랜선을 다시 꼽아 FAX를 해결해 주었듯이 나의 사는 문제도 현실에서 보이는 기본을 지키는 나의 단순한 행동들이 진정한 해결책이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래서 나답게, 나의 생각을 가지고 나의 영혼이 이끄는 대로 담백하게 살아 나가자고 생각했다.
덧붙여 나의 글도 가장 쉽고 단순하게 쓰고 싶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