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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Apr 02. 2023

돌탑 주위에는 돌이 없다

4월은 '화해'의 손길이 애달프기만 하다

간간이 찾아오던 꽃샘추위가 뜸해지기에 산에 오르니 벌써 봄이 중천에 떠 올랐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무와 풀들이 갑갑했던 가슴을 풀어헤치고 온 천지를 초록으로 단장하려 드넓은 팔레트 위로 물감을 짜내고 있던 것이다. 숨을 고르며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초록 물감의 향내를 맡고 있으려니 내 손에 아직 벗어 내지 못한 겨울을 엉거주춤 들고서는 부지불식 떠나보낸 겨울에게 봄바람에 실어 이별을 청하고 있다.


이렇게 다가온 4월이 문을 열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화해'다.

왜냐하면 이번 2023년 4월은 나의 60 갑자를 다시 시작하는 달이기 때문이다.


짧은 인생에서도 이렇게 단절과 시작으로 지난날을 덮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가. 실수를 했던, 고생을 했던, 잘살았던, 죄송했던, 행복했던, 다행이던 모든 것의 결과가 지금 나 이기에 여기서 다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래서 접으려는 지난날과 화해를 하려는 것이다.


훌훌 털어 버리고 앞으로 20년을 활기차게 기록하며 글을 쓰며 살아보려고 한다. 그러고도 남는다면 조용히 신의 사색에 동참하고 싶다.


한참을 다짐하고는 다시 오르다 보니 그동안 스쳐 지났던 산 중턱의 자그마한 돌탑이 오늘은 그냥 보이지 않아 작은 돌이라도 하나 쌓으려는데 그 흔하던 돌이 없다. 그동안 수많은 다짐들이 하나둘씩 올리다 보니 주변 돌들이 없어진 것이다. 다들 진지하게 열심히들 살고 있어서 감사할 일이다.


나 또한 감사하다. 하나의 매듭으로 새로 출발하고자 지난날과 화해를 하려 마음을 비우는 것이기에 돌이 없어, 욕심이 없어 다행이다.


조용한 침묵의 시간 , , ,

물오른 나무아래 낡은 벤치에 앉아 나의 지난날과 화해를 청하고 있으려니 생각이 깊어지며 안타까운 여운에 머리 위로 내리는 흰 눈을 닮은 하얀 벚꽃의 간드러진 화해의 손길만 더욱 애달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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