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아시나요

나도 누군가에 그런 사람이 되고 있는지

by 롱혼 원명호
어둠은 때를 구별할 수 없다


동이 트기 전까지 어두운 바깥 분위기만 보고서는 시간 구분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새벽 4시에 나서는 것과 5시에 나서는 것은 어둠 속의 형태가 똑같아서 때를 구별할 수가 없다. 하지만 생활 루틴이 정립되었다면 자신의 감각은 알아차릴 것이다. 지금이 4시인지 5시인지를 그래서 그 감각이 그날의 컨디션까지 조절해 주는 것이다. 다음날을 위해 일찍 잠을 자라고 요구하기도 하면서. 하지만 어둠 속에서도 이런 때를 구분할 수 있는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을 규칙적으로 만난다면 가끔은 판단할 수도 있다.


몇 달 전부터 새벽 4시 공원으로 나가는 길에 스치는 한 분이 계신다. 그분은 정확히 그 시간에 나와는 반대로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고 계신다. 걸음걸이와 모습을 봐서도 분명 나와 같은 시간대에 운동 겸 산책을 하시던 분인데 이렇게나 새벽을 앞당겨하실까 궁금하면서도 매일 새벽에 마주치기에 인사도 드릴법 한데 너무 반듯하고 묵직한 걸음걸이에서 범상치 않은 내면의 내공이 풍겨서 스쳐 지나고만 있다.


또 한분 계신다. 내가 운동을 마무리할 즈음 나타나시는 매우 성격이 급하시며 씩씩해 보이시는데 목적의식이 무척 뚜렷하신 분 같다. 정확히 4시 55분에 운동장에 들어서서 딱 10분간 자신의 루틴으로 팔흔들기 잡아당기기 나무에 등치기를 빠르게 하시고는 총총걸음으로 퇴장하시는 분이다. 매일 한결같다. 그분이 보이면 나는 운동을 마무리할 시간이구나 하며 정리운동을 준비한다.


이렇게 시간이 구별 안 되는 어둠 속에서도 나름 때를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은 정확한 생활 루틴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동시간에 함께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유독 이 두 분에 관심이 가는 것은 나의 또 다른 감각이 나름의 규칙과 무게감에서 범상치가 않음을 알려주고 있어서 이다.


사람은 때를 구분할 수 있다


“루틴 없이 살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여러분에게 아직 루틴이 없다면 하나 만드는 게 좋을 겁니다. 왜냐하면 루틴 없이 정신이 건강할 수 없어요 일어나는 시간을 하나 정하세요 원하는 시간 아무 때나요 꾸준하게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생체리듬 망가지고 생체리듬은 기분을 조절하거든요 “ - adrian berenguer


그분 들은 정확한 루틴으로 새벽을 열기에 나머지 생활도 올바르고 알찬 하루를 보내고 있으리라 본다. 그런 분들을 보면서 얼마 전에 책에서 본 “가르침을 주는 사람과 친분을 쌓아라, 친근한 교제가 배움의 장이 되게 하라, 대화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라” 하는 글이 기억이 났다.


직접 대화가 아니어도 실천의 단단한 모습을 보면서 따라 배울 수가 있고 혹여 기회가 되어 대화라도 하다 보면 또 다른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새벽 4시 어김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운동 겸 산책을 하러 나선다. 한 시간 운동 후 간단한 식사로 마음을 정돈하고 이른 출근을 하며 상쾌한 하루를 여는 나만의 새벽 루틴을 뿌듯하게 지켜나가는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초에는 운동을 나서다 사거리에서 머뭇거리는 그분을 보았다. 사거리에 내걸린 플래카드를 사진을 찍고 계셨기에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멋쩍은 듯 웃으며 지나가셨다. 처음으로 눈이 마주친 것이다. 뿌듯했다. 플래카드를 쳐다보니 주민자치센터에서 알리는 노인대학 모집 광고였다. 아마 노인대학에 다니시려고 하시는 모양이다.


어쨌든 이렇게 기분 좋은 사람의 끌림과 기다림이 아무것도 아닌 무미건조한 아침운동의 일상을 재촉하며 설레게 한다. 나도 누군가에 그런 사람이 되도록 더욱 정진 해야겠다.